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먹을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그러다 내년에 먹으니까

김진영 식품 MD 2021. 2. 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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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MD 김진영의 제철 먹거리 19선

[경향신문]

‘회쳐 모여’ 새콤 회무침

■삼치회에 한번 빠지면 겨울마다 찾지요

겨울에 먹을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는 삼치회다. 방어와 참치를 합친 맛이다. 참치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겨울 방어의 기름진 맛이 있다. 삼치회는 초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이 필요 없다. 김, 쪽파를 송송 썰어 넣은 양념간장이면 된다. 물론 곰삭은 김치가 빠져서는 안 된다. 반듯하게 자른 김 한 장을 왼손에 올린 다음, 간장과 고춧가루를 품은 쪽파를 삼치회에 얹는다. 그리고 김치를 올린다. 이렇게 먹으면 술안주. 여기에 밥을 한 숟가락 퍼서 올려 먹으면 최고의 한 끼가 된다.

■방어, 아직 늦지 않았다

술술 들어가는 ‘겨울 방어’

입춘이 지나면 방어 인기는 12월과 달리 차차 잦아든다. 입춘은 육지에 봄이 온다는 의미지만 바다는 비로소 겨울에 접어든다. 바다의 한겨울은 음력으로 2월, 양력으로 치면 3월이다. 3월의 바다는 영등철(음력 2월)로 육지로 치자면 대한의 추위라 할 수 있다. 수온이 가장 낮게 내려가는 시기다. 2월 중순, 여전히 맛있는 방어가 많이 잡힌다. 찾는 이는 적어지나 잡히는 양은 비슷하다. 고로 저렴하게 그리고 푸짐하게 방어회를 즐길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부터 3월 중순까지라는 얘기다.

■먹성 좋아 맛도 남다른 해남 낙지

배추, 고구마, 양파, 마늘 못지않은 해남의 자랑은 낙지다. 해남 낙지는 씹는 맛이 부드러워 경매에서 항상 최고가를 받는다. TV 방송에서는 물 빠진 갯벌에서 삽질로 낙지 잡는 장면이 흔히 나오지만, 해남에서는 주낙이라는 어구로 잡는다. 게(서렁게, 칠게)를 매단 타일을 길게 연결한 주낙에 매달려 올라오다 떨어지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놓아준다. 끝까지 게를 붙잡고 있는 먹성 좋은 낙지만 잡는다. 먹성이 좋은 녀석들이라 살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차진 맛과 부드러운 맛을 같이 품은 해남 낙지는 살짝 데쳐 갖은 채소를 넣고 초무침으로 즐겨도 좋다.

■명실공히 겨울 제철 과일 딸기

빨가면 딸기, 딸기는 맛있어

냉이, 노지 시금치 등 푸릇푸릇한 남도 시장의 식재료 가운데 눈에 띄는 겨울 제철 과일은 딸기다. 딸기는 잘 물러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완전히 익기 전에 딴다. 과일이나 채소 품종 중에는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 많지만 딸기만큼은 대부분이 국내 품종이다. 대세 품종은 설향. 죽향은 부드러운 향이 좋다. 매향, 산타, 베리스타 등 요즘은 종류도 다양하다. 2월 익산의 로컬푸드 매장에 간다면 딸기 구매는 필수다. 도시의 마트에서 사먹는 것과는 다른 맛이다.

■도루묵, 도치를 제친 제철 생선 장치

겨울 동해 시장에서 제철 생선 도루묵, 도치를 제치고 선택받은 생선은 장치다. 본명은 ‘벌레문치’. 살이 무른 어종이지만 도치나 곰치(본명은 미저리)만큼 무르지는 않다. 선어보다는 말려서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장치를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찜을 하거나 매운탕으로 끓여 먹는다. 선어로 만든 생선찜보다 씹는 맛, 감칠맛이 월등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살 맛이 술이며 밥을 부르는 마력으로 가득 차 있다.

■못생겨도 맛은 좋은 물망치

‘고무꺽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물망치는 아귀 사촌으로도 불리지만 못생긴 외형만 닮았을 뿐 아귀보다 모양새가 날렵하다. 한반도 근해 전역에서 잡히는 아귀와 달리 동해안에서만 잡히는, 겨울 제철 생선이다. 물망치를 비롯해 곰치, 도치, 꼼치 등 외형이 못난 생선들이 근래 인기다. 물망치 살 맛은 아귀랑 비슷하지만 쫀득한 식감이나 단맛은 한 수 위다. 매운탕 국물에 단맛이 도는 까닭도 살 맛이 좋아서다. 곰치탕의 시원함에 아귀의 쫀득한 살 맛이 더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북 울진에서는 신 김치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

■붕장어는 여름보다 겨울

전남 고흥 녹동항에 가면 항상 장어탕을 한 그릇 했다. 바닷장어인 붕장어를 된장 넣은 육수에 끓인 뚝배기 한 그릇에 출장의 피곤이 단박에 풀리곤 했다. 사실 여름 보양음식으로 장어를 많이 찾는데, 붕장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겨울철이다. 붕장어는 4월과 5월 사이에 산란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고기는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가 가장 맛있다. 초여름의 붕장어는 산란 직후라 겨울철보다 맛이 떨어진다.

