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을 대변하는 서늘한 사운드트랙

배순탁 2021. 2. 24. 11: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화 〈소울〉을 봤다.

장안의 화제, 영화 〈소울〉이다.

〈소울〉은 포스터에 보이는 것처럼 그저 재즈를 좋아하는 한 남자와 고양이의 모험담이 아니다.

아름답게 서늘한 〈소울〉의 사운드트랙 역시 없었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제 영화 〈소울〉의 메인 사운드트랙은 '재즈'다. 하지만 '진짜 메인'은 재즈를 제외한 '앰비언트' 음악이다.
ⓒAP Photo2018년 11월18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트렌트 레즈너.

영화 〈소울〉을 봤다. 펑펑 울었다. 하긴, 나는 원래 눈물이 많은 타입의 인간이다. 강산에가 고등학생들 옆에 앉아 노래방 반주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도 오열했다. 이 정도면 특기란에 ‘대성통곡’이라고 써넣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혹시 못 봤다면 저 영상, 꼭 한번 감상하기를 권한다. 유튜브에 ‘강산에 노래방’이라고 치면 나온다.

그래. 맞다. 장안의 화제, 영화 〈소울〉이다. 현재 대한민국 극장가는 〈소울〉과 〈귀멸의 칼날〉, 두 애니메이션이 쌍끌이하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나는 개봉하자마자 둘 다 봤다. 그럼에도, 나는 눈물은 많지만 김세윤의 영역을 무단 침범하는 짓 따위 하지 않는다. 즉 이제부터 내가 쓸 건 영화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음악’임을 알아주기 바란다.

일단 재즈다. 〈소울〉은 포스터에 보이는 것처럼 그저 재즈를 좋아하는 한 남자와 고양이의 모험담이 아니다. 초반 플롯은 좀 평범하지만 이게 지나고 나면 이리 튀고 저리 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관객을 능수능란하게 인도한다. 그렇다. 〈소울〉의 플롯은 마치 재즈의 문법과 꼭 닮았다. 인터뷰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이유에서 제작진은 이 영화의 메인 사운드트랙이 무조건 재즈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나 ‘진짜’ 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재즈를 제외한 나머지 전자음악이다. 솔직히 음악적으로만 봤을 때 존 바티스트가 감독한 재즈에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흠잡을 곳 없지만 특별한 구석 역시 없었다고 할까. 썩 괜찮은 재즈 음악에 착하고 예쁜 엔딩 음악(‘It’s All Right’), 이게 전부다. 적어도 나에게 음악의 주연은 방금 언급한 일렉트로닉 뮤직이었다. 사실 이게 파고들면 꽤 어려운 ‘앰비언트’류의 음악인데 이 거대한 상업영화 속에서 조금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점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거칠게 분류해 재즈가 이승이라면 앰비언트는 저승을 대변한다. 입체적인 사운드 디자인이 그야말로 압권을 형성하는데 묘한 긴장감을 스크린 위로 퍼트리면서 관객의 귀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 소리가 장면을 집어삼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확언할 순 없지만 이 음악을 주관한 트렌트 레즈너는 〈소셜 네트워크〉(2010)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쥘 확률이 높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의 음악을 향해 격찬이 쏟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소울〉을 애정한다면 〈송 익스플러더〉

이렇듯 〈소울〉의 매혹에 푹 빠져 있는 와중 넷플릭스 시리즈 〈송 익스플러더〉를 봤다. 새로운 시즌이 업데이트된 뒤 체크하지 못해서 일단 틀고 본 거였다. 만약 당신이 〈소울〉을 애정하게 되었고, 넥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트렌트 레즈너 편을 반드시 보기를 추천한다.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 시절 그가 발표한 최대 히트곡 ‘허트(Hurt·1995)’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허트’는 그를 살게 해준 곡이었다. 이전까지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었다. 갑작스러운 슈퍼스타덤의 내부에서 허우적거리며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그 당시 그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몽땅 쏟아부은 곡이 바로 이 곡 ‘허트’였다. 그렇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허트’가 없었다면, 그리하여 그가 구원받지 못했다면, 이후 영화음악가로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게 되는 그의 미래 역시 없었을 것이다. 아름답게 서늘한 〈소울〉의 사운드트랙 역시 없었을 것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edito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