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설연휴..OTT 네가 있어 얼마나 든든하게요

김지혜·심윤지 기자 2021. 2. 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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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죽음의 민낯 들여다볼까..'반전 매력' 캐릭터들에게 빠져들까

[경향신문]

‘이동 자제’가 간곡히 요청된 설연휴, 시간은 많은데 갈 곳이 없다. 집에만 갇힌 시간들을 어떻게든 해방시키고 싶은 당신에게 실시간 스트리밍서비스(OTT) 이용을 권한다. 정주행 코스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지루한 ‘집콕’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세계여행이 되기도 하고, 가족과 명절을 사유하는 생각의 장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등 각종 OTT에서 쏟아져 내리는 콘텐츠 폭포 속에서 이동 자제의 한계를 돌파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무지 어떤 경로로 정주행을 떠나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설연휴 동안 볼만한 프로그램 4편을 소개한다.

■며느라기(2021/카카오TV·웨이브)

며느라기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 며느리는 응당 시댁 부엌의 붙박이 신세가 된다. 차례가 끝난 뒤, 여자끼리만 구석에 모여 앉은 밥상은 비좁고 반찬도 부실한데 시어머니는 “우리끼리 편하게 먹자”고만 한다. 상을 닦는 시늉을 하는 어린 여자 조카를 두고, 남자 어른들은 “시집 잘 가겠네”라고 칭찬한다. 남편과 조카를 비롯해 집안 남자들은 모조리 부엌엔 얼씬도 말라던 어른들이다.

카카오TV의 <며느라기>는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하기만 한 명절 풍경 속에서, 아주 당연하다는 듯 성차별이란 치욕에 직면한 며느리들의 당혹스러운 얼굴을 비춘다.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는 명절을 둘러싼 성별 간 갈등의 ‘진짜 원인’, 가족 내 성차별을 담백하고도 속도감 있는 연출로 짚어낸 12부작 드라마다. 누적 조회수 1700만회를 기록하는 동안 댓글창을 빼곡히 채운 “어른들도 볼 수 있도록 제발 공중파에서 방송해 달라”는 읍소들이 보여주듯, 반복되는 갈등으로 상처 입은 가족들이 함께 보며 이해의 폭을 넓히기에 제격인 작품이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2020/넷플릭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짙게 드리운 코로나 블루의 그림자를 걷어내보자. 죽음에 대한 공포와 슬픔을 유머로 풀어낸 다큐멘터리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마치 백신을 맞듯, 가족의 죽음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체험을 통해 죽음이란 불가해한 상실을 미리 배워나가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우리는 죽음을 떠올릴 때 대개 가족을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가족은? 가족이 죽으면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 커스틴 존슨은 이런 불안한 가정법 대신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재현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딸의 영화 속에 본인 역으로 출연한 아버지, 그러니까 딕 존슨은 끊임없이 죽는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행인에게 폭력을 당하고,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 죽는다. 그리고 한사코 살아난다. 생과 사, 그 사이를 벌려 채워놓은 따뜻한 유머들이 가족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던지는 영화다.

■해리포터(2001/왓챠)

해리포터

19시간38분이라는 압도적 러닝타임 때문에 정주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 이번 설연휴가 그 적기다. 명성은 들었으나 해리포터 시리즈는 처음인 ‘초심자’도, 해리와 함께한 어린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은 ‘덕후들’도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줄거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부모를 잃고 이모집에 얹혀살던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입학통지서를 받으면서 생기는 여정을 다룬다. 1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나온 것이 벌써 20년 전. 처음 봤을 땐 앳된 얼굴의 해리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지만, 두번 세번 볼수록 해리 주변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해리포터 시리즈를 최초 공개한 왓챠는 해리포터 덕후들을 위한 깜짝 선물도 곳곳에 숨겨뒀다. 왓챠 검색창에 ‘볼드모트’를 치면 진동과 함께 “이름을 불러선 안 돼!”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해리포터 초기 화면에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금빛 스니치도 발견할 수 있다.

■브리저튼(2021/넷플릭스)

브리저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연상케 하는 시대극에 ‘최신유행 페미니즘’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리저튼> 이야기다.

<브리저튼>은 브리저튼 가문의 맏딸 다프네(피비 드네버)가 최고의 남편감 헤이스팅스 공작(르제 장 페이지)과 계약연애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다룬다. 다프네의 지상 과제는 좋은 남편을 만나 현모양처가 되는 것. 요즘 세상에 이 무슨 시대착오적 설정인가 싶지만 드라마는 자신의 욕망 앞에 주체적인 다프네의 모습을 은근슬쩍 녹여낸다.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죄책감 없이 볼 수 있는 영국 귀족판 ‘아침드라마’라는 점이 이 드라마의 최고 장점이랄까.

극중 여왕과 공작 역할을 흑인이 맡으면서 전형적인 시대극 공식을 뒤집었다. 리젠시 시대 영국 사교계의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한 의상 7500벌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리저튼>은 공개 28일 만에 전 세계 8200만가구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시리즈에 등극했다.

김지혜·심윤지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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