■감태, 말려만 먹지 말고 김치로

맥주는 먹태, 김치는 감태

겨울 완도의 오일장에서는 해초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름도 낯선 너푸. 된장국에 너푸만 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맛있는 해초다. 너푸, 넓태라고도 부르지만 실제 이름은 넓패다. 미역과 같은 갈조식물로 겨울과 봄 사이에 잠시 난다. 근래 들어 인기가 높아진 감태는 보통 김처럼 말려서 먹지만, 현지에서는 김치를 담가 먹는다. 풋고추, 다진 마늘, 생강, 잘 숙성한 멸치액젓에 고춧가루를 개어서 감태를 버무리면 완성이다. 이틀 정도 뒤에 감태가 노란색을 띠면 꺼내 먹는다. 해초향이 더해진 새콤함이 밥을 부르는 마법을 부린다.

■뜨끈한 밥 위에 반지무침 한 점

이 무렵 군산에 간다면 무조건 반지로 한 끼 먹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군산에서만 반지가 제 이름으로 불린다. 다른 지역은 밴댕이로 부른다. 원래 밴댕이는 디포리라 불리는 생선의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반지를 지역 사투리인 밴댕이로 불렀다. 강화나 인천의 밴댕이가 유명해지면서 반지는 자기 이름을 빼앗겼다. 봄에 밴댕이를 많이들 찾는데 한겨울 밴댕이도 기름진 살이 부드러워 맛이 좋다. 회정식도 좋지만 새콤달콤한 무침과 흰쌀밥의 궁합은 최고다.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도 밴댕이전문점들이 모여 있다.

■탕, 회도 좋지만 복어는 숯불구이

겨울이면 맛이 최고조로 오르는 생선이 또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복어 먹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잡히는 양도 많거니와 제철이다. 마산 어시장 주변에 복요리전문점이 몰려 있어 튀김, 탕, 회, 불고기 등으로 다양한 복요리를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는 철판이나 프라이팬에 볶는 형태의 복불고기를 많이 내지만, 여기는 숯불구이다. 숯불에 빠르게 구워낸 복어 살 맛이 별미다.

■칼바람 이겨낸 기특한 노지 시금치

뽀빠이도 반한 ‘노지 시금치’

2월의 노지 재배 시금치는 산지와 상관없이 설탕을 친 듯 달곰하다. 한겨울 찬 바람과 맞서다보면 어느새 검은빛 나는 진한 녹색이 된다. 맛있는 시금치는 키가 낮아 납작하고 거무칙칙하다. 이것이 정상적인 노지 시금치 모양새다. 시금치는 뿌리만 제거해야 한다. 뿌리와 잎이 이어지는 분홍색 부분은 버리면 안 된다. 몸 건강에 좋은 미네랄이 거기에 몰려 있다. 버리면 나만 손해다. 시금치로 유명한 곳으로 경북 포항, 전남 신안을 꼽는다. 포항의 것은 포항초, 신안의 것은 섬초로 팔린다.

■도다리와 쑥이 만나면, 비로소 봄

겨울이 물러가고 수온이 오르면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에 몰려든 도다리를 잡는다. 사실 봄철에 먹는 도다리는 맛이 별로 없다. 막 산란을 끝낸 터라 살이 무르고 단맛이 적다. 도다리가 몰리는 3월 초, 따스한 햇볕에 다른 것보다 먼저 돋아나는 게 쑥이다. 한겨울 하우스 농사가 일반화되기 전 처음 맞이하는 푸른빛 나물이었다. 맹한 도다리 맛을 보완하는 향신채로 더할 나위 없는 짝꿍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때 쑥은 도다리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에 살짝 데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지금이 딱 아귀수육 먹을 시간

동작 그만, 숟갈 빼기냐 ‘아귀’

아귀는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잡힌다. 반건조 아귀로 만드는 찜도 있어서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아귀수육은 지금 아니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아귀수육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내장이다. 내장은 위와 간 두 가지가 나온다. 녹진한 간의 맛도 괜찮지만 쫄깃하고 고소한 아귀 위보다는 두 수 아래다. 두 부위 다음이 껍질이고 가장 맛없는 부위가 살이다. 내장을 먹고 나면 쫄깃했던 살 맛이 ‘살 따위’가 된다. 아귀수육의 맛이 열 냥이면, 위가 다섯 냥, 간이 석 냥이다. 나머지는 껍질과 살이다.

