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제품 쓰고, 먹고, 놀고.. 소비자들 '취향 저격' [이슈 속으로]

박성준 2021. 2.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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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발길 끄는 브랜드숍
기업들, 자사 브랜드 제품 한자리에
체험 통해 홍보·판매 '두 토끼' 잡아
매일유업 고창에 조성한 '상하농원'
친환경 먹거리 생산과정 오감 체험
시몬스 테라스 '침대과학' 밀착 상담
이브자리 '수면클리닉' 스토어 운영
가구·가전 제품서 식품 등 영역 확대
온라인 시대 차별화된 콘텐츠로 유혹
상하농원.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매일유업·정부·지역주민이 함께 만든 농촌테마파크. 친환경 농축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쉴 수 있는 공간.
소비의 역할은 ‘필요 충족’이란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많은 상품이 자아를 드러내고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선택받는다. 소유의 대상에서 즐기고 경험하는 콘텐츠로 상품은 진화 중이다. 그러면서 온라인 쇼핑이 시장·백화점을 대체하자 매장 역할도 바뀌고 있다. 특히 각 기업이 공들여 조성한 브랜드숍은 자사 제품을 소비자가 만지고 느끼면서 자연스레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감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약 10만㎡ 땅에 조성된 ‘상하농원’은 이 같은 브랜드숍이 극대화된 사례다. 시작은 ‘고창 상하지구 농어촌 테마공원 조성사업’. 정부와 고창군, 매일유업이 무려 8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 4월 개장했다. 지역살리기인 만큼 정부 예산 100억원이 투입됐고 애초 100억원을 투자하려던 매일유업은 270억원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서 청사진을 그린 건 현대미술작가 김범, 건축가 최춘웅, 조경예술가 강의숙이다.

그 결과 탄생한 상하농원은 ‘짓다-놀다-먹다’를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자연 그대로의 친환경 농축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그 결과물을 장인의 힘을 빌려 제대로 만든 먹거리 등으로 즐기며 배움도 얻을 수 있다. 농원 안에는 친환경 농법으로 제철 채소를 키우는 텃밭 농원과 유기농 목장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소출은 바로 옆 햄공방, 과일공방, 빵공방, 발효공방에서 장인들이 공들여 건강한 식료품으로 만든다. 발효공방의 경우 유기농 콩으로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 등을 써서 전통 재래방식 그대로 자연 건조와 청정 소나무 숲에서 자연 발효시킨 된장을 즉석, 1년 숙성, 3년 숙성으로 나눠 소량 생산한다.

농원에서 만들어진 먹거리는 농원 안에서 소비된다. 3층 높이 41개 객실 규모의 소박하면서 단아한 느낌이 특징인 호텔 파머스빌리지가 지어졌고, 손님을 위한 농원식당과 상하키친 식탁에 목장과 공방에서 만들어진 싱싱한 먹거리가 오른다. 한겨울에도 객실을 한 달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투숙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상하농원 측은 1차산업인 농·축·수산업과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이 합쳐져 농가 소득과 일자리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일으키는 6차산업 현장이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브랜드숍 대표적 성공사례는 시몬스 테라스다. 침대업체 시몬스가 경기 이천 공장 옆에 지은 고객 체험 공간. 미국 본사부터 디자인 마케팅으로 유명한 기업답게 깔끔하게 구성한 공간에 자사 제품 스토리텔링을 충실하게 채웠다. 제품 홍보관이면서 가벼운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쇼룸처럼 꾸민 제품 체험 공간과 건물 바깥 정원, 자사 제품 기술력 우위를 과시하는 ‘매트리스 랩’,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박물관이 볼 만하다. 지하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된 제품 체험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미술관 도슨트처럼 직원이 일대일로 마중 나와 충실한 제품 체험과 수면 상담을 도와준다.
시몬스 테라스. 침대업체 시몬스가 경기 이천 공장 옆에서 운영하는 고객 체험공간. 제품 체험공간과 브랜드 역사관, 매트리스 랩, 커피숍 등이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 최근 '가상의 여행' 전시 개막.
최근에는 비행기 탑승부터 여행지 도착까지 실제 여행의 여정 순으로 구성된 ‘가상의 여행’ 전시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비행기 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을 겨냥한 행사다. 비행기 기내와 유명 여행지를 연상케 하는 시각적인 요소는 물론 공항 안내방송과 기장의 목소리 등 청각적인 요소로 꾸며졌다. 지난해 미국 유명잡지 타임지에 소개된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김강희를 비롯해 소셜 아트(Social Art) 4팀이 작업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제한된 일상에서 ‘무착륙 비행’, ‘랜선 여행’ 등으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분들에게 소중한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침구업체 이브자리가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숍. 수면질환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수면 체험실과 침구 맞춤 제안.
침구업체 이브자리는 특색 있게 수원 아주대병원에 수면환경연구소 형태의 브랜드숍을 열었다. 수면클리닉이 갖춰진 의료시설에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불면증, 코골이, 수면 무호흡, 하지 불안증 등 수면질환 환자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좌우로 흔들리는 모션베드 등 최적의 수면환경을 갖춘 수면 체험실을 설치했다. 설문 및 경추 측정기 등 전문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수면을 분석하고 컨설팅 결과를 기반으로 맞춤 침구를 제안받을 수도 있다.
다이슨 데모스토어. 다이슨 코리아가 여의도 IFC몰에 개설한 최초로 전제품 시연 가능한 브랜드숍. 모발 제품 구역에서는 샴푸부터 헤어 스타일링까지의 서비스 제공.
진공청소기에서 시작해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으로 제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다이슨 코리아는 최근 서울 여의도 IFC몰에 대규모 브랜드숍을 개설했다. 전 제품군을 판매하는 데모스토어를 연 것은 처음이다. 323㎡ 공간에서 고객들이 자유롭게 다이슨 전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다. 주력은 역시 진공청소기인데 다이슨 전 제품을 직접 바닥에서 굴리며 조작 용이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모발 제품 구역에서는 예약 및 현장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샴푸부터 헤어 스타일링까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공기청정기 및 가습기 제품 구역과 조명 제품 구역에서는 가습 공기청정기와 조명 제품 등 평소 눈으로 효과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제품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다.
롤리폴리 꼬또. 오뚜기가 서울 논현동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숍. 오뚜기 제품 기반한 간단한 메뉴 맛볼 수 있는 식당 운영.
‘3분 카레’로 유명한 식품기업 오뚜기도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논현동 두 건물 사이 자투리땅에 조용히 ‘롤리폴리 꼬또’라는 브랜드숍을 열었다. 애초 작은 제품 식음 공간으로 출발한 공간 구상이 젊은 세대에게 오뚜기 브랜드 새로운 이미지를 전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확장됐다고 한다. ‘롤리폴리(rolypoly)’는 오뚝이를, ‘꼬또(cotto)’는 브랜드숍 외관을 구성하는 벽돌을 의미한다. 홍보도 따로 하지 않은 소박한 공간이지만 진라면 베이스의 우삼겹 라면과 열라면 베이스의 순두부라면, 카레 등 오뚜기 대표 제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드림하우스.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3월 초까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제시 공간.
가치를 담은 공간 체험으로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드림하우스’를 3월 7일까지 운영한다. 2019년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아크로 갤러리’로 최상류층 주거공간 본보기를 제시했던 DL이앤씨의 새로운 시도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주거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기존 주거 공간의 개념을 깨고 자유로운 배치와 연출이 가능한 20~60평대 총 세 가지 타입의 유니트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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