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낯익지만, 당신에겐 '최신의 감각'

배순탁 2021. 3. 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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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음악 듣는 기쁨에 다시 푹 빠졌다.

직업적 명목하에 음악을 듣긴 들었으되 거기에는 뭐랄까, 20대 때 지녔던 본연의 즐거움 같은 게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뜻이다.

아무리 음악을 듣고, 파고 또 파도 내가 꿰는 음악보다 모르는 음악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는 진실을.

국내와 해외의 반응을 두루 살펴보니 나에게는 낯익지만 어린 친구들에게는 펑수아브의 음악이 '최신의 감각' 비슷한 걸 느끼게 해주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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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를 하면서 음악 본연의 즐거움을 느낀다. 청취자의 리퀘스트 중 세 곡을 소개한다.
ⓒ펑수아브 트위터 갈무리네덜란드 출신 2인조 펑수아브는 솔과 사이키델릭을 혼합한 음악을 추구한다.

요즘의 나는 음악 듣는 기쁨에 다시 푹 빠졌다. 이전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게 아니다. 직업적 명목하에 음악을 듣긴 들었으되 거기에는 뭐랄까, 20대 때 지녔던 본연의 즐거움 같은 게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뜻이다. 내가 이렇게 변한 이유, 알고 보면 단순하다. 디제이를 하면서 매일 받는 청취자들의 신청곡 덕분이다.

다시 한번 절감한다. 아무리 음악을 듣고, 파고 또 파도 내가 꿰는 음악보다 모르는 음악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는 진실을. 스포티파이에 매일 올라오는 곡만 2019년 기준 4만 곡 이상이라고 한다. 확실히 우리는 지금 음악 공급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격차는 현격히 벌어질 게 분명하다. (수많은) 청취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리퀘스트(신청곡)가 나에겐 소중한 길잡이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그중 세 곡을 소개한다.

Voler de Nuit / Calogero (2018)

프랑스 가수다. 발음은 칼로제호 정도 되고, 제목은 ‘볼레 드 뉘’, 해석하면 ‘야간비행’이라고 한다. 언어만 프랑스어일 뿐 전체적인 인상은 ‘모던 록’에 가깝다. 뭐랄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구조를 지닌 노래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서두가 있고, 서두와 절정을 연결하는 브리지가 있으며, 절정에 가서는 듣는 이에게 쉬이 지워지지 않을 고양감을 던져준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따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니, 이런 곡을 들으면 좀 아쉽다. 새벽 한강변 드라이브에 최적화된 곡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부디 독자 중 누군가 나 대신 꼭 한번 실험해달라. 매우 만족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The Death of You & I / Isaac Gracie (2017)

먼저 유튜브에서 이 곡의 공식 뮤직비디오를 찾아 보길 바란다. 댓글들 중 맨 위에 다음과 같은 소감이 쓰여 있을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쓰일 수 있겠는데.” 과연 그렇다. 우마 서먼과 존 트래볼타가 이 곡을 배경 삼아 춤을 춰도 꽤 어울릴 듯싶다. 분위기는 수상하고, 그러면서도 록 특유의 시원한 타격감을 잃지 않는다. 핵심은 1분20초 이후에 있다. 적시하자면 1990년대 그런지 음악을 선호했던 음악 팬이라면 애정을 비칠 확률이 아주 높다. 거칠고, 자유분방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록 스타의 아우라를 만끽할 수 있었던 곡이다.

Venus Flytrap / Feng Suave (2019)

밴드 이름이 괴상하다. 풍수지리 할 때의 ‘풍수’와 포르투갈산 컨디셔너인 ‘울트라 수아브’를 합친 거라고 한다. ‘펑수아브’라고 발음하면 된다. 펑수아브는 네덜란드 출신 2인조로 솔과 사이키델릭을 혼합한 음악을 추구한다. 요컨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레트로’인 셈이다. 참고로 ‘뉴트로’는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조어다. 해외에서는 보통 레트로라고 표현한다.

국내와 해외의 반응을 두루 살펴보니 나에게는 낯익지만 어린 친구들에게는 펑수아브의 음악이 ‘최신의 감각’ 비슷한 걸 느끼게 해주는 듯싶다. 그러니까 제대로 레트로인 것이다. 사운드의 공간감을 구현할 줄 아는 재능이 탁월하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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