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도법 헌법소원] ⓵46년 전 팔당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이호진 2021. 3. 16.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탁상행정에 개발제한구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둔갑
조안면 주민들 "이제 더 못 버텨. 생존할 수 있게 해달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46년째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사진 좌측)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개발행위가 가능한 양평군 양서면(사진 우측)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사진=남양주시 제공)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지난해 10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수도법과 상수원 관리규칙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에 대한 첫 헌법소원 청구의 취지는 명확하다.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46년째 막혀있는 재산권 행사 권리를 돌려달라는 의미다. 뉴시스는 헌법소원까지 내게 된 조안면 주민들의 현실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기준조차 없었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절차

수도권 주민 250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 일대 팔당상수원. 서울 근교에 위치해 주말이면 드라이브 삼아 나들이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420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은 그 팔당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된 낙후지역이다.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 때문에 자기 집조차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는 동네, 초등학교 앞에 문방구조차 없는 동네가 조안면을 떠올리는 수식어다.

사실 조안면 주민들의 실정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근본적인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주민들은 헌법소원을 선택했다.

누가 들어도 말이 되지 않는 조안면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이 곳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관선 단체장 시절인 1975년 당시 경기도지사는 건설부장관의 권한을 위임한 수도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남양주시와 광주시, 양평군, 하남시 등 4개 지역 158.8㎢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안면도 전체 면적의 83.6%인 42.36㎢가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됐다. 42.36㎢가 얼마나 넓은 면적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면 인근 구리시 전체 면적이 33.29㎢이고 서울 서초구 면적이 47.0㎢라는 것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 팔당 일대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과정을 살펴보면 왜 이 상수원보호구역이 46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판단에 의문이 남는다.

환경부가 2004년 게시한 상수원보호구역 질의회신 사례집을 보면 지정 당시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공무원들의 개념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 수 있다.

환경부는 1997년 7월 21일자 ‘상수원보호구역 범위 내의 일부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민원인 질의에 이렇게 회신했다.

‘팔당호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당시인 1975년 7월 9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개발제한구역을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하게 돼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등 세 지역이 제외됨’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개발제한구역을 따라’ 이것이 조안면 일대가 아무런 검증 없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유이자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양수리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제외된 이유다.

양수리 등 3개 지역은 1972년 경기도 일대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면 소재지 일부를 제외해주면서 개발제한구역 지정을 면했다.

반면 조안면은 단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는 이유로 지역 대부분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시기 정확한 영향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주변 개발제한구역에 상수원보호구역을 덧씌운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조안면 주민들의 재산권이 40년 넘게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조안면 주민들이 불합리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과 규제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양주시 제공)


현재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규제 때문에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면서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조안면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는 변창준씨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에는 농사일 외에는 사실상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그러다 흉년이 들면 애들 교육시킬 돈도 없어서 농지를 조금씩 팔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팔 수 있는 땅도 안 남았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동안 수도권 식수 공급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가려 외면당한 주민들이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조안면 주민은 취재 중인 기자에게 “여기 원주민 대부분은 그동안 정말 고되게 살았는데 이제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는 심정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조안면 주민들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ak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