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효시는 1967년 '대괴수 용가리'.. 봉준호 '괴물' '설국열차'가 성공시대 열어

한국형 SF영화 ‘계보’
이제까지 한국 영화 시장에서 과학소설(SF) 영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우선 자본력의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아바타’와 ‘인터스텔라’ 제작비는 각각 2억3500만 달러와 1억6500만 달러. 한화 1800억∼2500억 원 정도로 한국 영화를 10편 이상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관객의 눈높이는 여기에 맞춰져 있다. 국내 자본력으로 SF 영화를 만들 엄두를 내기 힘든 셈이다.
하지만 SF 영화의 계보를 살펴보면 꽤 진지한 접근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맨발의 청춘’과 ‘5인의 해병’으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이 1967년 내놓은 ‘대괴수 용가리’는 한국 SF 영화의 효시 격이다. 그 뒤 김청기 감독의 ‘우뢰매’ 시리즈, 개그맨 겸 감독 심형래의 ‘영구와 공룡 쮸쮸’ ‘티라노의 발톱’ 등 다소 조악한 어린이·청소년 영화, 그리고 심형래 감독의 괴수 SF 영화 ‘용가리’와 ‘디 워’(사진) 등이 SF 영화 시장의 명맥을 이었다. 2000년대 초에 들어서면서 ‘세기말’ 분위기 속에서 SF 영화 제작 시도는 더 많아졌다. 홍콩 배우 리밍(黎明)이 출연한 ‘천사몽’(2001), 장동건 주연의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2002)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1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SF 영화 제작 시도는 뚝 끊겼다. 이후 2080년을 배경으로 한 ‘내추럴 시티’와 SF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 등이 다시 도전장을 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형 SF 영화 성공시대를 연 주인공은 다름 아닌 봉준호 감독이다.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21세기를 대표하는 SF 영화 25편’에는 봉 감독의 ‘괴물’(4위)과 ‘설국열차’(20위)가 포함됐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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