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250만 '셀럽', 北 해커들 돈세탁해주다 걸려

북한 해커들이 가로챈 돈의 세탁을 맡다가 걸린 인플루언서 '허쉬파피' 인스타 /사진=온라인 캡처

나이지리아의 소셜미디어(SNS) 유명인사가 북한 해커들이 빼돌린 자금의 세탁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나이지리아인 라몬 올로룬와 압바스(Ramon Olorunwa Abbas)를 북한 해커들의 돈세탁에 협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허쉬퍼피(Hushpuppi)’라는 아이디로 고급 승용차나 전용기 탑승 사진을 올리며 팔로워 250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전 세계 은행·기업 등을 상대로 해킹 공작을 벌여 13억달러(약 1조4300억원)가 넘는 현금과 암호화폐를 가로챈 혐의로 북한 해커 3명을 지난해 말 기소했다. 이들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전창혁, 김일, 박진혁으로 알려졌다. 박진혁의 경우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다룬 영화 '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 소니픽처스에 해킹 공격을 가한 혐의로 2018년 북한 공작원 중 최초로 미국 정부로부터 기소된 바 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2019년 2월 몰타은행에서 훔친 돈을 압바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압바스는 앞서 북한 해커들이 기소될 때 자금세탁 관련 혐의가 함께 공개된 캐나다계 미국인 갈렙 알로메리(Ghaleb Alaumary)와 함께 일했다. 해커들이 파키스탄 이슬람은행과 인도은행의 자동인출기(ATM)를 해킹해 훔친 수백만 달러의 돈을 세탁하기 위한 조직을 운영했다.

아울러 압바스는 2019년 10월 미국 로펌 법률 대리인을 속여 92만3000달러(약 10억원)를 가로챈 일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한 축구팀으로부터 1억2500만달러(약 1375억원)를 훔치려 음모를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비즈니스 이메일 침해(BEC)와 각종 사기로 조성된 수억달러를 세탁한 혐의로 지난해 7월 두바이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상태다.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 해커들은 ‘라자루스’, ‘APT38’ 등 여러 해킹그룹에 속해 활동해왔다.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금융전산망(SWIFT) 해킹을 통한 금융기관 대상 현금 탈취 ▲2018년 ATM 현금 인출 방식의 도난 ▲2017년부터 워너크라이 등 랜섬웨어 공격 시도 ▲2018년부터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지갑 해킹 ▲2016년부터 미국 정부·기관 대상 사이버공격 등의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해커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기술 확보를 위한 해킹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6일 북한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원천기술을 해킹을 통해 얻으려 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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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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