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설 덕담 대신 '떡담' 대령이오

한겨레 2021. 2. 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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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커버스토리]설맞이 떡 심리테스트
명절이 되면 ‘민족 대이동’이 으레 따르는 수사였건만, 코로나19 이후엔 여의치가 않다. 지난해 한가위에 충남 청양군에 걸려 화제가 된 현수막 문구 “불효자는 ‘옵’니다”가 올해 전남 강진군에도 걸렸다. 이번 설 연휴에는 직계가족이라도 주거를 달리하는 경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유지된다. 중요한 방역 고비를 넘는 시기. ESC는 설맞이 인사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궁리하다 떡 이야기를 준비했다. 덕담 대신 ‘떡담’이다. 설맞이 인사 ‘첫 장’은 혼자서도 가볍게 즐길 떡 심리테스트를 마련했다. 참고로 내 결과는 E 타입이다. 재미있자고 준비했으니 독자님들도 풀어보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보고도 못 먹는 것. 탐스럽지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일컬어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하지만 글줄 사이의 떡이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떡은 뭉게뭉게 상상이 피어오른다. 각종 설화의 단골손님이다.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가 떡 광주리를 이고 열두고개를 넘던 어머니에게 재촉하던 그 떡은 무슨 떡이었을까. 꾀 많은 토끼가 불에 차돌을 달구어 놓고, 돌떡 찍어 먹을 조청을 얻으러 마을에 다녀오겠다며 도망간 이야기도 있다. 그것도 모르고 호랑이는 얼마나 입맛을 다셨을까. “돌떡을 구우면 맛이 기가 막히다”는 토끼의 말재주에 어째서 나까지 덩달아 군침을 삼키게 되는 걸까.

화롯불에 구워 먹던 가래떡 대신, 에어프라이어에 떡국떡을 굽는 ‘떡뻥’을 간식 삼으며 우리 문화 속 이런저런 떡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가게에 가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떡 맛집도 소개한다. 설맞이 인사 ‘둘째 장’, ‘셋째 장’이다. 토끼만큼은 못한 실력이지만 재미나게 즐겨주시길!

떡 심리테스트 통해 본 당신의 타입

A 타입 뒤끝 없는 스타일에 한 번 한 결정에는 후회나 미련을 남기지 않는 타입인가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어울리는 것들을 금방 조합해내는 당신은 촌스러움과 거리가 먼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매사 감이 좋은 편이라서 첫 결정이 고심을 거듭해 낸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B 타입 하고 싶은 것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기준 삼아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닌지요?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좋아하는 한 가지만 보고 달려가지 않고 두루 살피는 것은 시야가 넓은 사람의 장점이니까요. 원칙에 충실하군요. 나중에 큰 실수 하는 일이 드문 당신 곁에는 ‘나도 너 같으면 좋겠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C 타입 남을 재촉하는 것도, 재촉을 받는 것도 질색하는 당신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타입인가요? 남의 평판에 귀를 기울이느니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 더 생각하는 편이군요.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당신은 누군가의 실수를 바로 따져 묻기보다 ‘다음에 잘하겠지’라며 상대를 믿어주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 역시 믿음이니까요.

D 타입 트렌드를 잘 분석하고 일의 앞뒤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나요? 당신이라면 무슨 일이든 걱정 없이 맡겨도 좋을 듯하군요. 당신이 있는 자리는 화제가 끊이지 않아서 저절로 이목을 끕니다. 당신은 억지를 부리거나 융통성이 없는 사람에게 남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당장 하나하나 다 이해시키려고 너무 노력하지 말고 시간을 두어보세요.

E 타입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하며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가다 종종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 있지 않나요? 가끔 공상에 빠져도 시간 낭비라고 여기기보다 ‘어딘가 쓸모가 있겠지’ 하며 즐기는 편일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은 결정을 쉽게 번복하는 사람을 만나면 금세 진이 빠져버립니다. 그런 상대방이 부러울 때도 있는데 곰곰 생각해보면 지금 자기 자신이 더 마음에 듭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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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평양냉면 인절미’를 아시나요?

설 맞아 전국 유명 떡집 소개
당일 배송, 전국 택배 가능
인절미도 여러 가지, 쑥떡도 희한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떡이 무엇일까? ‘서울 3대 떡집’ 혹은 ‘전국 유명 떡’ 등 목록마다 꼽히는 떡집이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해도, 어떤 목록에도 ‘인절미 맛집’은 빠지지 않는다. 노란 콩고물 인절미는 기본이다. 새카만 흑임자고물인절미가 있는가 하면, 거피팥 고물을 찰떡 표면에 두툼하게 붙인 이북식 인절미도 있다. 모양새가 투박해도 계속 끌리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서울 경기권 당일배송이나 전국 택배가 가능한 떡 맛집을 골라서 구매해 먹어보았다.

