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가주택 상승률, 전세계 100개 도시 중 서울이 3위
지난해 서울 고가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영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2021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고급주택가격지수(PIRI·Prime International Residential Index) 상승률이 전 세계 100개 주요 도시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PIRI는 나이트 프랭크가 전 세계 100개 주요 도시의 주택 중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만 추려 변동률을 조사한 지수로 매년 발표된다.
서울은 지난해 1년간 PIRI가 1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트 프랭크는 지난해 초 서울 PIRI가 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서울의 PIRI는 올해 7%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나이트 프랭크는 "20여 차례의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수요가 계속해서 공급을 앞지른다"면서 "서울은 뉴욕이나 런던보다 인구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PIRI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였다. 17.5% 올랐다. 나이트 프랭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과 빠른 경제 회복, 초저금리, 양질의 공급이 부족한 이유로 PIRI가 급등했다"고 했다. 중국 선전은 13.3% 올라 2위였다.
두 도시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9위 상하이(8.5%), 10위 밴쿠버(8.1%), 21위 도쿄(6.0%), 63위 타이베이(0.7%), 90위 마드리드(-4.0%), 91위 런던(-4.3%), 94위 뉴욕(-5.1%), 97위 홍콩(-6.9%) 등으로 조사됐다.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이 전 세계 주요국 공통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집값이 오른 이유는 비단 유동성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서울은 2019년에도 전 세계에서 PIRI 상승률이 네 번째(7.6%)로 높았다. 2019년에 서울보다 PIRI가 더 많이 오른 곳은 프랑크푸르트(10.3%), 리스본(9.6%), 타이베이(8.9%) 등 세 개 도시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2019년 4분기 대비 지난해 3분기 국내 주택가격은 9.3% 상승했다. 미국(6.0%)과 독일(5.4%) 등 주요국보다 상승률이 높다. 한은은 "최근 자산 가격 상승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모습이지만, 국내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라면서 "최근 주택시장 가격 상승에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전셋값 상승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고 했다.
한은은 2006년 1분기~2020년 2분기 사이 국내 부동산 가격 변동에 초저금리나 유동성 확대 기조 등 글로벌 공통요인이 준 영향은 29%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공급 부족과 전세 수요의 매매수요로의 전환 등 국내 요인이 미친 영향이 71%를 차지한다고 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급격한 자산 가격 상승이 국가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은 지난 12일 ‘한국의 큰 경제 난제, 돈이 많아질수록 문제도 많아진다’는 제하 기사에서 "치솟는 집값과 가계 부채가 한국의 성장 잠재력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WSJ은 "1990년대 일본처럼 한국도 경제의 모든 부문이 동시에 지출을 줄일 때 발생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면서 "한국의 부채상환율은 12.8%로 미국(7.6%)이나 독일(6.1%)보다 훨씬 높다. 비금융기업 부채는 GDP의 110%로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1999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약간 낮다"고 했다.
WSJ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수십 개 규제 중 하나로 양도세를 강화했지만, 치솟는 집값과 부채를 멈추는 데 실패했다"면서 "4년간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야심 차지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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