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품 등산화 특집] 마니아 인터뷰.. 유럽 중등산화, 한국인 발엔 안 맞는다고?
마니아 제품리뷰
유럽 중등산화를 신고 오랫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전 세계를 누빈 마니아들이 있다. 이들에게 가감 없는 제품 리뷰를 청해 모아봤다.
잠발란 Zamberlan
배낭여행 동호인 유종환
“파타고니아에서 신발 성능 체감”
Q 잠발란에 입문한 계기는?
A 등산화를 사러 OK아웃도어 연산점에 갔다가 직원이 한 번 신어 보라고 권유해 ‘툰드라’를 신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스타킹을 신은 듯 발등과 발목을 꽉 잡아 주는 느낌에 반해서 바로 구매했다. 따로 길들이지 않아도 딱 맞았다. 참고로 운동화 사이즈는 265mm, 잠발란은 270(유로43)mm를 신는다.
Q 신발의 성능을 체감한 순간이 있나? 또 단점은?
A 잠발란 툰드라를 신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2번, 에베레스트 트레킹 1번, 트레킹피크인 칼라파타르(5,545m) 등정, 남미 80일 여행 등을 했다. 여행 중 신발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특히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 중에는 잠발란의 위력을 절감했다. 당시 나보다 13세 어리고 체력도 더 좋은 후배와 동행했었다. 나는 멀쩡한데 후배가 국내 P사의 운동화를 신은 탓에 트레킹 중 자주 피로와 발바닥 고통을 호소했었다. 단점을 꼽자면 어느 순간 방수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 제품의 문제보다 세월의 문제인 것 같다.
솔로 백패킹 마니아 권인경
“너덜은 비오즈라이트, 흙길은 울트라라이트”
Q 백패킹 마니아로 국내외 다수 브랜드의 등산화를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해 보자면?
A 일단 착화감의 차이가 크다. 국내 중등산화는 오래 신고 걷다 보면 발이 너무 아프거나, 뒤꿈치나 발가락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잠발란은 비오즈라이트와 울트라라이트를 신고 있는데 둘 다 장기간 신고 걸어도 발이 정말 편하다. 존뮤어트레일, 울트라바우길을 종주했는데 발에 피로를 거의 느끼지 않았다. 비오즈라이트는 발목을 더 꽉 잡아줘서 너덜길에서 신기 좋았고, 울트라라이트는 무게가 더 가벼워서 평이한 육산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사실 이전에는 유럽 중등산화에 대해 깊이 불신했었다. 한바그 알래스카를 신고 지리산 칠선계곡에 갔다가 크게 미끄러진 경험이 있었다. 잠발란을 신고 이처럼 미끄러진 적은 없다.
한바그Hanwag
한국산악회 영서지부 前 산행대장 김시우
“한바그 알래스카만 10년째”
Q 산악계에서 열성 한바그 전도사로 유명하다.
A 한바그 알래스카만 10년째 신고 있다. 밑창이 닳으면 창갈이하거나 새로 구입했다. 현재까지 총 세 켤레째다. 운동화는 265mm나 270mm를 신는데, 한바그 알래스카는 270mm 신으면 발에 딱 맞는다. 처음 신은 유럽 중등산화는 L사 제품이었는데 몇 번 신지 않았는데 찢어지고 A/S도 엉성해서 무척 실망했었다. 그러다 한바그 알래스카를 만났는데 발에 너무 잘 맞아서 크게 만족했었다. 새 제품을 사도 길들이는 시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너무 만족도가 높아서 주변 산꾼들에게도 한바그 제품을 많이 추천해 줬다. 열이면 열 모두 신어보고는 크게 만족했다. 유럽 중등산화는 꼭 ‘칼발’이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발볼이 넓은 편이면, ‘아시안핏Asian Fit’이라고 하는 와이드Wide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한바그 알래스카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발목을 잡아 주는 안정감이다. 안정감 때문인지 15km 이상 걸어도 발바닥에 피로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점은 꼽기 어렵다.
마인들Meindl
히말라야 트레커 C씨(요청에 의해 익명 처리)
“히말라야에 최적화된 ‘마인들 히말라야’”
Q 히말라야에서 마인들 덕을 톡톡히 봤다고 들었다.
A 한때 히말라야 트레킹에 미쳐서 한 번 가면 수개월을 걷곤 했다. 여러 브랜드의 등산화를 신었는데 결국 정착한 건 마인들 히말라야 레이디였다. 총 네 켤레를 소모했다. 신자마자 원래부터 내 신발이었던 것처럼 딱 맞고 편했다. 3개월 동안 발의 피로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신발 사이즈는 보통 5mm 크게 신는다지만, 나는 10mm 큰 것으로 신는다. 아무래도 히말라야에서는 울이나 야크털 소재의 두꺼운 양말을 신기 때문에 한 치수 더 큰 것이 맞았다.
그전까지는 국산 중등산화를 신었는데, 깔창을 아무리 좋은 것으로 바꿔도 매번 발바닥이 아팠다. 국산 중등산화의 대표 격인 C사의 H제품도 신어봤는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마치 신발이 물에 젖은 것처럼 무거웠다. 물론 이 제품이 접지력은 더 좋아서 암릉 구간에선 더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마인들은 별도의 깔창을 깔지 않았는데 발바닥이 편했고, 발목을 부드러우면서도 꽉 잡아 주는 느낌이라 걷는 동안 안정감이 느껴졌다. 6,000m가 넘는 고개 3개를 넘을 때도 이중화를 대신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마인들 히말라야’라는 이름처럼 히말라야에 최적화된 등산화다.
단점은 내구성. 오래 신다 보면 밑창과 중창 사이가 살짝 벌어져서 모래 등이 그 사이로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건 아니지만 거슬리는 부분이다.
잠발란Vs마인들
캠핑 마니아 @9rada(인스타그래머)는 잠발란 토페인, 마인들 에어레볼루션을 구매해 각각 지리산 화대종주와 설악산 서북종주에서 사용했다. 또 캠핑할 땐 마인들 오르틀을 신는다. 그는 이를 토대로 센스 있게 각 브랜드별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서 답변했다.
잠발란 토페인Vs 마인들 에어레볼루션·오르틀
1 디자인 오르틀 승.
2 내구성 둘 다 ‘도깨비 빤스’처럼 무섭게 질기고 튼튼
3 착화감 (발볼 좁은 편) 토페인은 편하고 부드럽지만, 발이 안에서 놀아 내리막에서 불편. 에어레볼루션은 완벽하게 발에 감김.
4 피로감 마인들 승. 밑창이 더 딱딱해서 피로도가 덜하다.
5 쾌적도, 방수, 무게 무승부.
6 접지력 캠프라인 승(!)
※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