‘도담떡집’의 이북식 인절미. 유선주 객원기자

‘도담떡’, 평양냉면이 떠오르는 이북식 인절미

만드는 이의 손가락 자국이 진하게 찍힌 ‘도담떡’의 이북식 인절미는 제법 큼지막하다. 수수한 첫입은 예전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가 떠오른다. 고물의 단맛은 거피팥의 구수함을 받쳐줄 만큼 옅다. 팥알은 형체가 남아있도록 적당히 으깼고, 찰떡 안에 드문드문 섞인 노란 차조 알갱이가 톡톡 씹히면서 식감을 더한다. 여기저기서 찰떡을 사 먹다 보면 종종 삼키기 버거운 떡을 만난다. 그런 떡은 입안에서 물컹하게 퍼지고 애써 꿀꺽 삼키지 않으면 영원히 입안을 돌아다닐 것 같은 질감이다. ‘도담떡’의 떡은 찹쌀을 돌절구에 찧어서 씹다 보면 어느새 술술 넘어갈 정도로 부드럽다. 전자레인지에 15초 정도 돌려 온기가 돌면 훨씬 맛이 좋다. (도담떡 02-523-8886·010-4077-1651/퍼밀·띵굴마켓 누리집 등에서 인터넷 주문 가능/16개 한 박스 2만원)

‘경기떡집’ 이티떡. 유선주 객원기자

‘경기떡집’ 이티떡의 반전 매력

‘경기떡집’은 최길선씨가 창업주다. 아들 대한씨가 2011년 스물다섯 나이에 떡명장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매장에 들렀는데 이티떡은 판매대에 놓자마자 손님들이 집어가는 인기 떡이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찰떡 양면에 거피팥 고물을 붙인 떡 모양새가 영화 <이티>의 못생긴 외계인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웬걸? 맛은 섬세하다. 촉촉한 고물만 떼서 입에 넣으니 혀에서 사르르 풀어진다. 쫀득한 떡은 소금간이 딱 맞춤이라서 달콤한 고물의 풍미를 더 잘 드러낸다. 이티떡은 흰이티, 쑥이티, 수수이티 세 종류다. 무슨 떡이든 흰떡보다 쑥떡을 선호하는 쪽이었는데, 경기떡집 흰떡의 풍미에 반했다. 밥과는 다른 떡의 쌀 맛을 끌어내는 열쇠가 소금 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을 잘하는 떡집은 절편이 맛있으니 다음엔 절편을 노려보련다. (경기떡집 kricecake.com/서울·인천·경기도 등 당일 배송 가능 지역에 한해 퀵 배송/이티떡 10개 1만8000원)

‘압구정공주떡’의 흑임자인절미. 유선주 객원기자

‘압구정공주떡’의 흑임자인절미 먹고 스마일

‘도수향’, ‘경기떡집’과 함께 ‘서울 3대 떡집’ 명단에 자주 오르는 ‘압구정공주떡’. “공주님~”할 때 그 ‘공주’가 아니라 충남 지역 ‘공주’가 상호다. 1965년 대전에서 창업한 박옥분씨의 ‘공주떡집’ 서울 분점으로, 큰딸 배미숙씨가 차린 가게인데, 어느새 어머니 가게보다 유명해질 정도로 성장했다. 일등공신은 흑임자인절미. 촉촉하고 달콤한 흑임자 고물은 껄끄러움 없이 곱게 갈렸고 깍두기 모양으로 썰린 떡은 한입에 툭 털어 넣기 좋은 크기다. 더구나 까만 고물이 잇새에 낀 꼴을 보면 웃음이 터져 기분도 좋아진다. 달콤한 흑임자 고물을 먹고 커피로 입가심하면 캐러멜 풍미도 느껴진다. (압구정공주떡 02-516-3643/직접배송과 택배 배송 선택에 따라 배송비 차이가 있어서 전화상담 주문만 가능/ 1㎏짜리 박스 4개부터 주문 가능·한 박스는 1만5000원)

