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전 대출 받아 '올인'.. 희귀수종·벌집으로 보상 극대화

송민섭 2021. 3. 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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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상황으로 본 부동산 투기 실태
도시철도 연장사업 담당 공무원
신용·담보대출 받아 40억원 몰빵
전국 곳곳서 개발정보 빼내 투기
급하게 세운 가건물 신종 '벌집'
보상도 받고 아파트 입주권까지
정부, 투기 제보 신고센터 운영
지난 9일 세종시 와촌리 등 해당지역에 들어선 일명 벌집(조립식 주택)의 전력계량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국토 개발 담당자들의 내부정보를 활용한 도덕적 해이는 물론 ‘알박기’ ‘쪼개기’ 등 기상천외한 투기수법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3기 신도시 및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개발과 관련된 부동산 투기 세력들의 대담하면서 치밀한 수법에 국민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물불 안 가리고 보상 극대화에 주력

15일 경기북부경찰청이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한 경기 포천시 간부 공무원 A씨는 지난해 9월9일 부인과 공동명의로 도시철도 연장 노선의 역사 예정지 인근 땅(2600여㎡)과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매입했다. 경찰은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A씨가 신용·담보대출로 마련한 40억원을 모두 이곳에 ‘올인’한 것은 미리 확실한 광역철도역 개발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이날 경기 시흥시의회 B씨와 광명시 6급 공무원 C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내부정보 및 지위를 이용한 투기 의혹 때문이다. B씨는 3기 신도시 개획 발표 2주 전인 2018년 9월 시흥시 과림동 폐기물처리장 옆 토지를 매입한 뒤 상가를 세웠다. C씨는 지난해 7월 초 광명시 가학동 소재 임야 793㎡를 4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광명시는 매입 과정에서 형질변경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개발정보의 사전유출 의혹은 경기도만이 아니다. 세종경찰청은 2018년 8월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대(270만㎡)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이전 와촌리 일대 토지를 매입한 가족 공무원 3명의 투기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 9개월 전 인근 봉암리 토지 622㎡ 및 철골구조물을 매입한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도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제주도는 2015년 11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전 토지를 거래한 공무원 전수조사에 나섰다.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묘목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LH 임직원과 지자체 공무원,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투기수법은 빼닮아 있다. 개발 전 부동산 매입으로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희귀 수종을 심거나 ‘벌집’을 세워 보상금을 최대한 높이려고 했다. LH 직원 10여명은 3기 신도시 추가 지정 발표 전인 2018∼2020년 광명과 시흥 일대 맹지(도로와 이어진 부분이 없는 토지) 등 2만3000여㎡를 100억원대에 구입해 용버들 등 희귀 수종을 심었다. 시장에서 2000∼3000원이면 사는 용버들을 2∼3년가량 키우면 그루당 수십만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보상금에 아파트 입주권까지… 전국이 투기판

개발예정지에 빼곡히 들어서는 ‘벌집’은 보상금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권까지 노린 신종 투기수법으로 통한다. 충북개발공사가 청주시 청원구 일대에 조성 중인 넥스트폴리스산업단지 예정지(189만여㎡) 일대에는 60㎡ 안팎의 벌집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10일 오전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지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바뀐 LH의 대토보상 기준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에서 1000㎡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현금 대신 신도시 아파트 입주권으로도 받을 수 있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주민 성기혁(48)씨는 “묘목을 심어 보상가를 높게 받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급하게 세운 가건물로 보상도 받고 입주권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사태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LH 직원 등은) 대토가 보상받을 수 있는 1000㎡ 단위로 거래했다”며 “투기세력을 감시하고 걸러줘야 할 분들이 (이 부분을) 주도면밀하게 (투기)했다는 점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이날 부동산 투기 관련 제보를 받기 위한 ‘경찰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총경급인 센터장 등 전문 상담 경찰관 5명이 상담, 접수 업무를 담당한다. 직통 전화번호(02-3150-0025)도 개설했다. 신고센터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다. 주요 신고 대상은 △공무원·공공기관 직원의 내부정보 부정이용 행위 △부동산 투기 행위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등이다. 합수본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70건의 신고가 접수돼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천·세종=송동근·임정재 기자, 송민섭·김승환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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