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숨은 명산] 김천시 제석봉, 아포읍의 진산.. 저수지 따라가는 아름다운 산길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2021. 3. 23. 09: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석봉에서 국사봉으로 내려서면 구미시가지 뒤로 냉산과 천생산, 유학산의 모습이 희미하다.
입춘이 지난 지도 벌써 한 달이 가까워진다.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렸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렇지만 산길에 휘몰아치는 바람은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길섶에는 녹지 않은 서릿발이 발길에 서걱댄다. 변덕 심한 날씨는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다시 추워졌다. 전국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고, 지역에 따라 눈도 내렸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경북 김천시 아포읍의 제석봉帝錫峰(512m)을 올랐다. 제석봉은 금오지맥金烏枝脈의 산으로 구미 금오산(977m)과 가까운 이웃이다. 약 81.5km의 금오지맥은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수도지맥이 수도산에 이르러 다시 곁가지를 형성한 산줄기이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산에서 갈라진 지맥은 경북 김천, 성주, 구미 등의 시·군 경계를 넘나들며 뻗어간다. 특히 금오산에 이르러 한껏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금오지맥은 제석봉과 꺼먼재산을 지나 산세를 낮추며 지맥의 끝자락 백마산을 거쳐 구미시 고아읍 오로리에서 낙동강으로 스며든다.
금오산을 지난 금오지맥이 치켜세운 제석봉은 아포읍의 진산鎭山이며 해발이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아포읍은 감천이 휘돌아 낙동강에 합류하며 평야가 발달한 대신 산지가 적은 지역이다. 특히 고대 삼한시대 아포국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산으로 아직도 그 지명이 남아 전해진다. 제석봉을 ‘제석궁帝錫宮’이라고도 하는데 ‘제帝’는 임금을 뜻한다. 또 주변의 관리봉官吏峰(국사봉)은 관아의 벼슬아치를, 삼태봉三胎峰은 옛날 제석궁 왕자의 태가 묻혀 있는 봉우리를 말한다. 산자락의 제석리와 국사리는 제석봉과 국사봉의 이름을 따서 1914년 지명을 바꾼 마을이다.
청소년수련원 갈림길을 지나면 소나무가 빽빽하고 솔가리가 푹신한 숲길은 진한 솔내음이 오감을 자극한다.
김천의 숨은 명소 대성저수지 지나
산행은 구미시 장흥리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한다. 경부선 철길 아래로 통과해 선기1동 경로당~오로골~대성저수지~성은수양관~남평 문씨묘~돌탑봉(청소년수련원 갈림길)~395.6m봉~금오지맥 합류~456.8m봉~제석봉 정상~국사봉(480m)~433.2m봉(헬기장)~307.7m봉에서 마을길로 내려서서 중부내륙고속국도(대성2교) 교각 아래로 빠져나오면 성은수양관을 다시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오전에 지나간 길을 따라 장흥리 버스정류장에 이른다. 전체적인 산행코스는 원점회귀로 약 14km다.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면 ‘내고향 장흥’이라는 마을 표지석이 있다. 실제 마을까지는 경부선 철길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 제법 들어가야 한다. 지난 가을 수확을 끝낸 논에는 벼 그루터기만 남아 황량하지만 논두렁 너머 구미를 상징하는 금오산의 위용은 늠름하고 헌걸찬 모습이다. 선기1동 경로당 옆 야외 쉼터에서 오로골 방향으로 틀어 해송사슴농장에서 오른쪽 길, 잠시 후 다시 갈림길(구미양봉)에서 왼쪽, 그리고 산기슭을 따라 오르면 포장길은 민가에서 끝나고 야트막한 고개를 넘는다.
대성저수지가 펼쳐지는 상류의 도로를 따라간다. 잔잔한 호반 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운 대성저수지는 김천의 숨은 명소다. 잘 알려지지 않은 둘레길도 있다. 고금사 표석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성은수양관이다. 정문 옆에는 1999년 폐교된 신기초등학교 교적비가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틀어 실개천을 건너 곧바로 산길로 든다. 산비탈로 얼마 오르지 않아 남평 문씨 묘를 처음으로 만난다.
산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그런대로 어려움 없이 능선 따라 이어진다. 다만 가시나무가 많아 귀찮을 뿐이다. 고도를 높이면서 뒤돌아보면 대성저수지 너머로 구미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청소년수련원 갈림길을 만나면서 산길은 의외로 뚜렷하다. 알고 보니 이 능선 길은 경상북도 청소년수련센터가 수련생에게 금오지맥을 직접 발로 느끼고, 발품을 통해 산의 기운을 전하기 위해 정비했다고 한다. 소나무가 빽빽하고 솔가리가 푹신한 숲길은 한적할 뿐만 아니라 진한 솔내음이 오감을 자극한다.
한 굽이 올라서니 청소년수련원 1.2km 이정목이 서 있는 돌탑봉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기면 금오산의 뒤태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바위를 만난다. 금오산의 앞면은 경부선 열차나 경부고속국도를 지나면서 자주 보지만, 금오산의 뒷면을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금오산의 뒷면 풍광은 절묘한 암봉들이 어우러진 변화무쌍한 산세를 자랑한다. 우람한 칼다봉 능선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금오산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제부터 산길은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으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이어지며 고도를 높인다. 395.6m봉에서 서쪽으로 연결되는 능선 길로 내려섰다가 오르면 수원 백씨 묘를 만나고, 뒤이어 남쪽에서 올라오는 금오지맥에 합류한다. 지맥 길은 더욱 뚜렷하다. 지맥을 종주하는 산꾼뿐 아니라 오봉저수지 또는 우장마을에서 연결되는 등산로이기에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등산로는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고 곳곳에 의자나 벤치를 설치한 쉼터도 있다. 산길은 서서히 가팔라지면서 통나무 계단 길을 만나고 곧장 456.8m봉에 이른다.
