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은 머니스의 '마지막 꿈' 품을 수 있을까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3.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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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KBS <이웃집찰스> 제공


“31일이면 떠나야 하는데…”

최근 KBS <이웃집찰스>에 출연한 구릿빛 피부의 한 청년은 서글픈 미소를 짓는 일이 익숙해졌다. 한국에서 축구를 배웠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국적의 벽에 부딪혔다. 프로팀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아직 없다. 비자가 만료되는 20일 이내로 새 둥지를 찾지 못한다면 ‘제2의 고향’인 한국을 떠나야 한다.

네팔 출신의 당기 머니스(20)는 2021년의 봄날이 춥기만 하다. 머니스는 6년 전 14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네팔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했다. 날렵한 체구에 발재주까지 뛰어난 그는 경기도 동두전 신흥중학교를 거쳐 포천FC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의 문은 좁았다. 스무 살 유망주지만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용병’으로 불리는 외인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선 국적에 관계없는 3명의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가맹국 선수 1명씩 팀별로 최대 5명이 뛸 수 있다.

머니스는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모국인 네팔이 지난해 처음 도입된 ASEAN 쿼터에 포함되지 않은 게 아쉬웠다. 도입 이래 단 1명의 적용 대상도 나오지 않은 ASEAN 쿼터를 서남아시아까지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수비수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가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해 첫 사례가 되면서 확대 논의도 힘을 잃었다.

머니스는 축구선수로 성공을 위해 귀화를 꾀했다. 지방의 한 프로축구팀에서 귀화를 전제로 입단테스트를 시도해 통과했다. 그러나 취업비자 없이 부모님을 따라 온 경우 일반 귀화 조건을 충족해도 귀화가 불가능하다.

머니스는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마지막으로 K3·K4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세미프로인 K3·K4리그는 어린 선수를 육성해 상위리그로 보내는 ‘셀링리그’를 표방하는 만큼 어린 머니스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프로팀으로는 유일하게 B팀을 운영하면서 올해 K4리그에 참가하는 강원FC는 1군인 A팀과는 별도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수 있어 희망적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K4리그를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유권해석이 아직 필요하지만 규정만 따진다면 머니스는 강원에서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머니스의 K4리그 안착 여부는 한국 축구에서 늘어나고 있는 이주민 가정 축구 선수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난민 신분으로 포항 스틸러스에서 훈련하고 있는 앙골라 출신 풍기 사무엘(20)과 가나 출신 데니스 오세이(17·계명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머니스의 에이전시인 TI스포츠 김승태 대표는 “머니스가 한국 축구에 뿌리를 내린다면 이주민 선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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