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 해제되는 그때 그 시절… ‘추억송’ 다시 흐를까 [S 스토리]
2000년대 풍미했던 ‘토종 SNS’
폐업 위기 벗고 옛 영화 재도전
PC·모바일 두 버전 나올 예정
미니홈피의 배경 음악 ‘브금’
시간 거슬러 다시 한 번 주목
당시 프리스타일의 ‘Y’
브라운아이즈 ‘벌써 일년’ 등
감성힙합·발라드 음악 애용
“BGM, 자신 표현하는 한 수단”
또다시 돌풍 일으킬지 관심
부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억 곱씹기가 한창이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일명 ‘브금’이라고 불리는 ‘BGM(Back Ground Music·배경음악)’. 미니홈피 주인이 직접 도토리를 주고 구매한 BGM은 접속 때마다 자동 재생됐고, 하루에 수십번씩 방문하는 회원들이 이 BGM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추억송’으로 남았다.
싸이월드BGM이 2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싸이월드 부활 소식과 함께 그때 그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당시 BGM 찾으면서 벅스와 지니 등 온라인 음원 서비스 사이트에서는 싸이월드 BGM 모음집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추억의 싸이월드 BGM… 그때 그 노래
2000년대에는 Y와 같은 감성 힙합이 싸이월드 BGM으로 많이 애용됐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돈자랑이나 허세로 무장한 자극적인 속사포 랩 대신 사랑과 이별 등 다소 청승맞은 주제의 힙합이 유행이었다. ‘BK love’(MC 스나이퍼), ‘몽환의 숲’(키네틱 플로우), ‘I Love U, Oh Thank U’(MC 몽), ‘메모리즈...’(윤미래), ‘밤하늘의 별을…’(양정승) 등이 대표적이다.
발라드 노래도 빠질 수 없다. ‘…사랑했잖아…’(린), ‘사랑인걸’(모세), ‘내 사람’(SG 워너비), ‘전화 한 번 못하니’(왁스), ‘통화연결음’(써니힐) ‘남자를 몰라’(버즈) 등이 싸이월드에서 많이 재생됐다. 브라운아이즈의 데뷔 앨범 타이틀 곡인 ‘벌써 일년’은 친구의 싸이월드 ‘파도타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노래였다. 음원차트 21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울 만큼 인기가 많았던 노래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드라마와 영화 OST도 싸이월드 BGM의 단골 메뉴였다. ‘눈의 꽃’(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응급실’(KBS2 쾌걸춘향), ‘만약에’(KBS2 쾌도 홍길동), ‘Perhaps Love(사랑인가요)’(MBC 궁), ‘하와이안 커플’(영화 내 사랑) 등이 대표적이다.
싸이월드 부활 소식에 싸이월드BGM이 덩달아 뜬 데 대해서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당시 BGM이)사이버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싸이월드라는 사이버 개인 공간을 꾸미는 형태로 사용된 음악들은 기존 노래와 다른 특성이 있었고, 그래서 ‘싸이월드 BGM’이란 이름으로 묶였다”며 “남녀 간 사랑이나 이별을 다룬 노래가 많이 BGM으로 선택됐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개인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 등 무거운 주제를 담은 노래 등은 상대적으로 많이 틀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도 “‘싸이월드 BGM’은 휴대폰 컬러링과 같이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며 “나의 감정이나 상태 등을 나타내는 대체물로 BGM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싸이월드가 개인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음악을 BGM으로 사용하는지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라며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팝송, 뉴에이지 노래 등 ‘근사한’ 노래를 BGM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5월에 다시 문을 여는 싸이월드에서도 BGM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과거 감성만으로 싸이월드 자체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데다 BGM의 역할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이버상에 자신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싸이월드가 이러한 달라진 감성과 정서를 얼마나 잘 구축하는지가 우선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를 추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과거의 화려한 영광만큼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성공’은 가능할 수도 있다. 한때 김국진, 이상아, 신효범 등 ‘왕년의 스타’들이 중년이 돼서 만나 서로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버전인 셈이다.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는 월 접속자만 200만명이 넘을 정도 큰 인기를 누렸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대기업의 인수 및 분사 등을 겪으며 큰 위기를 맞았다. 싸이월드는 20여년이 넘는 세월 속에 기업의 흥망성쇠를 모두 보여준 우리 정보기술(IT)역사의 산증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시작은 1998년 서울 홍릉의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만든 EBIZ클럽이라는 창업동아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동형과 형용준 등 학생들은 1999년 9월 1일 싸이월드를 본격적으로 창업했고 이동형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된다.
창업 당시 싸이월드는 클럽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프리챌과 아이러브스쿨, 다음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 이후 3년 동안 큰 성장을 하지 못하던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 미니미, 미니룸, 도토리와 같은 현재 싸이월드의 모습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는다.
여기에 2011년 7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한 SK컴즈는 4년간의 영업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2014년 1월 분사를 결정했다.
2016년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대표가 자신이 소유한 미국 법인 에어(Aire)를 통해 싸이월드를 인수·합병하면서 싸이월드는 다시 한 번 재도약을 준비한다.
전 대표는 2018년 싸이월드의 대대적인 개편 준비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폈고, 싸이월드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인 큐(QUE)를 오픈하며 재도약을 준비했지만 부채로 인해 결국 서비스 중단을 맞는다. 이후 전 대표는 임금 체불 등으로 소송을 겪었고 싸이월드는 회원들의 바람과 달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최종 폐업처리를 했지만 다행히 도메인 연장을 하며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꿨다.
그리고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이 합작해 설립한 법인인 ‘싸이월드 제트(Z)’가 전 대표로부터 서비스 운영권을 10억원에 인수하면서 14개월 만에 서비스 부활을 예고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한 싸이월드는 3월 중 PC(웹) 서비스를 재개하고, 조만간 모바일 서비스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이복진·김건호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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