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쭈꾸미·한천·냉이·매생이.. 추워야 제맛 '봄 품은 밥상'

허은경 2021. 2. 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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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허은경 객원기자 ]

‘한국인의 밥상’ 추워야 제맛-봄을 품은 겨울 밥상 편이 그려졌다.

18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은 추위를 견딘 겨울의 선물 주꾸미, 한천, 냉이, 매생이와 함께 향긋한 봄 내음 깃든 밥상을 만나봤다.

이날 최불암은 전남 고흥 유인숙-소병철 씨 부부의 주꾸미잡이를 보러 나섰다.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서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방법인 ‘소라방 잡이’는 어부들의 지혜에서 나온 것. 6년 전 귀향했다는 이들 부부는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바다에서 일한다고 털어놨다. 동생이 걱정인 언니 경희 씨는 유인숙 씨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이후 자매는 물오른 주꾸미와 산파래, 각종 해산물로 차려낸 영양 밥상을 차려냈다. 특히 이맘때 고흥에서는 주꾸미와 시금치를 함께 즐긴다고. 주꾸미 시금치 무침‘은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운다. 게다가 주꾸미를 말려서 꾸덕꾸덕한 식감이 생기면 굽거나 쪄 먹어도 안성맞춤. 볕 좋고 해풍이 부는 고흥에서 말린 주꾸미를 쪄서 유장을 바르면 주꾸미양념찜이 완성된다.

유인숙 씨는 직접 잡은 문어를 넣고 어머니께 팥죽을 쒀 드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문어 팥죽’을 만들어내 가족들의 보양식으로 내놨다. 양념한 산파래를 신우대(조릿대)에 돌돌 감아서 구워 먹는 바지락 산파래 구이는 이 가족들이 즐겨먹는 별미라고 했다. 파래와 새우, 키조개를 다져 넣고 부친 해물전과 주꾸미 맑은탕까지 가족을 위한 사랑의 밥상을 차려냈다.

또한 밀양의 겨울이 빚어낸 한천 밥상도 만나봤다. 밤낮 기온 차가 큰 밀양의 산자락은 예로부터 한천(寒天) 말리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한천을 생산한다고. 늦은 봄에서 초가을 바다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고아 만든 것이 바로 ‘우무’인데 이를 겨울에 말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투명한 한천이 된다.

유춘자 씨는 한천이 ‘효자’보다 낫다면서, 농한기 어르신들의 용돈벌이로 한천 작업만 한 것이 없다고 털어놨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한천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제격으로, 단팥묵을 비롯해서 실한천잡채, 우무콩국까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한천 밥상을 만들어봤다.

이에 더해 전북 무주 치목마을은 ‘삼베마을’로 유명하다. 언 땅이 풀리는 이맘때, 치목마을은 겨울 냉이 캐기로 바쁘다. 김영자 씨는 “겨울이 춥고 고달파도 제 몸을 유지한 냉이가 더욱더 달다”고 말했다. 농한기면 끊임없이 들려오는 짤깍이는 베틀 소리. 마 섬유의 원재료인 삼은 3월에 씨를 뿌려서 7월에 수확하는데, 삼베 길쌈은 30가지 넘는 과정을 거쳐 의복, 이불 등으로 탄생된다. 고단하고 삼베처럼 거칠었던 세월을 지나 맞은 봄은, 추위를 이겨낸 겨울 냉이처럼 향긋하기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봄 마중 밥상이 더욱 정겹다.

특히 주민들이 모여서 큰 가마솥에 끓인 돼지등뼈 시래깃국을 푸짐하게 나눠먹고, 갓 캐온 겨울 냉이로 만든 겉절이를 더하면 은은한 향이 입안에 봄이 되어 퍼진다. 여기에 말려둔 가죽나물(참죽나물)로 부치는 전, 채 썬 늙은호박과 호랑이 콩을 멥쌀가루와 함께 버무려 쪄낸 호랑이 콩 시루떡을 완성해냈다. 옥수수 껍질을 벗긴 후 울타리콩, 팥과 함께 푹 삶은 강냉이 콩죽은 옛 추억과 별미를 더한다.

전남 장흥 내저마을의 장삼희 씨 부부는 매생이 수확으로 바쁘다. 바다에 엎드려 대나무 발에 붙은 매생이를 걷어내는 고된 작업으로 매생이를 따서 자식들을 키웠다는 부부는 활짝 웃었다. 남편 고향인 장흥으로 와서 바다에서 30여 년 보낸 장삼희 씨는 1년을 먹고 사는 매생이 농사에 자긍심이 대단했다. 이와 함께 이웃인 김광엽 씨는 감태를 따서 말리기도 했다. 겨우내 채취한 매생이와 감태는 밥상 위에서 푸른 별미로 거듭났다. 두 사람은 서로 힘들 때 품어 안으면서 살아간다고 덕담을 전했다.

특히 감태의 맛을 아는 사람만 그 향을 느낄 수 있다면서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 감태지를 숙성해서 먹으면 맛이 깊어진다고 덧붙였다. 매생이는 감태보다 검푸른 빛을 띠는데, 반죽에 매생이를 풀고 굴을 올려부친 ‘매생이 굴전’은 싱그러운 색감과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고. 여기에 돼지비계를 볶아 매생이를 넣고 국물 없이 볶으면 ‘매생이 돼지고기 덖음’이 완성된다.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 매생이굴국으로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차릴 수 있다.

최불암은 이날 겨울을 품은 밥상에 대해 “추운 겨울을 버티고 고된 노동으로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 그들 덕분에 더 풍요롭고 따듯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겨울이 겨울다워야 한다. 우리 인생도 추워야 제맛이 들고, 풍요로운 결실도 누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지역 대표 음식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음식문화 등을 아름다운 영상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매주 한편의 '푸드멘터리'로 꾸며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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