[코로나vs백신]<8>고3 'AZ냐, 화이자냐' 복불복 논란.."동일 집단, 동일 백신 맞춰야"

이연희 2021. 3.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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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 기준, 생일에 따라 다른 백신 접종 형평성 논란
AZ백신에 대한 불안감 이어지며 '고3 접종'에 찬반 갈려
안전한 입시 위해 '백신접종' 필수..백신 수급·불안 해소를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종로구보건소 의료진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접종 받을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주입하고 있다. 2021.03.23. since1999@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교육부와 방역당국이 여름방학(7~8월) 중 고3 수험생들이 1차 백신접종을 시작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접종 시기와 종류 등이 분명치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도입된 백신 종류와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생일이 지나 만18세가 된 학생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다른 학생들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복불복'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24일 교육계에서는 올해 안정적으로 대입을 치르기 위해서는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불안감을 불식하거나 다른 백신을 원활하게 확보·공급해 수험생 접종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3 사이 접종 찬반 나뉘어…부작용 우려 커"


교육부는 9월 대학입시 수시모집이 본격화되기 전 항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여름방학 중 1차 접종을 시작하는 방안을 방역당국에 제안했다. 9월부터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위해 전국적으로 이동하는데다,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때에는 40만명 이상 응시자가 밀집하기 때문이다. 재수생 등 'N수생'은 우선접종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3분기 예방접종 계획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백신 종류와 시기도 아직 미지수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일률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강제·의무접종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낳고 있다.

수험생들이 주 회원인 포털사이트 카페 '수만휘(수능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며)'에서 최근 고3들에게 백신 접종 의향을 물은 간이 설문에 따르면 96명 중 74명은 '안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설문에는 "부작용 때문에 공부 시간 날리는 건 둘째 치고 안전성 검증 문제 때문에 찝찝하기도 하다"며 "하반신 마비, 사망 사례까지 신고됐다는데 그게 내가 아닐 거란 보장이 없다"는 수험생 댓글이 달렸다. 다른 수험생은 "수능에 불이익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안 맞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거부감은 수험생활 중 백신을 접종했다가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자칫 대입을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충남 논산대건고 3학년 박선제 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선 찬반 의견이 갈리는데, 사망 등 이상반응 신고가 여러 차례 보고되면서 반대가 우세한 편"이라며 "접종 후 하루이틀 아픈 것도 수험생 입장에선 큰 타격일 수 있다. 또 부작용이 나타나면 수능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수능을 볼 때 점심시간에 마스크를 벗게 되고, 논술·면접고사를 치를 때에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순서가 온다면 접종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백신 효과와 편익에 대한 체감도가 낮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지금 맞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또는 화이자 백신 2개만 도입된 상태여서 경우의 수는 제한적이다.

여름방학 까지 다른 백신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18세 이하 고3 수험생은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만16~17세 청소년이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반면 생일이 지난 만18세 이상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접종할 가능성이 있다.

교사와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생일에 따라 수험생들이 서로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현욱 정책본부장은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수험생 백신 종류를 달리 하면 민원이 나올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내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 확진 수험생을 위한 고사장이 마련될 병실의 모습이 CCTV를 통해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의료원과 남산생활치료센터에 확진 수험생 전용 고사장을 마련하고, 자가격리자 전용 고사장 22곳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1. photo@newsis.com

박선제 군 역시 "백신 종류에 따라 효능과 부작용이 다른데 누구는 아스트라제네카, 누구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는 점이 불평등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우선접종을 한다면 모든 수험생들에게 같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면역 형성 안 되면 입시 불안정…"백신 수급 해소해야"


문제는 개학 이후 일일 4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올해 감염 위험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신학기 개학 이후 지난 18일 0시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유·초·중·고 학생은 모두 564명이다. 17일간 하루 평균 33명이 확진된 셈이다.

방역 당국은 올 11월까지 전 국민 70%가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을 목표로 접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불식되지 않으면 집단면역 형성시기도 미뤄질 공산이 크다. 학교와 학원,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대학입시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 수능 당시 코로나19 확진 응시자를 위해 병원·생활치료센터 29개소, 자가격리자용 별도시험장 113개소를 마련한 바 있다. 일반시험장에도 고사장 입실 후 증상이 발생한 응시자를 격리할 별도시험실도 준비했으며, 방역지원인력도 대폭 늘렸다. 지난해 수능에는 42만여명 중 45명이 확진자였고 456명이 자가격리 대상자였다.

결국 대학입시가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러지려면 수험생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 본부장은 "백신접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교 내 감염 위험이 높아지며, 각 대학별로 치르는 논술·면접고사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험생·학부모 사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으로 정해지면 접종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올 공산도 있어, 더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연일 백신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지난 23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까지 국내에 도입되는 코로나19 백신은 총 850만명분이다. 그러나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이다. 노바백스나 얀센, 모더나 백신은 아직 상반기 도입 일정을 협의 중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동일한 집단에는 동일한 백신을 맞도록 해야 형평성에 맞다"며 "수험생이 약 40만명이기 때문에 정부가 2분기에 국내 도입하기로 한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의 정확한 공급 시기와 수험생 접종 가능 백신을 미리 언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대입 일정을 고려하면 1회만 접종해도 되는 얀센이나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화이자 백신이 가능성 있는 선택지"라며 "접종 후 부작용 관련 검사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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