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징 레이더 기술 기업 '비트센싱'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2)]

2021. 3. 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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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5년 2월 1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30명이 부상을 입었다. 갑작스러운 안개로 가시거리가 10m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람 대신 안개를 뚫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서 설립된 회사가 있다. 이미징 레이더 기술 기업 비트센싱이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지난 2월 19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39)는 “차량용 레이더를 개발한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사고라고 생각했다. 레이더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고 말했다. 영종도 추돌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은 레이더 기술을 사람을 살리는 데 적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2018년 1월 비트센싱을 창업했다. 이 대표와 함께 만도에서 국내 최초 차량용 레이더를 개발한 핵심인력이 한배를 탔다.

자율주행 시대 앞당긴다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센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두 기술이 라이더(LIDAR)와 레이더 센서이다. 라이더는 레이저(빛)가 사물에 반사돼 되돌아올 때의 변화를 측정해 거리와 방향, 속도 등을 파악한다. 레이더 역시 라이더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레이저가 아닌 전파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악천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레이저는 직진성이 강해 눈이나 안개를 만나면 산란이 돼 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라이다는 포인트 클라우딩으로 고해상의 영상 정보를 촘촘히 구현해낼 수 있지만, 유지보수가 쉽지 않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단가도 아직 높은 편”이라면서 “레이더 기술은 장거리 감지가 가능하고, 날씨와 조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잘 받지 않아 안개나 눈·비가 많은 날에도 감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레이더는 가격도 라이더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에서 레이더가 라이더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자율주행 기술의 보편화 측면에서도 라이더보다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레이더 센서는 이미 최근 출시 차량에 포함되는 차 간 간격 유지나 차선유지, 스마트 크루즈 등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레이더는 가까이 있는 사물을 한덩어리로 인식해 레이더만으로는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없다. 레이더로 공간의 형상을 구현하려면 카메라를 이용한 센서융합이 필요하다. 비트센싱이 개발한 ‘이미징 레이더’ 기술의 핵심이다.

비트센싱은 창업 3년 사이 이미징 레이더 기술 기반의 제품을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첫 작품인 ‘에어트래픽’은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결합해 속도와 점유율, 차량을 구분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에어트래픽은 이미 세종 스마트시티, 판교의 자율주행센터 주변 등에 설치돼 교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하는 지자체와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시하는 77㎓(기가헤르츠)의 ADAS 레이더는 해당 기능이 없는 기존 상용차에 장착해 쓸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용으로 79㎓의 대역을 사용하는 AIR 4D도 올해 상반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서융합,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정확한 감지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통신이 끊겨 다른 정보를 받을 수 없을 땐 모든 걸 자동차의 센서에 의지해 해결해야 한다. 300~500m를 내다보고 폭우 등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인 센싱을 하려면 결국 이미징 레이더 기술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안전성과 편의성에서 우위에 있는 레이더 센서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센싱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과 함께 개발한 차량 모니터링 솔류션 ‘MOD620’은 뒷자석 탑승자 알림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 비트센싱


스마트한 생활의 민주화

비트센싱은 레이더 기술을 자율주행만이 아니라 헬스케어, 모빌리티,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일상의 기술로 변모한 레이더의 미래를 올해 CES에서 선보인 미니H에서 엿볼 수 있다. 미니H는 가정의 벽면에 부착해 쓰는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60㎓의 고해상도 레이더 센서로 호흡과 맥박 수를 파악해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영유아 무호흡을 감지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흉곽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심장 박동의 떨림까지 잡을 수 있는데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도 작동하고 옷과 담요도 투과할 수 있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H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지 않다. 이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사생활 유출 문제를 덜고, 불이 나거나 습한 곳에서의 시야 확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최근 이 기술을 이용해 차량용 센싱 솔류션인 ‘MOD620’도 개발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과 협업해 만들었다. 자동차 뒷좌석 탑승자의 생체 신호를 감지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탑승자가 운전자 없이 방치됐을 경우 경보를 울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비트센싱은 퓨처플레이에서 초기 투자를 받은 이후 지난해 6월, 7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 규모는 85억원이다. SKT 5GX 트루이노베이션에 발탁되고,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18곳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MOD620은 인피니언과 함께 글로벌 완성차, 전자업체와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3월 초까지 베트남에 머물 계획이다. ADAS를 갖춘 차량이 많지 않은 베트남에서 충돌 경보형 레이더를 버스나 트럭에 다는 시범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MOD620이나 ADAS 보급 사업은 모두 이 대표의 철학인 안전을 위한 기술의 보편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대표는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앞당기고,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한 스마트 라이프를 경험하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런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은 표현이 미니H의 소개 영상에 나오는 “스마트한 생활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Smart Life)”이다. 이 대표는 “레이더 기술이 보편화돼 누구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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