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의 '입'과 '귀' 단련한다, 한화 통역 4인방의 스프링캠프 [스경X캠프 피플]

거제|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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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화의 통역 스태프 최민철씨(왼쪽부터), 김주환씨, 김동준씨, 안한희씨가 지난 9일 거제 하청야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모여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에는 올시즌 7명의 외국인 선수단이 합류했다.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을 비롯해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52),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47),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37) 등 지도자 네 명에 내야수 라이온 힐리(29), 투수 닉 킹험(30), 라이언 카펜터(31) 등 선수 셋이다. 보통은 외국인 감독이 왔을 경우 수석코치 한 명을 대동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KBO 리그에서는 다섯 명 정도가 최대인원이었다. 한화는 이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 팀의 핵심 코치진을 외국인들로 꾸렸다.

이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 스태프들도 확충됐다. 지난해까지 선수담당으로만 두 명의 통역을 뒀던 한화는 올해 두 명을 늘려 총 네 명이 선수단을 맡는다. 한화 통역 3년차에 접어든 김동준씨(30)가 수베로 감독을, 1년차 최민철씨(28)가 케네디, 워싱턴 코치를 담당한다. 안한희씨(27)는 로사도 코치, 김주환씨(30)는 힐리, 킹험, 카펜터 등 선수 세 명을 맡을 계획이다.

유례없는 외국인의 증가는 정확한 통역과 메시징을 팀 전력의 주요변수로 만들었다. 이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의사소통에 기민하고 정확하게 기여하느냐에 따라 한화의 조직력은 극대화될 수 있다. 아직 KBO 리그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에 이들 네 명의 긴장감은 이미 캠프현장에서부터 부쩍 높아져 있었다.

수베로 감독 담당 김동준씨의 하루가 가장 바빴다. 거제 캠프 당시 오전 6시50분 수베로 감독의 방 앞에서 일과를 시작했던 김씨는 하청야구장에 출발하기 전 코칭스태프 미팅에 참여하고 점심 전까지는 구장에서의 훈련을 근접해 보좌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숙소에 돌아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수베로 감독과 별개로 개인일정을 가졌다. 중간중간 약속한 코칭스태프 미팅이 있으면 미리 그 자리에서 감독을 맞이했다.

김동준씨는 “감독님을 부임하시기 전 미국 올란도에서 미팅할 당시에 처음 뵀다. 굉장히 신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녁식사를 겸해 가족분들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말씀과 행동에서도 한국문화를 존중하셨다”고 말했다.

케네디 수석코치를 보좌하고 있는 최민철씨는 “조용히 전체를 지켜보시는 타입”이라며 “훈련 외 시간은 영화를 보시거나 산책을 하시는 걸 즐기신다”고 전했다.

한화의 통역 스태프들이 지난 9일 거제 하청야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조성환 수비코치(왼쪽에서 세 번째), 로사도 투수코치(왼쪽에서 네 번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통역 경험이 있는 스태프도 있지만 이 일이 처음인 스태프도 있기 때문에 통역 담당끼리도 원활한 교류가 중요하다. 특히 경험이 없는 스태프들은 생소한 야구용어가 나올 때 어려움을 겪는다. 그럴 때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있는 김동준씨, 김주환씨에게 도움을 청한다.

김동준씨는 “바빠서 매일 같이 이야기는 못 하지만 시간 날 때 모여서 통역을 시작하는 스태프들이 생소한 표현을 물어온다”고 말했다. 최민철씨는 “처음 현장에서 ‘섀그(Shag)’라는 단어를 듣고 어려움에 빠졌었다”며 “나중에 외야 수비훈련 때 뜬공을 쫓아가서 잡는 수비연습이라는 의미를 케네디 코치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들이 시즌을 향해 몸을 만드는 시기라면 통역들에게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위해 입과 귀를 만드는 시간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캠프와 달리 시즌이 시작되면 매일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 몸을 던져야 한다. 자신이 내뱉은 한 마디의 말이 한 선수의 시즌을 좌우할 한 마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이 느끼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김동준씨는 “수베로 감독님이 일을 시작 할 때 ‘동작 못지않게 감정의 폭도 최대한 똑같이 전달해달라’고 부탁하셨다. 감독님이 몸을 움직이며 설명하실 때나 감정을 표현하실 때 최대한 그 흐름을 선수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즌에 들어가기 전 통역 스태프끼리 ‘지금부터 긴장을 해서 시즌 중 놓치는 부분이 최대한 없도록 하자’며 뜻을 모으고 있다”면서 “내 경우에는 특히 감독님의 입이 돼야 하기 때문에 매 경기 높은 집중력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7년 FIFA U-20 월드컵 때 잉글랜드 대표팀 통역을 하면서 일을 시작한 최민철씨는 야구가 생소한 종목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감이 크다. 그는 “아직은 여러가지로 부족하지만 꼭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역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계속 성장하는 모습으로 코치님들의 입과 귀가 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에 수베로 감독도 기대가 크다. 모든 코치진이 KBO 리그 경험이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베로 감독은 기자에게 “나의 경우도 KBO 리그 첫 해라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 코칭스태프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전달되면 곤란해진다. 제대로 된 메시지를 통역 스태프들이 잘 전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거제|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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