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은 타이밍인데"..통신3사 탈통신 행보에 딜라이브·CMB 찬밥신세?

이경탁 기자 2021. 3.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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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브·CMB, 통신사와 매각 협상 지지부진
올해 매각 체결도 미지수…몸값 높이기 원하나
통신업계 관심사는 OTT 등 신사업으로 옮겨 가

조선DB

국내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와 CMB가 인수합병(M&A)시장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는 유료방송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두 기업 모두 인터넷TV(IPTV)를 서비스 중인 통신사들과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 작업이 소강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통신사 입장에서도 큰 비용을 들여 케이블TV를 인수하기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각 완료를 목표로 했던 딜라이브와 CMB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주요 매물은 케이블TV 업계 3위인 딜라이브와 4위인 CMB만이 남은 상황이다. 만약 두 기업 모두 통신사로 매각이 된다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통신업계가 장악하게 된다.

딜라이브는 매물로 나온 지 수년이 지났으나 가격 이견으로 인수합병(M&A) 시도가 여러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낮은 1인당 매출 효율성과 순자산 가치가 마이너스인 등 재무 상태가 안 좋은데도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매각가를 9000억~1조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광화문 사옥 전경. /KT 제공

그러다 지난해 11월 KT(030200)가 딜라이브 채권단이 진행한 예비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단독 제출했다. 황창규 회장 재임 시절에도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다 당시 ‘합산규제’로 발목이 잡혀 무위로 돌아갔다. 구현모 대표 지난 2019년 취임 초까지만 하더라도 딜라이브 인수 재추진에 관심이 없던 상황이었다.

이후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을 인수하면서 딜라이브 인수 가능성이 아예 없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료방송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략을 재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KT와 딜라이브는 최근까지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KT는 딜라이브 인수가격으로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보다 수천억원 낮은 6000억~7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매각을 주도하고 매각 주관사에 업무를 일임했다 보니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 3사와 ‘기밀유지협약(NDA)’을 맺었던 CMB도 딜라이브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김앤장을 매각법률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신속히 매각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 사항이 없다. ‘주식교환’ 형태의 인수안을 제안한 SK텔레콤(017670)에 이어 LG유플러스(032640)에서 인수를 위한 세부 자료를 요청하는 정도의 관심을 가진 수준이다.

CMB 사옥 전경. /CMB 제공

CMB의 경우 딜라이브보다 매각가가 저렴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충청권 중심의 권역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별 기대수익(ARPU)가 낮고, 8레벨 잔류 측파대 전송 방식(8VSB) 가입자가 많아 향후 IPTV 가입자로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CMB는 매각가로 최소 5000억원 이상을 원하고, 통신사는 2000억~3000억원을 적정가로 보고 있다. 최근 사임한 김태율 CMB 대표도 매각 협상 실패를 책임진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CMB 관계자는 "건강상 문제로 사임한 것이고, 3인 공동 대표 체제에서 추가 대표 선임 없이 2인 공동 대표 책임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딜라이브와 CMB 모두 올해 상반기 구체적인 매각 논의 재개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기반의 신사업이 중요해진 가운데 올드 미디어의 대표격인 케이블TV는 뉴미디어 신사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최근 미디어 시장이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일러스트= 안병현

지난 몇 년까지만 하더라도 통신업계의 케이블TV 인수는 대세였다.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구 CJ헬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 티브로드, KT가 현대HCN 등을 차례대로 인수 또는 합병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통신사들이 포화된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 추가 확보를 위해 기존 유료방송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통신사들이 탈통신 기반의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굳이 추가적인 인수에 목을 안 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올해 하반기 국내 서비스 예정인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가 어디와 제휴하냐다. 통신사 모두 자체 OTT를 키우며 디즈니와의 협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당장 케이블TV 인수로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사업 구조와 서비스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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