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마지막 수업', 그 후 150년
佛, 코로나 폭증 병상 부족하자
獨 3개주서 환자 받아준 것처럼
우리도 韓·日 관계 봄바람 기대
“선생님은 프랑스 말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고 훌륭한 말이라는 것. 따라서 우리는 그 말을 잘 간직하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한 민족이 노예가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말만 지키고 있으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등등….”
독일인들도 프랑스가 미웠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 때 프랑스군에 짓밟힌 치욕이 선했다. 독일 언론인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국내에 번역된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2016)에서 “나폴레옹 전쟁에서 독일 사람들은 많은 피를 흘렸다”며 알자스·로렌 강탈을 “나폴레옹이 행한 정복 전쟁에 대한 복수”로 규정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의 비극이 이를 보여준다. 프랑스·독일 젊은이 수백만명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대포와 기관총에 으스러졌다. 두 나라는 영영 불구대천의 원수로 남을 듯했다.
어느덧 한 세기 반이 흘러 예상은 빗나갔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3월로 가보자. 의료체계가 급격히 무너진 프랑스는 독일보다 피해가 컸다. 입원도 못하고 목숨을 잃는 이가 속출했다. 그러자 프랑스와 접한 독일 라인란트팔츠·자를란트·바덴뷔르템베르크 3개주가 프랑스 코로나19 중증환자들한테 선뜻 병상을 내줬다. 독일 보건당국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웃 국가를 도왔을 뿐”이라고만 했다.
무엇이 두 나라 간의 오랜 원한을 녹였나. 먼저 영국의 적극적 중재 노력을 들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총리를 지낸 처칠은 1950년 연설에서 “유럽을 재건하는 최적의 조건은 영국과 프랑스가 협력하는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두 나라가 독일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독일이 화해하면 영국이 이를 보증하겠노라 약속했다.
전후 독일(당시 서독) 첫 총리 아데나워의 겸양도 한몫했다. 패전에 분단의 멍에까지 짊어진 독일로선 프랑스의 지지가 절실했다. 왕년에 프랑스를 이겼다는 우쭐함은 내던졌다. 아데나워는 “독일 국기 앞에선 한 번 절하지만 프랑스 국기 앞에선 세 번 절해야 한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프랑스 대통령 드골의 실용주의 노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의 저력을 잘 아는 그는 프랑스 홀로 대적하기엔 버거운 상대임을 인정했다. 그래서 “독일과 손잡으라”는 처칠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프랑스가 ‘단독 1등’이 못 될 바에야 독일과 ‘공동 1위’라도 하는 길이 더 나았다.
‘마지막 수업’이 발표된 1871년과 비교해 프랑스·독일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체감케 하는 장면이 있다. 2018년 11월 11일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과 독일 총리 메르켈이 1차대전 종전 100주년을 기리고자 파리 북쪽 콩피에뉴 숲에서 만났다. 1차대전 때는 독일이 프랑스에, 2차대전 초반엔 프랑스가 독일에 각각 항복한 의미심장한 장소다. 기념식에 초대된 어느 프랑스 할머니가 메르켈한테 “당신이 ‘마담 마크롱’(영부인)인가요”라고 물었다. 기겁을 한 메르켈은 프랑스어로 “저는 독일 총리입니다”라고 답했다.
태평성대에는 자국 지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법이거늘 하물며 이웃나라 정상을 어찌 알겠는가. 우리도 한·일관계가 좋으면 일본 총리가 스가인지, 아베인지 국민 태반이 관심조차 없지 않을까 싶다.
김태훈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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