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물 건너 갈라"..매수 고민 커진 2030
올해 서울 입주물량 작년 반토막..내년엔 더 줄어
"3기 신도시 일정 차질 빚으면 패닉바잉 재현될 수도"
지난해 결혼한 30대 신혼부부 윤모 씨(35)는 전세살이 중이다. 집을 매수할까 고민도 했지만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내놓으면서 청약을 기다리기로 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다시 집을 매매해야하나 고민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급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지 의구심이 들어서다.
윤 씨는 “3기 신도시로 대규모 공급이 나온다기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근엔 다시 매수에 나서야하지 않을까 가족들끼리 논의하고 있다”며 “부동산정책과 반대로 결정한 사람들이 돈을 벌었는데, 이번에도 공급 계획이나 일정, 향후 집값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믿을 수 있나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향후 정책과 집값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3기 신도시 전역에서 투기가 확인될 경우 보상과 관련한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예상보다 공급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올 초 집값은 하반기부터 진행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으로 매수 대신 청약을 택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주춤한 상태였지만, 매수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서울 외곽지역 중개업소들은 매수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노원구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 이후 한동안 매수 문의가 없고 매도 물량도 없었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매물을 찾는 고객들이 전화를 해오는 분위기”라며 “보금자리론 대상이라 대출이 50%까지 가능한 6억원 이하를 찾는 젊은 층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매수자들은 조급함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공급대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연달아 밝히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2·4 부동산 공급 대책은 차질 없이 실행돼야 한다”며 야당과 시장 제기된 ‘3기 신도시 재검토’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도 “공급대책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규모 투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는 게 우세한 의견이다. 이 때문에 ‘패닉바잉’ 수요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2월 서울 노원구의 주택 매매가격은 2.46% 뛰며 서울 지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 외에도 양천구(2.30%), 중구(2.12%), 동작구(1.74%) 등 외곽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 평균매매가 상승률(1.14%)보다 크게 가팔랐다.
관악구의 I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다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2·4 대책으로 빌라를 사기도 불안해지고 재개발 지역 아파트를 사기도 불안해진 젊은 층들이 다시 구축 아파트를 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황모 씨(37)도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려볼까도 했지만 땅 투기 의혹 조사 결과에 따라 7월 사전청약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 아니냐”며 “내년에 서울 지역 주택 공급도 더 줄어든다는데 최근 집값이 약간 주춤할 때 매수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2만6000여가구로 지난해(4만8758가구)보다 45%(2만2000여가구) 급감해 반 토막이 났다. 내년에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1만7000여가구 밖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서울 가장 외곽지역으로 꼽히는 금천구에서도 10억원대 거래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전용 59㎡는 지난 1월 말 1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 달 전 실거래가인 9억5200만원보다 4800만원 뛰었다. 금천구 전용 59㎡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1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구로구에선 신도림동 ‘디큐브시티’와 ‘동아1’ 전용 59㎡가 각각 10억원과 10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소형 아파트 10억원대 추세를 굳혔다. 관악구에선 이미 소형 아파트값이 12억원대에 진입했다.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2차’ 전용 59㎡는 지난 3일 12억원에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달 21일 10억9000만원에 거래된 뒤 1억1000만원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부터 서울의 집값이 크게 뛰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실수요가 몰리는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났고, 아직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지역에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통계에서는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이 8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 추산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 평균 매매가격은 8억975만원으로, 전월(7억9741만원)보다 1234만원 올랐다. KB국민은행이 2008년 12월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고가다.
서울 평균 주택값은 2016년 6월 5억198만원으로 처음 5억원을 돌파한 뒤 1년9개월 만인 2018년 3월(6억273만원) 6억원을 넘겼고, 7억원을 넘기는 데까지는 다시 2년1개월이 걸리면서 지난해 4월 7억81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7억원에서 8억원 돌파까지는 불과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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