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사서 임대주택 공급하겠다더니.. 약속 절반도 못지킨 서울시

백윤미 기자 2021. 3.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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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누차 밝혔지만, 서울시 빈집 재생 프로젝트 사업 방향은 빈집을 주차장이나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가 애초 부동산 시장 사정에 맞지 않게 빈집 매입 목표를 과도하게 잡은 것을 바로 잡은 데 따른 것이다.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주택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궤가 다를 수 있지만, 바뀐 계획이 현재 서울시 실정에 더 맞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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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누차 밝혔지만, 서울시 빈집 재생 프로젝트 사업 방향은 빈집을 주차장이나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가 애초 부동산 시장 사정에 맞지 않게 빈집 매입 목표를 과도하게 잡은 것을 바로 잡은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가 2018년 말 시범적으로 매입한 강북구 삼양동 빈집 모습. /서울시 제공

1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빈집 매입 목표를 기존 1000가구에서 500가구로 낮추고, 임대주택 공급도 4000가구에서 1500가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을 줄이는 대신 빈집을 활용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120곳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생활 SOC는 공영 주차장이나 공원, 주민 쉼터 등이며 올해 중으로 55개, 내년에는 56개를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당초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71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빈집 1000곳을 매입하고, 임대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계획했다. 빈집을 정비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치고 나오면서 밝혔던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시가 막상 한국부동산원에 위탁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서울 안에 빈집이 2940가구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기간과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시가 지난 2018년 빈집 사업을 개시하면서 빈집 수를 약 2만가구로 추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매입한 빈집은 지난해 말 기준 326곳, 공급한 임대주택은 526가구로 계획에 크게 못미쳤다.

빈집을 매입해 공급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서울시가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빈집을 매입해 정비한 행복주택은 4개 타입 중 2개에서 신청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머지 2개 타입 역시 각각 3대 1, 5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타 행복주택의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일을 기록하면서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월 임대료를 12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했지만, 전용면적이 30㎡로 좁고 단지가 오르막길에 있는 등 교통과 입지가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주택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궤가 다를 수 있지만, 바뀐 계획이 현재 서울시 실정에 더 맞는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은 설령 빈집이 있어도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굳이 서울시가 관여할 것 없이 민간에서 알아서 재건축·재개발 등이 진행된다"면서 "남아 있는 빈집들은 매우 좁거나 산동네에 있는 땅, 법적 문제에 휘말린 땅 등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서울시에 늘 부족한 공공주차장이나 우범지역 예방이 가능한 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것도 괜찮은 활용 방법"이라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에 빈집이 있을 정도의 부지라면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이를 주차장이나 공원용지로 만들어 공공용지로 관리하면 국공유지 비축제도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그 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업을 선회한 것은 바른 방향이자 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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