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이혼 찾아내라" 투기로 치솟는 집값에 중국이 내놓은 대책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2. 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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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부터 버블 붕괴론 제기, 빈집 6500만채에도 집값 급등
분양가 통제로 당첨되면 로또, 대학입시보다 어려운 청약
버블붕괴=체제위기 , 중국 당국 일본 연구해 대비책 마련

차학봉 기자의 ‘팬데믹 주택 버블’ 연구 - 10년째 논쟁 중인 중국버블, 언제 터지나?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 한 부동산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둘러 보고 있다. 중국의 주택가격은 코로나 발생 직후에는 한동아 잠잠했으나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중국 정부가 규제책을 발표했다.

중국 상하이시가 지난 1월 21일 위장 이혼을 통한 주택 투기 방지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부부가 이혼 후 3년 이내에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보유주택 수에 이혼 전 보유 주택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들은 투기 방지를 위해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주택을 분양한다. 그런데 위장이혼으로 무주택자 조건을 만들어 주택을 분양받는 방식으로 주택 4채를 구입한 사례가 적발돼 나온 대책이다. 상하이시는 분양 주택구입후 매매금지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부동산규제 강화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중국 주택 가격이 연말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과열되면서 정부 규제가 한 단계 강화됐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활용해왔지만, 2017년부터 ‘부동산 과열’이 자칫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주택가격이 8.7% 상승했다. 평균 가격이 33개월 연속 상승해 통계작성이후 상승기간이 가장 길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 11.6%), 장쑤성(9.6%) 등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연간 10% 안팎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광둥성 선전시는 작년말 기준으로 ㎡당 8만7957위안(평당 약 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1% 급등했다.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자 중국 금융당국은 1월부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기업에 대한 융자에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은행대출 전체 잔액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돈줄을 죄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대해 가계대출이 부동산 투자에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주택 구매 대출자에 대해서는 상환 능력도 점거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가 유행하자 중소도시 뿐만 아니라 대도시도 일부 가격이 급락, 본격적인 가격 조정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공급된 대규모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대출-청약 등 각종 규제 도입, 위성도시 개발로 수요 분산 노려

중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이미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부터 2채 이상 구매를 제한하는 ‘주택구매 제한령’을 일부 대도시부터 도입했다. 가장 강력한 규제였지만, 부동산 투기를 중소도시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빈집만 가득한 중소도시의 ‘유령타운’ 양산을 이끌었다. 연간 1500만 가구의 주택이 지어지는 중국은 현재 6500만채가 빈집 상태이다. 공실률(빈집 비율)이 22%나 된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빈집으로 남겨둔 경우도 많다. 중국 현지 통계에 따르면 주택을 2채 보유한 가구의 주택 공실률이 39.4%,, 3채 이상인 경우 48.2%에 달한다..

요즘 일부 대도시 인기지역은 거주자에 한해 무주택자 우선으로 추첨분양한다. 대도시는 농어촌의 인구 유입을 막기 위해 지역 거주자격(일종의 호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상하이시가 위장이혼 방지대책을 마련한 것도 무주택자로 위장, 분양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파트 분양 계약금을 구입가의 30%까지 높여 투기 수요에 진입장벽을 쳤다.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 매월 주택담보대출을 갚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채무불이행시에는 강제로 아파트를 매도한다. 중국 정부는 개발회사에 대해 부채가 자산의 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일부 대도시 분양가 통제로 당첨되면 로또···‘아파트 당첨 대입보다 어렵다’ ,

시진핑은 2017년 “주택은 거주를 위해 짓는 것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고 선언했고, 집값 안정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인기지역은 서울 아파트분양처럼 ‘로또’로 통한다.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제한하는 일종의 분양가 상한제도 일부 지역에서 실시중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는 “개발업자들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으면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주택분양시)가격을 정해야 한다”면서 “새 아파트가 같은 지역 중고 주택보다 저렴하다”고 전했다. 분양가 통제로 당첨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아파트 당첨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 대학입시보다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은 대도시 주변의 위성도시 개발로 주택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고속철도와 연결하고 위성도시는 거주증명(호적)을 받기가 쉽다. 대도시는 수요 분산을 위해 중국정부는 위성도시의 병원과 학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택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부가 아닌 교육부가 필요하다는 푸념도 나온다고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했다..

◇6500만채 빈집인데도 베이징 상하이 등은 집값이 소득 40배 넘어, 뉴욕 런던 수준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10여년전부터 꾸준하게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양 유안첸 중국 칭화대 교수는 `정점에 달한 중국 부동산 시장 2020`이라는 제목의 공동연구 논문을 작년 8월 발표했다. 이들은 30년 이상 지속된 부동산 호황으로 , 베이징, 상하이, 선전(深圳)의 주택가격이 주민 평균 연간 소득의 40배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소득대비 집값 비율로만 보면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보다 높다. 부동산 관련 투자가 GDP의 30%에 육박하고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60%를 넘어서, 일본의 버블기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인구 증가가 정체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결국 주택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연내 상환해야할 해외 부채는 모두 535억 달러로, 전년보다 2배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도와 같은 대도시의 임대 수익률은 2% 미만으로 국채를 사는 것보다 더 낮은 데도, 중국인들은 계속 부동산에 투자하고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작년 5월 조사에서 도시지역 주민 세대의 주택 보유율은 96%에 달한다. 도시지역 주민이 1채를 보유하는 비율은 58.4%, 2채를 보유하는 비율은 31%, 3채를 보유하는 비율은 10.5%로, 1세대 평균으로 1.5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젊은층은 부동산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 집 한채 더 사두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불패론이 퍼지는 것은 30년간 집값이 오른데다 중국정부가 부동산 가격 폭락을 방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공산당식 버블 규제정책, 높은 경제성장률이 버블붕괴 막아

버블론에 대한 반론도 많다. 공실률이 20%를 넘는다고 하지만, 이는 지방 소도시의 과잉 공급을 반영한 것으로 실제 대도시는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지방 소도시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농민 이주자들에 의해 빈집이 채워질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 대도시 주택의 10분의 1은 여전히 화장실 조차 갖추지 못했고 중산층들은 더 큰 집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60%전후로, 한국(85%), 미국(84.4%)과 비교해보면 도시의 주택 수요가 계속 늘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률로 보면 거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2000년대 중국이 연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이후에도 6~7%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다. 경제 성장률만큼 주택가격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버블의 위험성을 잘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7년부터 강화된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이미 상당수 가격이 조정됐다. 대도시에 대한 규제강화도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 중소도시의 재고 소진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정부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2009년 리먼쇼크와 미국 주택시장 붕괴 과정을 연구해 버블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버블이 붕괴할 경우, 중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회색코뿔소로 부동산거품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 위협하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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