■단맛 오른 무를 즐기는 방법

제주의 2월엔 다디단 월동무 수확이 한창이다. 단맛이 잔뜩 든 무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메뉴로 빙떡을 추천한다. 빙빙 만다고 해서 빙떡. 강원도에서 총떡, 병떡이라 부르는 메밀전병의 제주도 버전이다. 국내 제1의 메밀 생산지인 제주산 메밀과 무의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깎은 무로 식용유를 찍어 기름칠한 철판에 메밀전을 얇게 부쳐내고는 참기름으로 무친 무채나물을 넣고 말기만 하면 끝난다. 맛이 오른 무, 참기름 그리고 구수한 메밀향이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부지런한 봄나물, 머위

머위는 봄을 알리는 나물 중에서도 빨리 나온다. 웃자란 것은 껍질을 벗겨 육개장이나 매운탕의 건더기 재료로 쓰기도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초봄에 나오는 머위 순의 맛이 일품이다. 묵나물(말린 나물)은 요리할 때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하루 정도 물에 불려 먹는데 초봄의 머위는 그런 수고도 필요 없다. 고기 구울 때 같이 구워서 먹어도 좋고, 나물로 무쳐 파채 대신 먹으면 더 좋다. 이른 봄 장터에서 5000원이면 한 바구니를 산다.

■미역 제철이면, 전복도 제철

내 안에 바다 있다 ‘완도 전복’

한창 미역과 다시마가 나는 봄철의 전복은 1년 중 가장 맛있다. ‘완도는 전복’이라 할 만큼 완도는 전복 생산량이 많다. 전복 양식장 옆에 다시마나 미역 양식장이 같이 있어 바로 옆에서 수확해 전복 먹이로 준다. 질 좋고 풍부한 먹이가 전복의 단맛을 연중 어느 때보다 끌어올린다. 맛이 든 전복은 회로 먹어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 그래도 열기가 더해진 것이 한층 맛이 깊다. 깨끗이 손질한 뒤 맥주나 화이트와인을 넣고 찐 전복은 회에선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이 있다. 환절기 보양식으로도 봄철 전복이 좋거니와 양념간장에 숙성한 전복장도 입맛 회복에 특효다.

■무뎌진 입맛 깨우는 미나리

머위, 참나물, 달래, 냉이가 쓴맛으로 봄의 미각을 깨운다면 미나리는 아삭함과 푸른 향으로 무뎌진 미각을 깨운다. 경북 청도 한재 미나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지역마다 키우는 미나리도 때맞춰 먹으면 그에 못지않다. 장터 인근에서 재배한 미나리는 그 어떤 미나리보다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미나리는 사시사철 나지만 봄에 나는 게 으뜸이다. 제철 미나리에 꼬막으로 궁합을 맞춘다면 실력 없는 점쟁이가 사주를 봐도 천생연분이다.

■쌉싸름한 묘약, 봄나물

봄나물은 겨우내 무뎌진 입맛을 살리는 묘약이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두릅, 독활, 개두릅, 오가피 순. 나름의 순서가 있다. 뒤로 갈수록 쓴맛이 강하고 쉬이 찾아 먹기 힘들다. 그중 두릅이 가장 구하기 쉽다. 봄을 한 장의 전으로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둠나물전이다. 양양 오일장에서는 두릅, 미나리, 참죽나물, 명이 등 그날 장터에 나온 나물들로 전을 부친다. 밀가루 반죽에 가볍게 무친 나물을 달군 프라이팬에 가득 담고 손으로 꾹꾹 누른다. 바싹하게 구운 전에는 봄나물 맛이 가득하다. 쌉싸름한 맛이 기름 맛 속에 살짝 숨는다. 양파간장과 먹으면 조화롭다.

■3월까지, 갈치가 맛있어지는 시기

갈치 “나도 더 맛있을 때 있어”

제주 은갈치는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 비늘이 살아 있어서 ‘은’자를 붙인다. 목포 먹갈치는 그물로 잡아 비늘이 떨어져 나가서 검게 되어 ‘먹’자를 붙인다. 종류는 같아도 잡는 방식에 따라 ‘은’도 되고 ‘먹’도 된다. 갈치는 사시사철 연중 나기에 제철 개념이 희미하지만, 그렇다고 제철이 없는 건 아니다. 갈치가 맛있어지는 시기는 1월경부터 3월까지다. 제주에서는 늙은 호박을 넣어 갈칫국으로 즐긴다. 제철 맞은 갈칫살과 호박이 경쟁이라도 하는듯 단맛을 뽐낸다.

김진영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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