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연구자·화가·여행작가… ’80대 청춘’ 조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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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경기 군포 조동일(82) 서울대 명예교수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고교 시절 중단했다가 고희 무렵부터 다시 시작한 회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분위기는 어딘가 우울했다. 상처(喪妻)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혼자 살던 때였다.
최근 방문한 그의 집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인테리어가 싹 바뀌었을 뿐 아니라 집주인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신간 ‘우리 옛글의 놀라움’(지식산업사)에 대해 물어보자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 “요즘 책을 너무 많이 내는 것 같아 속도 조절을 하기로 했습니다. 1년에 한 권씩만 아흔 살 때까지 쓰려고요. 이미 내년에 출간할 ‘국문학의 자각 확대’ 원고는 출판사에 보내 놨죠, 하하.”
국문학계의 대표적 원로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그는 “내 창조력은 일생 동안 지금이 가장 왕성한 시기”라고 했다. 유튜버로 변신해 ‘조동일 문화대학’ 채널에서 2~3일에 한 번씩 강의 동영상을 올리고, 노거수(老巨樹) 개인전과 초대전까지 열었던 구아슈(불투명 수채 물감) 그림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남프랑스 기행을 유튜브에 올리고 ‘충남 문화 찾아가기’ 책을 내는 등 여행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러면서 본업인 국문학 연구의 길 역시 꾸준히 걷고 있다. “현직 교수로 있을 때는 이럴 틈이 없었는데…. 정년이 되니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더라고요.”
새 저서 ‘우리 옛글의 놀라움’은 한문 공부에 도움이 될 짧고 깊은 옛글을 모아 친절하게 해설한 책이다. “한문을 사서삼경부터 시작하는 건 등산 초보자가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거나 마찬가지죠. 여기 이덕무가 쓴 글을 좀 보세요.” ‘쇠똥구리는 쇠똥 뭉치를 자기 나름대로 사랑하고, 검은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조 교수는 ‘어떤 고난이든 묵묵히 견디면서 끈덕지게 살아가는 인생’이란 의미를 적극적으로 읽어낸다.
‘80대 청춘’의 원천은 2년 전의 재혼이었다. 평소 가까이서 조 교수가 오랜 병간호로 심신이 지쳐 있는 걸 봐 왔던 18세 연하의 제자 이은숙씨였다. ‘누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느냐’는 질문에 조 교수의 얼굴이 돌연 10대 소년처럼 붉어졌다. “인생을 한번 새로 시작해보자는 결심 끝에 청혼했더니 아내가 선뜻 응낙했어요.”
유튜브를 해 보라고 권유하고 동영상 제작을 도와준 사람도 아내였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읽지도 않으면서 유튜브는 보더라고요. 하지만 그 수준을 보니 무식의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았죠. 학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려고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창조 주체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창조주권론’과 문학사, 이슬람 문명 강의 등 지금까지 200건 가까이 동영상을 올렸다. “댓글 반응이 정말 즉각적이어서 놀랐습니다. 10분 이내 짧은 호흡에 밀도 있게 말을 해야겠다는 노하우도 생겼죠.”
조 교수는 요즘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아령체조를 하고, 연구·집필과 유튜브 녹화 등 ‘업무’에 몰두한다. 오후엔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한 뒤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캔버스 앞에서 그림 작업도 한다. TV는 9시 뉴스 앞부분 10분만 시청한 뒤 10시에 잠드는 규칙적인 생활이다. 종종 부지런히 전국 구석구석 여행도 다닌다. 그는 “도로 젊어져 다시 한번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며 “활력이 남아있는 한 나는 여전히 청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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