제석봉 정상은 많은 돌탑이 에워쌌다.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데크가 설치될 정도로 주변 전망도 막힘없이 볼 수 있다.
정상 돌탑, 한 노인이 4년에 걸쳐 쌓아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변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금오산은 산행 내내 그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남평 문씨 묘를 지나 제석봉 정상에 올라섰다. 제석봉 정상은 많은 돌탑이 에워싸고 있다. 이 돌탑을 쌓은 사람의 사연이 어느 TV방송국 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사연인즉 63세의 노인이 허리 디스크 수술 이후 건강 회복을 위해 늘 20kg 정도의 돌을 짊어지고 올라 4년에 걸쳐 쌓은 돌탑이라는 것이다.
주변 전망도 막힘없이 볼 수 있다. 김천시는 물론 김천혁신도시와 구미시가 내려다보이고 감천 일원과 농소면, 멀리 낙동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또 가깝게는 금오산을 비롯해 오봉저수지 뒤로 운남산, 노고봉, 절골산이 보이고 멀리 영암산, 김천시가지 뒤로 고성산, 황악산도 어렴풋이 다가온다.
헬기장인 433.2m봉에는 ‘백마산(효자봉)’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하산은 국사봉으로 잇는 능선 길로 내려선다. 빤히 보이는 국사봉에서 이어가는 금오지맥은 경부고속국도를 건너 꺼먼재산으로 향한다. 그 뒤로 냉산과 천생산, 유학산의 모습이 희미하다. 바윗길을 조심스레 지나면 운동기구가 설치된 주민체육시설을 만나고 곧 제석리 갈림길이다. 직진해 한 굽이 올라서면 국사봉國士峰(480m)이다. 관리봉, 아야봉으로도 부르는 산봉우리에는 돌탑과 오석의 표석이 자리한다. 민간신앙에서 하늘의 신을 뜻하는 제석帝錫과 국사國士란 이름이 나란히 지명에 붙은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이곳 아포에서 하늘에 굿을 올렸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307.7m봉을 거쳐 묘지 4기를 지나면 중부내륙고속국도가 바로 옆이고 대성저수지와 금오산이 눈앞이다.
국사봉에서 완만한 내리막의 능선 길로 잇는다. 뒤로 제석봉이 멀어질 즈음 헬기장인 433.2m봉에 닿는다. ‘백마산(효자봉)’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국립지리원 발행의 지형도에는 제석봉에 효자봉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효자봉孝子峰에 얽힌 전설은 ‘옛날 모립곡(지금의 구미시 상모동)의 한 젊은이가 병으로 몸져누운 앉은뱅이 홀어머니를 위해 매일 아침 해뜨기 전 이 봉우리에 올라 지성으로 기도를 드려 어머니의 병이 완쾌되었다’는 것. 이 젊은이의 지극한 효성을 기려 효자봉으로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다.
다시 산길을 이으면 금오지맥과 헤어지고 소나무 숲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때때로 부딪히는 갈림길에선 무조건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산길은 동쪽으로 굽어지며 307.7m봉을 거쳐 묘지 4기를 지난다. 잘 정비된 묘지 진입로를 따르면 중부내륙고속국도가 바로 옆이다. 콘크리트 포장길로 내려서면 드문드문 민가가 보이고 중부내륙고속국도 대성2교 교각 사이로 빠져나간다. 대성저수지가 가까워지며 금오산이 눈앞에 다가온다. 오전에 지나왔던 길을 역으로 다시 걷는다. 장흥리 시내버스정류장에 닿을 때까지 금오산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동아지도 제공
산행길잡이
장흥리 버스정류장~경부선 철길 굴다리~선기1동 경로당~오로골~대성저수지~
성은수양관~남평 문씨 묘~청소년수련원 갈림길~395.6m봉~금오지맥 합류~456.8m봉~ 제석봉 정상~국사봉(480m)~433.2m봉(헬기장)~307.7m봉~중부내륙고속국도(대성2교) 교각~성은 수양관~선기1동 경로당~장흥리 버스정류장 <5시간 30분 소요>
교통
구미역이나 구미종합터미널(1688-5655)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김천행 시내버스 53-1·55·174-1번이나, 좌석버스 553번을 타고 장흥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숙식(지역번호 054)
아포읍은 김천시의 유일한 읍이지만, 생활권은 거의 구미시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석봉 산행의 경우 구미시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편리하다. 구미역 인근에 쉐르빌모텔(453-6000), 온모텔(441-8111), 에스원모텔(455-8492) 등 숙소가 있다. 맛집으로 구미역 인근 싱글벙글 복어집(456-4515)의 복어 매운탕, 신상철 선산곱창(442-5702)의 곱창전골이 있다. 역에서 가까운 새마을 중앙시장엔 먹거리가 즐비하다. 국수골목, 족발골목, 순대골목 등 먹거리별 특화 골목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미의 별미인 찹쌀 수제비는 걸쭉한 미역국에 동그랗게 빚은 찹쌀 새알을 넣어 끓인다. 이 외에 동그란 팥빵과 꿀빵, 찹쌀 도넛, 꽈배기 등 저렴한 군것질거리도 많다.
※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