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옛 잡지 속에 담긴 한국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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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경 일대를 아직도 가끔 시끄럽게 하며 돌아다닌다. (중략) 재작년 6월 4일 보천보를 월경 습격한 후로는 혜산진을 중심으로 경비진을 일층 강화하는 등 총검 빛나며 경비원을 괴롭게 굴거니와 만주 산간의 괴물 김일성, 그는 과연 어떤 자인가? 이 수수께끼의 인물을 알고자 요전날 자동차를 달려 무수무시한 국경선을 넘어서 장백현 시내로 들어섰다." 일제강점기 월간 종합잡지 '삼천리'에 게재된 '귀순한 여당원과 김일성, 그의 운명은 장차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이 책은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 당시의 잡지 등에 실린 글을 통해 그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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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시대를 철하다
안재성 지음 / 돌베개 펴냄
"그는 국경 일대를 아직도 가끔 시끄럽게 하며 돌아다닌다. (중략) 재작년 6월 4일 보천보를 월경 습격한 후로는 혜산진을 중심으로 경비진을 일층 강화하는 등 총검 빛나며 경비원을 괴롭게 굴거니와 만주 산간의 괴물 김일성, 그는 과연 어떤 자인가? 이 수수께끼의 인물을 알고자 요전날 자동차를 달려 무수무시한 국경선을 넘어서 장백현 시내로 들어섰다." 일제강점기 월간 종합잡지 '삼천리'에 게재된 '귀순한 여당원과 김일성, 그의 운명은 장차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삼천리의 기자는 1938년 김일성 취재를 위해 만주 장백현으로 갔다. 그 곳에서 김일성의 부하로 5년간 있다가 '귀순한' 여당원 두 사람을 만나 김일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그해 11월호 삼천리에 실렸다.
이 책은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 당시의 잡지 등에 실린 글을 통해 그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옛 잡지 속의 '역사 읽기'라 할 수 있다. 대중잡지인 '개벽', '별건곡', '삼천리'부터 '신흥', '비판' 같은 사회주의 계열의 잡지, 소련 모스크바에서 발행된 '모쁘르의 길'과 중국 옌안(延安)에서 발행한 '조선의용대 통신', 해방 직후 발간된 우익 계열 잡지 '신천지'까지 다양한 잡지에 실린 글을 소개했다. 또한 일제가 만주에서 발행한 어용신문 '만선일보', 조선공산당 기관지 '해방일보' 등에서도 기사를 뽑아 엮었다. 김일성, 신채호, 남만춘, 여운형, 박헌영, 방응모 등에 대한 당대 평가 및 인터뷰 자료도 수록해 이들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책은 독자들에게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원문 그대로 살려 놓았다. 해당 글의 이해를 돕는 수준에서 원문 뒤에 짧게 저자의 글도 덧붙였다.
근래 일제강점기를 다룬 책들이 대부분 식민지 경성을 중심으로 한 생활사나 문화사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 책은 식민지 조선과 해방 직후의 역사적 환경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에선 볼 수 없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저자는 "과거를 제대로 공부해보면 그것이 곧 오늘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100년의 간극을 넘어 오늘의 우리를 비춰주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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