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내린 단지 속출..집값 숨죽였나, 숨고르나
3월 들어 서울 전역에서 지난달보다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매매되는 아파트 단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물도 조금씩 늘고, 일부 단지는 전세 실거래가가 내린 경우도 나왔다. 대규모 공급 방안을 담은 ‘2·4 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 분위기가 주택 매수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실거래가 동향이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쇼크' 이전 거래임을 주목하는 전문가도 많다. 공시가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날 경우 본격적인 부동산 가격 조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거래가 내린 단지 속속 등장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이달 2일 23억2000만원에 팔렸다. 신고가(新高價)였던 지난달 24일 24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5차e편한세상’ 전용 158.2㎡는 이달 3일 18억3000만원에 계약돼 1월 20일 실거래가(20억원)보다 1억7000만원 내렸다.
강북 지역에서도 급매물 중심으로 직전 거래보다 수천만원 내린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전용 45.9㎡는 지난 12일 5억5000만원에 계약, 2월 초 실거래가(6억1800만)보다 7000만원 가까이 내렸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8㎡ 실거래가도 2월 중순 7억6700만원이던 것이 이달 3일엔 7억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21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에서 직전 매매보다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 거래 비율은 18%(전체 2441건 중 493건)였다. 그러나 2월 들어 24.9%(1669건 중 415건)로 올랐고, 3월(1~17일 기준)에는 281건의 거래 중 38.8%(109건)가 이전보다 가격이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하는 서울 주간 아파트값도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2·4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8일 0.09%였던 상승률이 이달 15일 조사에서는 0.06%로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가격이 내리고, 매물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이달 1일 9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지난 1월 중순 저층(2층) 매물이 10억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 내렸다. 다만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하반기 전셋값이 수억원 급등한 것을 생각하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 단지의 작년 3월 전세 실거래가는 5억~5억5000만원 정도였다.
◇”일시적 조정, 정부 정책이 변수”
통상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하면 시장에 매물이 늘고, 투자 수요가 많은 인기 단지 위주로 호가(呼價)가 떨어진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사이 약 8% 늘었다. 그러나 일선 중개업소들은 “아직 경쟁적으로 호가를 내리는 단계는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LH 투기 의혹 사태와 서울시장 선거 등 정부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섣불리 집값이 안정됐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관건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아파트 공시가격이 다주택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올해는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가 예정돼 있다. 공시가 급등으로 인한 세 부담이 커진 만큼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비수기에 일시적으로 급매물이 소화되는 양상일 뿐, 집값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더 많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을 앞두고 봄철에 집값이 주춤한 현상은 작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작년 4~5월 절세를 이유로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팔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7월엔 0.71%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대세 안정기로 접어들려면, 정부가 ‘LH 사태’로 땅에 떨어진 공공(公共) 주도 공급 정책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정책적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면, 작년처럼 하반기에 매매·전셋값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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