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방부제·無색소·無첨가제 '3無원칙'이 엄마 손맛 유지 비결입니다"

조정진 2021. 3.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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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전문회사 '해오름식품' 최형석 대표 "배추·무·고춧가루 원료 100% 국산 고집"
김치전문회사 (주)해오름식품’ 최형석 대표. 아버지 최상만 회장이 일군 회사를 물려받은 최 대표는 “국내 최고 품질의 김치를 만들기 위해 원료 구매부터 배달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 종주국이 중국이라니 말이 됩니까. 김치는 고려시대 이래 우리 민족 대대로 내려온 전통 발표식품 아닙니까. 국제 공식명칭도 한글인 ‘김치(kimchi)’로 등록 돼 있고, 세계식품규격(CODEX)과 국제표준화기구(ISO)에도 모두 종주국이 한국으로 되어 있습니다. 2013년엔 한국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지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지난해 연말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국의 김치산업이 국제시장에서 기준이 됐다.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라는 기사를 접한 김치전문회사 ‘(주)해오름식품’ 최형석(31) 대표는 혀를 찼다. 너무 터무니없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새해 1월 13일에는 중국 랴오닝성의 한 방송국 아나운서가 “김치는 중국에서 하찮은 음식”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해오름으뜸김치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깐깐한 품질관리로 아삭한 맛을 내는 명품김치’로 소문나 있다.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은 의외로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나서 ‘중국 언론이 김치 관련 오보를 냈다’고 보도해 조기에 진화됐다. 하지만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에 이어 김치마저 중국 식품으로 둔갑시키려는 중국 문화공정의 일환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일본도 한때 ‘기무치’가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다가 망신만 톡톡히 당한 바 있다.

이에 창업주인 아버지 최상만(64) 회장에 이어 2대째 농업회사법인 (주)해오름식품을 맡아 운영하는 젊은 김치회사 사장 최형석 대표를 만나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해오름으뜸김치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깐깐한 품질관리로 아삭한 맛을 내는 명품김치’로 소문이 자자하다.

해오름으뜸김치의 포기김치.
최 대표가 해오름식품을 맡은 것은 2017년. 2006년 회사를 창업해 11년 동안 운영한 아버지가 어느 날 “너도 이제 곧 30대가 되니 이제부터 네가 맡아서 한 번 해 봐라” 해서 졸지에 회사를 떠맡았다.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던 최상만 회장은 매일 파김치처럼 일에 파묻혀 살던 2006년 어느 날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소개한 기사를 보고 갑자기 김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창업 때부터 아버지께서 어떻게 회사를 만드셨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영해 오셨는지를 줄곧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겁은 나지 않았어요. 물론, 일선에선 물러나셨지만 제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꼭 상의를 드리기 때문에 늘 든든합니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해오름김치’ ‘해오름해뜸김치’라는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는 해오름식품은 특허식품인 ‘과일포기김치’를 포함해 배추김치(포기김치, 막김치, 숙성묵은지, 슬라이스김치, 백김치, 포기통겉절이) 7종류, 특수김치(열무김치, 얼갈이김치, 백열무김치, 고들빼기, 오이소박이, 돌산갓김치, 쪽파김치, 양념깻잎, 나박물김치, 물김치) 10종류, 무김치(석박지, 깍두기, 총각김치, 무생채김치) 4종류 등 총 21가지 김치류와 고춧가루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해오름으뜸김치의 막김치(왼쪽)와 포기김치(묵은지).
해오름식품은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구입·보관, 제조·가공·보존·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 요인들을 각 단계에서 원천 차단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정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몇 안 되는 국내 회사다.

“아버지께서 회사 창업 이후 이룩하신 가장 큰 업적은 HACCP 인증을 획득하신 것입니다. 지금도 가장 큰 성과라고 뿌듯해 하십니다. HACCP은 학교 급식이나 군부대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필수 자격조건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실까지 두고 인증을 받기 위한 연구와 검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은 원래 1959년 나사(NASA, 미항공우주국)의 요청으로 우주식품회사 필스버리사(Pillsbury)가 개발한 것으로 무중력 상태에서 병원균 혹은 생물학적 독소가 전혀 없는 식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HACCP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규정된 12단계와 7원칙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도입됐다.

