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케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세계지도 해외서 계속 판매..과거 사과는 거짓말

스웨덴 가구·가정용품 기업 이케아(IKEA)가 해외 일부 국가에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만 표기한 세계지도 제품을 또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한국 첫 매장 개점을 앞두고 외국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 세계지도를 판매 중인 게 드러나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이케아는 사과하며 2015년 전 세계에서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케아가 사과 후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또 다른 지도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준, 이케아가 진출한 50여 국가 중 중국·미국·영국·프랑스 등 최소 23개 국가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벽장식용 세계지도 제품인 비에르크스타(BJÖRKSTA)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베이징에선 이케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 제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은 한국 이케아 웹사이트에선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케아가 일부 국가에서 판매 중인 비에르크스타(BJÖRKSTA)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서해가 황해(Whang Hai)로 표기됐다. /김남희 특파원

이케아는 제품 설명에서 이 제품을 1881년 역사 지도라고 소개했다. 이케아 제품 개발을 맡은 ‘이케아 오브 스웨덴(IKEA of Sweden)’이 디자인했다. 가로 200㎝, 세로 140㎝ 대형 그림과 액자로 구성됐다. 그림·액자 세트 가격은 중국 기준 698위안(약 12만 원)이다.

지도엔 ‘THE WORLD ON SIR J. HERSCHEL’S PROJECTION BY JOHN BARTHOLOMEW. F.R.G.S.’란 제목이 써있다. 19세기 스코틀랜드 지도 제작자 존 바르톨로뮤가 그린 것이다.

지도엔 한국이 ‘Corea’라고 표기됐다. 동해는 영어로 일본해(Sea of Japan), 서해는 중국 명칭인 황해(Whang Hai)로 표기됐다. 지도엔 19세기 강대국이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배를 하던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국 베이징의 한 이케아 매장에서 소비자가 비에르크스타(BJÖRKSTA) 세계지도 제품을 보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전 세계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이 굳이 식민시대 지도를 제품화한 의도 자체가 의아하다는 평이 나온다. 여러 나라의 역사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케아는 이미 부적절한 세계지도 제품을 판매해 수차례 물의를 빚었다. 한국 첫 매장인 광명점 개점을 한 달 앞둔 2014년 11월, 이케아는 해외에서 동해를 일본해라 단독 표기한 세계지도 제품(프레미아·PREMIÄR)을 판매해 소비자 불만을 샀다.

당시 한국 법인인 이케아 코리아는 사과한다면서 "(논란 전부터) 이번 사안을 이케아 글로벌 차원에서 심각하게 인지, 논의하고 있었으며, 한국에서 판매할 제품 논의가 이뤄질 초창기부터 국내에서는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해 논란을 더 키웠다. 한국에서 문제가 될 걸 예상해 한국에선 팔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외국에서 판매하는 것엔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이케아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에르크스타(BJÖRKSTA) 세계지도 제품. /김남희 특파원

논란이 계속되자 이케아 코리아는 그해 12월 4일 입장문을 내고 "이케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국가와 국경, 영토 및 영해 명칭을 존중하며 또한 어떠한 정치적 입장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전 세계 제품군에서 해당 제품을 빼겠다고 밝혔다. 한데 그 이유로 "매년 전체 제품군 중 약 20%를 새로운 제품으로 변경하고 있고 이의 일환으로 프레미아는 2015년 중 전 세계 제품군에서 제외될 예정"이라고 해 사안의 민감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또 받았다.

현재 이케아는 한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4개(광명·고양·기흥·동부산)와 온라인 몰을 운영 중이다.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이케아 코리아의 매출은 약 6634억 원, 연간 매장 방문자 수는 1232만 명에 달했다. 이케아는 현재 영업 중인 국가 수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국가별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60개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케아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0 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 매장 수는 500개 이상이다.

이케아 미국 웹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에르크스타(BJÖRKSTA) 세계지도. /이케아 미국 웹사이트

국제적으로 일본해 단독 표기는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세계 바다 이름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는 해도집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동해나 일본해 같은 지명 대신 고유 식별 번호만 표기하기로 했다. 기존 해도집(S-23)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부터 일본해만 표기했다. 개정판(S-130)으로 전환되면 그동안 IHO 표준 해도집을 내세워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한 일본 논리가 약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판의 구체적인 내용은 2023년 IHO 총회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아는 2019년엔 미국에서 뉴질랜드를 뺀 세계지도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져 사과하기도 했다. 해당 세계지도 제품명도 비에르크스타였는데, 현재 판매 중인 비에르크스타 지도와는 다른 제품이었다. 당시에도 이케아는 BBC에 보낸 입장문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현재 제품이 매장에서 단계적으로 제외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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