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대토보상 착수한 정부, 불법 사전거래 못막나 안막나 [부동산360]
대토보상권 관련 불법 사전거래 횡행
"허술한 법망 때문" 지적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에서 대토보상을 적극 홍보하면서도 대토보상권과 관련한 불법 사전거래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토보상권 불법 전매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었으나 어디에도 단속권한이 없는 데다 실제 사전약정 등이 주로 이뤄지는 토지보상 협의 단계에서 영업인가를 받지 않은 대토보상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개발업체의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음에도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어서다.
대토보상은 택지개발지역의 토지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토지를 보상하는 것으로 부동산 시장 자극을 막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대토보상리츠는 토지소유주가 대토보상권을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리츠가 개발사업을 진행한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14일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등 일부 3기 신도시에 대한 대토보상계획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대토보상 계약에 나섰다. 인천 계양은 지난달 25일부터 대토보상 신청을 받고 있으며 하남 교산의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신청이 시작된다. 정부는 주민 선호도가 높은 주상복합·아파트 용지 수를 늘리는 등 대토보상 비율 확대에 방점을 찍고 토지주를 대상으로 대토보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올해 풀리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은 2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남양주 왕숙과 과천은 현재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며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은 하반기 토지보상 협의를 목표로 한다.
정부의 의지와 달리 초반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인천 계양에선 현재 전체 보상규모의 11% 정도가 대토보상으로 접수됐으며 하남 교산의 경우 지구계획 수립 미비 등을 두고 토지주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역 내 대토보상권과 관련한 불법 사전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는 대토보상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토지주를 대상으로 토지보상금 70% 선지급 확정, 확정이익금 지급, LH 자산관리회사(AMC) 참여 예정 등을 홍보하며 대토보상권 현물출자의 사전약정 등을 부추기는 일부 개발업체의 영업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7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토지주도 있다는 게 하남교산 대책위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들 업체는 대토보상리츠 영업인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대토보상 컨설팅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토지주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법일뿐더러 향후 영업인가를 획득하지 못해 개발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분쟁 소지가 다분하다. 국토부는 영업인가 전 현물출자 방식의 신주발행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단순 사전약정은 불법으로 보기 어려우나 업체가 개발수익의 70% 이상을 가져간다거나 약정 해제 시 수억원대 위약금을 내야 하는 등의 불합리한 계약이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LH가 업체의 AMC를 맡기로 했다는 식의 허위광고도 다수다. 현재 LH는 3기 신도시 대토보상리츠와 관련해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는 법망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일단 관리·감독 주체가 돼야 할 국토부는 물론 사업시행자인 LH에도 이렇다 할 단속 권한이 없다. 이들은 불법 영업행위에 노출된 토지주의 문의나 민원이 있을 때 주의를 당부하거나 주의사항을 공문 형식으로 주민 측에 전달하는 수준에서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LH에서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지만 단속 권한이 없다”면서 “대토보상 권리가 부여되기 전 개인 간 거래를 불법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영업인가를 받은 리츠에 대해서만 관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가 영업인가를 받으면 리츠정보시스템에 등록되는데 주주 변경 등을 보고하게 돼 있다”며 “대토보상리츠도 영업인가를 받아야 주식 거래가 되지 않나. 요건을 갖추면 모니터링한다”고 했다.
대토보상 계약 시점과 대토보상리츠 영업인가 시점 간 차이가 크다는 점이 불법 사전거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토보상이 낯선 토지주 입장에선 계약을 체결할 때 향후 개발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문 업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편법영업을 일삼는 개발업체가 활개를 치면서 건실한 개발업체는 오히려 영업이 위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지급금은 사실상 토지주의 권리를 담보로 한 대출인데 헐값에 권리를 양도받고도 이를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다”며 “철저한 보상현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점검을 통해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대토보상 개발대행업체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주문했다.
특히 대토보상리츠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현물출자를 조기 허용해 불법적인 사전거래를 막고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업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대토보상리츠를 활성화해 토지보상금이 대토리츠로 흡수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토지보상 시점에 일정 요건을 갖춘 리츠의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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