“우리 회사는 배추를 포함해 무, 고춧가루, 과일 등 모든 원료는 100% 국산만을 고집합니다. 고춧가루 한 톨까지 국산만 씁니다. 여러 단계의 품질 검수를 거치고, 반드시 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하여 출고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농약 및 중금속 잔류 검사를 실시하는 등 식품 안정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과 주로 납품되는 관공서, 검찰, 구청, 유통업체, 학교, 호텔, 백화점 등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는 해오름해뜸김치는 매일 1~2t 이상 출고되며 인터넷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도 협찬한 바 있다. 지금은 자체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해오름해뜸김치는 비롯 김치공장에서 만들어지긴 하지만 자동화시스템이 아닌 가정집과 마찬가지로 30명 안팎의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담그고 있기 때문에 생생한 김치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특히 엄마 손맛을 유지하기 위해 무(無)방부제, 무(無)색소, 무(無)첨가제의 ‘3무(無)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아버지에 이어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구매다. 아버지는 창업 초기엔 좋은 배추를 구하려고 경북 의성, 충북 음성, 강원도 대관령은 물론 전남 해남과 진도 등 전국을 직접 돌아다녔으나 나중엔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양질의 배추를 구입한다. 최 대표도 수시로 새벽시장에 나가 경매를 통해 배추를 구입한다. 물론 부재료인 고추와 무, 열무, 오이, 생강, 마늘도 국산 최상품만 고집한다.

“김치 사업에 있어 질 좋은 최상품의 배추를 구입하는 것만큼 중요한 작업은 없다는 아버지 말씀을 매일 실감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늘 ‘배추 품질이 나쁘면 김치가 제 맛을 낼 수 없다.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치 맛을 유지하는 데는 좋은 배추가 필수다’고 하시면서 배추 사는 일만은 절대로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으셨거든요. 저도 마찬 가지입니다.”

해오름으뜸김치의 석박지(왼쪽)와 총각김치.
재료만 신경 써선 안 된다. 먹을거리를 만드는 곳인 만큼 철저한 위생은 필수다. 직원 위생복과 위생모 착용은 물론 몇 단계에 걸친 철두철미한 소독과정을 거친 후 김치 제조 공정에 참여할 수 있게끔 수시로 임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식품 사업은 한 순간의 실수나 방심이 사업을 접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24시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해오름종합식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내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체 개발해 특허를 낸 ‘과일포기김치’는 전국의 소비자가 인정한 배추김치로 ‘한번 먹으면 단골이 된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호평을 받고 있는 상품입니다. 우리 해오름해뜸김치를 대한민국 대표 김치 브랜드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해준 효자 상품입니다. 사과와 배를 잘게 썰어 넣고 매실 원액을 사용하는 게 비결입니다. 젓갈도 우린 꼭 3종류 이상씩 넣습니다. 새우젓은 인천 강화와 충남 홍성군 광천에서 직접 구매해 옵니다.”

최 대표는 식당가를 장악한 중국산 수입 김치에 대해 경계령을 내린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대중식당들에서 헐값인 중국산 김치를 마구 수입해 사용하는 것은, 김치 종주국 국민인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손맛이라는 기술력도 문제이지만, 배추와 무, 고춧가루 등 원료 자체가 중국산과 국산은 비교 불가라고 단언한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식물은 씨가 뿌리 내린 곳의 풍토와 기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나 진도의 월동배추 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선 도저히 생산할 수 없는 웰빙 배추입니다. 고추도 당분과 색깔, 향이 국산만한 수입품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밥은 물론 라면조차 김치 없으면 못 먹는 한국인에게 김치는 음식 이전에 문화입니다. 원료가 정직해야 김치 맛도 정직합니다.”

최근 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가 김장 돼 있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과 독일만이 사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폐의학과 교수는 “김치 덕분”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의하면 장 부스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국가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사망자 수가 적은 한국과 독일에서는 배추를 발효시켜 먹는다는 식생활의 공통점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발효한 배추가 사람의 세포막에 있는 ‘ACE2’ 효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즉,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효소와 결합해서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데, 발효된 배추가 이 효소의 천연 억제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02년 겨울 사스(SARS) 바이러스가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휩쓸며 7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단 한 명만 감염되는 데 그쳤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당시 영국 BBC는 김치에 함유된 마늘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치가 바이러스 감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김치 수출량은 전년 대비 348.1%나 증가하며 김치 시장은 전례 없는 특수를 누렸다.

해오름으뜸김치의 비금도소금(왼쪽)과 고춧가루.
“사실 김치에 다량 함유돼 있는 식물성 유산균은 동양인의 장(腸)에 최고 적합한 균(菌)입니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를 만드는 동물 유산균에 비해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는 식물 유산균은 김치, 된장, 절임 식품 등 발효 음식을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 와 면역력을 키워줍니다. 특히 내산성과 내염성이 강하고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도 과일이나 채소, 곡물, 장류, 절임식품 등의 식물성 소재를 기본으로 성장하는 유산균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급식 납품이 중단 돼 매출 타격이 크지만 해오름해뜸김치는 그동안 확보해 놓은 고객과의 신뢰로 주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 대표는 특히 “우리 회사는 100% 주문 직후 당일 생산 체제로 운영된다”며 “앞으로는 수출용 브랜드 개발과 전국 장터를 기반으로 ‘묵은지찜’을 위시한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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