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 부지 형질변경이 특혜?.."경호동 파는 건 비현실적"

이완 2021. 3. 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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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팩트체크] 문 대통령 사저 논란 Q&A
농업 계획만으로 농지 매입 가능
'영농경력 11년' 적시는 논란 소지
MB·박근혜 사저보다 규모 크다?
서울 강남과 농촌 단순비교 무리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일대.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이 마을 한 주택을 사저로 사용한다. 2020.6.5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뒤 머물 사저 부지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퇴임 뒤 머물 사저는 항상 논란거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봉하마을에 마련한 사저에 대해 당시 야당은 ‘아방궁’이라 공격하며 정쟁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는 서울 내곡동에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들 시형씨의 부담 몫을 줄이고 국비 몫을 높인 게 드러나 경호처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고 사저 계획도 백지화됐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문 대통령 사저와 관련해 △농지 형질 변경의 적법성 △농지 매입을 위한 영농 경력 허위기재 여부 △공사비의 적정성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청와대와 문 대통령 쪽은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사저와 관련한 야당의 주장이 타당한지 짚어봤다.

1. 양산 사저 부지 형질변경은 불법인가?

문 대통령은 퇴임 뒤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5개 필지 2630.5㎡를 매입했다. 경호동 부지를 포함한 총 면적은 6005㎡다. 문제는 매입한 부지 가운데 일부가 농지였고 최근에 농지 중 일부가 ‘형질변경’되어 대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형질변경은 땅을 깎거나 메우는 등의 방법으로 토지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집을 건축하기 위해선 시장 또는 군수로부터 형질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고 이를 통해 대통령이 금전적 이익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는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농지에 집을 지으려면 대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연히 땅값이 올라간다. 만약 형질만 바꿔놓고 땅을 팔고 나간다면 ‘차액’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대통령 사저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의혹 제기”라고 했다. 현행법상 전직 대통령 경호 기간은 15년(10년+5년 이상 연장)이상 가능하며, 그 기간에 경호동이 들어선 부지를 팔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와대 쪽은 ‘형질변경’을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고 했다. 농촌 지역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대지)은 현재 집이 있는 곳이나 빈집 등 제한적인데, 이같은 상황에서 사저와 경호동이 함께 들어설 충분한 크기의 부지를 확보하려면 농지를 대지로 바꾸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 농지 매입 위해 영농 경력 부풀렸나?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취득하려는 자는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구청장, 읍장 또는 면장에게 농지취득자격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으려는 자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시장 등에게 발급신청을 하여야 한다”(8조)고 규정하고 있다. 농사를 ‘실제로 지으려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문제삼는 것은 문 대통령이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기재한 부분이다. 농지 매입을 위해 영농 경력을 허위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원래 사저인 양산시 매곡동의 사저 텃밭을 가꿀 때부터 2020년 농업계획서를 낼 때까지 기간인 11년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엘에이치(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수법과 문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을 연결짓기 위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농지법을 보면 문 대통령이 농지를 매입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지법은 ‘농사를 지어온 사람’ 뿐 아니라 ‘농지를 이용할 자’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해놨기 때문이다.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통해 농업경영능력(노동력 및 장비 확보방안, 영농의지 등)이 인정되면 땅을 살 수 있다.

다만, 농업계획서를 내고 나서 실제로 농사도 지어야 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기간까지 포함해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쓴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법조인이자 직업 정치인으로 산 뒤 청와대에 있는 기간까지 11년 동안 텃밭과 나무를 가꾸었다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산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경력을 적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에 따른다. 적지 않아도 상관없고, 경력이 없다고 적어도 상관없다. 문 대통령은 매실나무 등 유실수가 심어진 농지를 구입했다. 이런 땅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3.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가?

보수언론은 문 대통령 사저 규모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와 비교하며 규모의 적정성을 문제삼는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 부지(1023㎡)나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406㎡)에 견줘 문 대통령 사저 부지가 넓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두 전직 대통령 사저와 지방의 농촌지역에 위치한 사저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농촌지역에서 건축물을 짓기 위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부지 크기가 서울 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사저 부지의 건폐율이 20%라고 했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경호시설의 경우 이 전 대통령 때는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쳐 59억여원이 들었다. 박 전 대통령 때는 탄핵 때문에 시설을 짓지 않았다. 문 대통령 경호시설 건축에는 57억여원이 예산 편성되어 있다. 문 대통령의 경호동에는 전직 대통령의 외곽경비 업무가 경찰청에서 경호처로 이관되면서 방호직원용 시설 예산 29억원이 추가됐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위해선 이 비용을 뺀 33억원을 경호동 예산으로 봐야 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완 최상원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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