‘궁중영의정’의 ‘영의정 인절미’. 유선주 객원기자

‘좋은날좋은떡’·‘궁중영의정’의 ‘영의정 인절미’의 시작

파주 ‘영의정 인절미’는 ‘압구정공주떡’ 흑임자인절미와 함께 지역 단위 육아카페 회원들의 공구템으로 유명하다. ‘영의정 인절미’라고 불리는 인절미의 양대 산맥인 ‘좋은날좋은떡’과 ‘궁중영의정’ 두 곳의 맛 차이는 크지 않다. ‘영의정 인절미’이라 불린 떡을 처음 팔기 시작한 ‘좋은날좋은떡’은 매장판매만 하다가 지난해 12월부터 택배 거래를 시작했다. ‘영의정 인절미’의 미덕은 푸짐한 양에 있다. 한 박스당 1만1000원에 떡 42개가 담겼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게 묵직하다. 떡 하나를 집어 들면 넉넉하게 붙은 콩고물이 뚝뚝 떨어진다. 떡 속은 달콤한 동부콩과 팥 앙금으로 채웠다. 고물과 떡, 소 각각을 따져보면 특출할 것 없는데 재료를 아끼지 않은 덕에 먹는 마음도 푸근하게 풀린다. ‘영의정 인절미’란 이름이 붙은 데엔 전설이라도 있는 걸까. 떡 포장용 박스 제작 업체 이름이 영의정이었단다. 떡 사다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박스에 적인 ‘영의정’이 떡 상표처럼 퍼진 것이다. (좋은날좋은떡 010-5729-5568/궁중영의정 010-3896-8149/받는 사람 이름·주소·연락처·수량을 문자로 보내면 택배요금 포함 금액을 알려줌)

‘이동복떡집’의 쑥몽실이. 유선주 객원기자

쑥떡, 그리고 민트초코인절미?

해마다 2월이면 남쪽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이 나온다. 야생 쑥이 쇠어지기 전에 연한 잎을 따다 저장하고 떡으로 만들면 쑥 가루 떡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에 더해 시판 콩가루 대신 국산 콩으로 달지 않은 고물을 손수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남해 중현떡집’과 ‘이동복떡집’이 있다. 기본 콩고물 외에 유자 잎을 섞었다는 고물이 궁금해서 ‘이동복떡집’에 떡을 주문했다. 먹기 전에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주먹 크기의 찰떡을 고물에 한 번 굴린 후 잘라 콩고물에 한 번 더 굴려 먹는다. 유자 잎 고물은 씁쓸한 향기가 나는데 자꾸 떠오르는 풍미다. (이동복떡집 네이버스토어 smartstore.naver.com/kangs_cake/최소 주문 1.8㎏당 2만원·유자 잎 고물 6000원.)

‘백년화편’의 밥알찹쌀떡. 유선주 객원기자

쑥과 밥알이 드문드문 보이는 ‘백년화편’의 ‘밥알찹쌀떡’은 은은한 단맛의 팥 앙금과 고소한 호두 조각이 섞여서 입이 지루할 틈이 없다. 크지 않은데, 제법 속이 든든해진다. 호두만 캘리포니아산이고 모두 국내산이라고 한다. 매일 북한산에 오르는 아버지가 주머니에 하나씩 챙겨 가시면 좋겠다 싶어서 한 박스를 더 주문해 기별 않고 집에 보냈다. 아버지도 암말 없이 카톡으로 떡 사진을 보내셨다. 덤덤한 부녀지간, 떡이 말을 대신한다. (백년화편 100yearshop.co.kr/32개 3만2000원)

‘아우어인절미’의 민트초코인절미. 유선주 객원기자

최근 식품업계 화제로 ‘민트초코’ 붐과 ‘할매 입맛’이 있다. 과거 할머니가 즐겨 먹었던 쑥, 흑임자, 콩가루, 검은콩, 미숫가루 맛이 급부상하면서 ‘할매’ 입맛인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켜 ‘할매니얼’이라 하는 신조어도 생겼다. 밀레니얼보다 할매에 더 가까운 나이에 누구 못지않게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터라, 찰떡 속에 온갖 것들을 넣은 유행을 ‘이런 경을 칠!’이라 중얼거려왔다. ‘힙한 떡’ 트렌드를 이끄는 이 중에 일명 ‘아우어인절미’가 있다.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배드파머스 등을 성공시킨 시엔피(CNP)푸드의 김형순 셰프가 만든 브랜드다. 떡 소개 마무리로 가장 난해해 보이는 ‘민트초코 인절미’에 도전했다. 냉동 떡을 반쯤 녹여 입안에서 굴렸는데 입안이 상쾌한 것이 스피어민트 느낌이 났다. 제법이다. 할매 탈출인가?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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