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오르는데 대출은 안나오고.. 현금부자만 웃는 청약 시장
이달 서울 강동구 공공택지에서 분양 예정인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최근 분양가가 3.3㎡(평)당 2429만8000원으로 결정되면서 청약을 준비하던 실수요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에 절반을 추첨으로 뽑는 전용면적 101㎡가 9억원대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는데, 분양가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결국 현금 많은 사람만 유리한 것 아니냐” “가점이 낮아 추첨제 물량밖에 희망이 없는데 포기할 수밖에 없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넘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현금 부자’만 청약 시장을 통해 이득을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 청약은 실수요자가 가장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통로로 꼽힌다. 하지만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대출 규제는 점점 강해지며 청약에 당첨되도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졌다.
◇지난 4년간 서울 분양가 33% 올라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856만6000원이었다. 4년 전인 2016년 644만3000원보다 33%가량 오른 금액이다. 전용면적 84㎡ (33평형) 기준으로 보면 7억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분양가가 상승한 셈이다. 다만 최근 수년간 서울 기존 집값이 급등한 탓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분양가 9억원 넘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율은 2017년 10.8%에서 지난해 35.8%로 상승했다. 지난해 강남·서초구 등 강남권에선 대부분 분양 물량이 9억원 넘는 가격에 공급됐고, 비(非)강남권에서도 분양가가 9억원 넘는 단지가 여럿 나왔다.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등이 모두 전용 84㎡부터는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었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기존보다 5~10%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5668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7월 HUG에서 3.3㎡당 4891만원의 분양가에 보증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7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른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앞으로도 땅값과 건축비 등 기준이 명확한 분양가 상한제에서 HUG 기준보다 더 높은 분양가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대출 규제에 자금 마련 막막
현재 분양가 9억원을 넘으면 공적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과 함께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2016년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6억6000만원이었다.
분양가가 9억원 이하로 나오더라도 자금 조달이 쉽지는 않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줄였고,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를 20%로 축소했다. 신용대출을 통한 집값 조달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규제가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출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가 청약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교수는 “청약이 현금부자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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