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주년 3.1절]우주에서 본 만세운동의 현장 '아우내 장터'

고재원 기자 2021. 3. 1.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을 한 충남 천안 아우내장터.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3A호로 2019년 1월 촬영했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919년 3월1일 서울에서 시작된 3·1 운동은 충북 옥천을 비롯한 각 지역으로 파급돼 길게는 4월까지 계속됐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재학 중인 1919년 3월5일 서울 남대문 독립만세 운동에 참여했고, 이어 4월1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 장터의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일제에 체포됐다. 일제의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1920년 서대문형무소에서 18살 꽃다운 나이에 순국했다.  일제강점기 유관순 열사와 당시 민중들이 독립만세 운동을 펼친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 모습이 국내 기술로 만든 광학위성에 생생하게 잡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19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만세운동 유적지와 임시정부청사의 현재 모습을 촬영한 인공위성 영상 공개한 영상들 가운데 하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을 주도한 국산 광학 촬영 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호와 3A호로 촬영했다. 102주년 3.1절을 맞아 직접 가보지는 못하지만 그날 그때 독립운동의 현장을 한국의 인공위성 영상으로 살펴봤다.

일본 군함도

일제시대 강제징용지였던 일본 하시마 섬(군함도)의 모습. 다목적실용위성3호로 지난 13일 촬영했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본 남서쪽 나가사키 항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 하시마. 남북 480m에 동서 160m의 길쭉한 섬 모양이 일본 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 섬은 19세기에 매립을 통해 만들어진 뒤 1940년대 수백 명의 조선인이 강제징용돼 석탄 노동을 한 곳이다. 최악의 노동 환경으로 '지옥섬'으로 불렸지만, 폐광 이후 관광지로 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그늘진 역사를 대변하는 이 섬의 모습이 국내 기술로 만든 광학위성에 생생하게 잡혔다

뤼순형무소와 사할린

일제 시대 강제징용지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 사할린 코르사코프 항구. 다목적실용위성 3A호로 작년 4월 촬영했다. 사진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외에서는 안중근, 신채호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순국한 중국 다롄의 뤼순형무소(아래 사진)와 일제 시대 강제징용지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 사할린 코르사코프 항구(두번째 아래 사진), 독립운동가 등이 모여 살던 한인 집성촌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이 영상에 담겼다.

 

중국에 남겨진 임시정부청사들

임시정부 청사들도 아리랑3호와 3A호에 포착됐다.  중국 상하이는 독립 운동가들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있는 성지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상하이는 당시 세계 무역 중심지로 유럽국가의 조계지가 형성된 곳이다. 일제 눈을 피해 활동하기 수월했고 정보 수집과 외교 활동에서도 지리적 이점이 많았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이곳에서 출범한 것도 이런 요인이 컸다. 27년에 이르는 임시정부 활동 기간 중 절반에 가까운 13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100년 전 임정이 출범한 첫 청사 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926년 7월부터 1932년 4월까지 약 6년간 사용된 청사가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임정 청사로 알려진 건물은 프랑스 조계지인 미당루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이 지역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고풍스러운 전통주택인 스쿠먼(石庫門) 양식의 집들과 유럽풍 양식의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이 지역 복판에 임시정부 현판이 걸려 있다. 지금도 고급 레스토랑과 노천카페, 외국 명품 의류상점이 즐비하다. 그러나 일제 탄압과 중국 침략이 본격화하면서 임정은 12곳을 옮겨 다니며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아리랑3A호가 촬영한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청사와 주변 지역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번에 공개된 인공 위성 사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최초로 자리 잡은 상해임시정부 유적부터 마지막 충칭 임시정부 유적 등 임시정부 유적 8곳 중 7곳이 담겨있다. 일제 탄압을 피해 중국 곳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독립 운동을 이어간 독립운동가들의 고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관측을 위해 지난해부터 아리랑3호와 아리랑3A호로 중국 내 임시정부 청사를 촬영하는 한편 기존 촬영된 사진 가운데 날씨가 선명할 때 찍은 사진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임시정부(1919년 4월~1932년 5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A호가 지난해 4월 15일 촬영한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주변 모습. 현재 유럽풍 거리로 유명한 신천지거리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항저우 임시정부(1932년 5월~1934년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3A호가 지난해 2월 1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상공에서 촬영한 두 번째 임정 청사 모습. 왼쪽으로는 항저우시 상징인 서호가 보인다. 

전장 임시정부(1934년 11월~1937년 11월) 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3호가 2015년 11월 17일 중국 장쑤성 전장 상공에서 임시정부 청사로 추정되는 터를 촬영했다. 이 장소는 현재는 현대식 오피스텔과 쇼핑몰이 들어섰다. 

광둥 임시정부(1938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3호가 2013년 9월 27일 촬영한 광둥 임시정부 청사 모습. 현재 건물이 남아 있지만 가정집으로 사용되고 있다.

류저우 임시정부(1938년 11월~1939년 4월) 유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3호가 지난해 10월 3일 중국 남부에서 촬영한 류저우 임시정부 유적. 현재는 ‘임시정부 항일투쟁 활동 진열관’이 운영되고 있다. 

치장 임시정부(1939년) 터

다목적실용위성 3호가 올 2월 5일 중국 쓰촨성 치장에서 촬영한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촬영했다. 임시정부 흔적은 남아 있지 않으며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충칭 임시정부 연화지 청사(1940~194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3A호가 지난해 4월 9일 충칭 임시정부를 촬영한 모습. 충칭 임시정부 청사는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중국 내 임시정부 청사 중 규모는 가장 크다. 재개발 중인 아파트촌과 주택가 한가운데 있다. 

이번 촬영에 동원된 아리랑 3호는 2012년 5월 18일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지구상공 685㎞를 하루에 14바퀴씩 돌며 지상을 감시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위성에는 서울과 제주도보다 먼 거리에서 가로세로 각각 65~70㎝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고성능 카메라가 달려있다.

2015년 3월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3A호는 지구 상공 537㎞ 궤도에서 지구를 하루에 15바퀴씩 돌며 지상을 관측하고 있다. 위성에는 가로세로 각각 55㎝ 크기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고해상도 광학카메라가 달려있다.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을 인식하거나 중소형차를 구별하는 수준이다. 아리랑3A호에는 또 세계 민간 위성 가운데 최고 정밀도를 보유한 적외선(IR) 감지 센서도 달려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