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서 '오타'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김도연 기자 2021. 2. 5. 17: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 설문 통해 구조 개선 요구… 거친 언사 빈번한 편집국 도마 위 "나이 오십에 '○○야', 그걸 가족들이 알면…"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지난 1~4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오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오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를 찾고, 오타를 유발하는 내부 구조와 시스템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조선일보 노조는 조선일보 기자들로 구성돼 있다.

설문에 응한 60명을 대상으로 '오타가 어떻게 발생했느냐'고 문의한 결과(128개 응답), 구성원들은 '기사 작성자의 부주의'(32.1%), '데스크 과정의 실수'(24.2%), '편집 과정에서의 오타'(7%) 등을 꼽았다. '판갈이 과정에서 수정 사항 미반영'(16.4%), '스쿱이나 아크 등 시스템 오류'(24.2%) 문제도 지적됐다.

노조에 따르면, A 조합원은 “아크에서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수정하면서 기사까지 작성하려니 시간이 부족하다”며 “데스크도 마감 직전 여러 건의 기사를 보면서 오타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B 조합원은 “기사 작성자 외에도 부장, 데스크, 당번 등 각 부서 내근자들이 기사를 체크하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밤에 벼락치기 마감을 하다 보니 이들도 지면을 제대로 보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저녁 시간이 다 돼서 판을 뒤집어엎으니 급하게 기사를 다시 쓰게 되고, 오류가 발생한 걸 알아도 그걸 되짚을 기회가 없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오타 문제 해법으로 '외부에서 기사 확인·수정이 가능한 시스템'(28.4%)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현재는 외부에서 기사를 확인·수정하려면 기자가 내근자에게 연락해 대장 사진이나 PDF를 전달받고 편집·교열 담당자를 확인해 내근자에게 연락하거나 기자가 직접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9월 도입한 '아크 퍼블리싱'(Arc publishing·이하 아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크는 사진과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첨부하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게시물을 원본 그 자체로 보여주는 등의 기능을 가진 최신 AI콘텐츠 도구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C 조합원은 “아크에서 교료된 기사를 볼 수 있지만 아크에서 수정된 부분이 지면 기사에도 반영됐는지, 제목이나 소제목 등은 어떤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최소한 편집자가 누구인지라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D 조합원은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의 아크 레이아웃은 기사를 고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아크의 한글화가 불안정해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아크 내에 맞춤법 검사기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22.8%에 달한다”며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교열팀 강화(21.6%)를 통해 오류를 바로잡아 달라는 의견도 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디지털 강화와 아크 도입 이후 개인 업무량이 증가해 기사 하나하나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진 건 사실”이라며 “인력 충원이 불가능하다면 기술적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성과 거친언사, 개선해야”

이와 함께 노조는 4일자 노보를 통해 조선일보 편집국 소통을 문제 삼았다. “최근 몇 년 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성 또는 거친 언사가 오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노보에 “언론사 특유의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업무 효율을 위해서라도 서로 할 말은 하되 존중하는 언어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조합원 의견을 전했다.

한 조합원은 “사소한 보고가 누락됐다고, 발제가 별로라고, 대답이 늦었다고 혼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걸 취재하고, 선배들과 의논하려는 생각보다는 '혼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든다”며 “스스로가 점점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잘못한 게 있다 하더라도 업무상 미숙함을 탓하고, 개인을 공격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연차 높은 선배들도 “나이 오십에 '○○야', '너'라고 불리는 것도 흔하다. 가족들이 알게 되면 속상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10년차 조합원은 노조에 “나이 먹고, 승진해 직급이 높아진 선배들도 사무실 한 가운데서 큰 소리로 욕먹고, 혼나는 걸 보면 '십수 년을 열심히 일하고 저런 소릴 듣는 구나' 싶다”며 “연차와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고 배우는 관계가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업무상 실수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거친 말로 감정에 상처를 주기보단 제대로 평가해 고과에 반영하는 업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