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저·웍슬레저에 '줄넘기 전용 옷'까지..코로나19, 일상복을 바꾸다

김지원 기자 2021. 2. 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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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휠라(FILA)가 지난해 런칭한 애슬레저 전용 브랜드 ‘휠라 스튜디오’ 이미지. 휠라 제공

휠라스튜디오(FILA Studio), 질스튜어트 스포츠, 위뜨, 루시스(Lusis)…. 지난 한 해 새롭게 론칭했거나 스포츠웨어 구성을 대폭 강화한 애슬레저(Athleisure) 브랜드들이다. 최근 삼성물산패션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는 최초로 요가복 제품군을 내놓았고, SPA브랜드 ‘탑텐’도 애슬레저웨어 ‘밸런스’ 제품군을 남성복까지 넓혔다.

애슬레저룩은 애슬레틱(athe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용어로, 일상생활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션을 말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약 5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2016년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2020년엔 시장 규모가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애슬레저 시장 규모를 2019년 2819억달러(약 337조5800억원)에서 2020년 3652억달러(약 437조33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슬레저는 패션업계에서도 ‘반짝’ 유행이 아닌 뉴노멀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의 공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끝나고도 지속될 10가지 일상 풍경 가운데 하나로 ‘홈트(홈트레이닝)’을 꼽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헬스장, 수영장 등 실내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유튜브 등을 보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늘었고, 이런 트렌드가 곧 패션에서도 애슬레저, 원마일 패션(one-mile fashion·집 앞에 나설 때 가볍게 입는 레깅스, 요가복 등의 패션) 붐으로 이어진 것이다.

■‘줄넘기 전용 운동복’까지 나왔다...기능, 편의성이 최고

기존의 애슬레저가 ‘스포츠’를 패션의 요소로 더한 느낌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애슬레저에선 본연의 목적을 살린 기능성 의류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애슬레저를 단순히 편한 일상복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애슬레저를 입고 직접 운동을 하는 인구가 늘면서다.

지난해 8월 코트라(KOTRA)가 발간한 미국 스포츠웨어 시장 분석에 따르면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Brooks, Hoka one 등 스포츠 본연의 기능에 주목한 틈새 브랜드의 성장이 눈에 띈다. Hoka One의 경우 직접 착용하지 못하고 구매해야하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요 활동별(달리기, 하이킹, 피트니스 등), 하체부위별 통증, 부상여부 등을 선택해 최적의 기능성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슈 파인더(Shoe finder)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CJ오쇼핑의 자체 골프웨어 브랜드 장 미쉘 바스키아는 오는 3월 젊은층을 겨냥하기 위해 윈드브레이커, 기능성 스니커즈 등 기능성 초경량 소재를 활용한 신제품군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웨더코트엔 다공성 멤브레인이 적용된 원단을 사용해 방수, 발수, 방풍 등의 기능을 강화했다. ‘인간의 운동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스포츠웨어’를 모토로 2005년 세계 트라이애슬론 선수 제이미 헌트가 설립한 호주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투엑스유(2XU)’는 지난해 7월 독자적인 근육맵핑기술을 활용한 컴프레션 레깅스 등의 신제품군을 내놓은 뒤 국내 스포츠 인구의 호응을 얻고 있다.

네파 키즈가 ‘김수열 줄넘기’와 협업해 와디즈를 통해 내놓은 줄넘기에 특화된 아동 스포츠웨어 /네파 키즈 제공

26일 네파 키즈는 ‘김수열 줄넘기’와 협업해 줄넘기용 아동 스포츠웨어를 출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파 키즈 측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된 줄넘기용 스포츠웨어는 땀 흡수에 최적화되고 신축성이 좋은 상하의, 재킷, 발목과 관절 충격을 줄여줄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로 구성됐다.

■역대 최고 매출 경신 관련 업체들...여성복은 울상

이처럼 패션업계서 애슬레저 트렌드가 핫해지면서 기존 유서 깊은 운동복 브랜드들을 비롯한 애슬레저 특화 패션 기업들의 매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성복, 영캐주얼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지난 1월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47개점포의 23개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기준 롯데백화점의 여성복 매장은 18.3%, 신세계 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21.2%, 12.6% 매출이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방영한 젝시믹스의 브랜드 광고. Creative와 Active를 결합한 ‘Creactive wear’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남성 소비자들까지 타깃층을 넓혔다. /젝시믹스 제공

한편 지난해 토종 ‘빅3’ 요가복 브랜드로 꼽히는 젝시믹스와 안다르, 뮬라웨어는 각각 1094억, 1000억, 6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등 호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비즈니스 착장도 한층 편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해 최근 출근 복장으로도 활용 가능한 ‘웍슬레저(work+athleisure)’ 레깅스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관련 국내 회사들의 호실적도 주목받고 있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의 주문제작생산(OEM)을 실시하고 있는 영원무역도 그중 하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지난해 매출은 2조3651억원, 영업이익은 229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대비 12.5%, 14.3% 상승한 수치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국내 라이선스를 보유한 F&F 역시 디스커버리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오른 721억원을 달성했다.

26일 개장한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국내 8번째 룰루레몬 매장/룰루레몬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홈트족 증가는 세계적인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에도 호재로 다가왔다. 룰루레몬은 지난해 실시된 글로벌 미디어 그룹 WPP와 브랜드Z의 ‘상위 75개 소비재 브랜드 가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40%)으로 선정됐다. 코스트코(35%), 아마존(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년간 상승한 룰루레몬의 브랜드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97억달러(약 11조6200억원)에 달한다. 룰루레몬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6월엔 홈트레이닝 콘텐츠 스타트업 ‘미러’를 5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미러는 집에서 복싱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을 할 수 있는 기기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한편 룰루레몬은 2016년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로 국내에 첫 발을 들인 이후 이날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에 국내 8번째 매장을 오픈하면서 지속적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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