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도 구성도 꽝" 설민석 빠진 '벌거벗은 세계사' 또 '역사 오류' 논란
[경향신문]
강사 설민석 하차 후 전문성을 앞세워 돌아온 tvN 역사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가 재개 후 첫 방송부터 역사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5주 만에 방송된 <벌거벗은 세계사> 4회에는 장항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중세 시대 전염병 페스트에 대응했던 국가와 사회의 분투 과정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받는 이 시점에 과거 질병들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연 의도를 밝혔다.
문제는 방송 이후 불거졌다. 해당 회차 자문에 참여한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면서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를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고 <벌거벗은 세계사>를 정면 비판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페스트’ 편은 몽골군이 흑해 연안의 도시 카파를 침략해 성 안쪽으로 페스트가 감염된 시체를 투척하면서부터 유럽에 페스트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카피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강의 전반에 통계와 병인학적 측면에서의 최근 해석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중세에 대한 편견이 깃들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면서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에서도 지적 됐던 자문 문제도 다시금 불거졌다. 박 교수는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 말했다. ‘클레오파트라’ 방영 당시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면서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1월30일 방영된 페스트 편은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면서 “방송 전 대본과 가편집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다”고 1일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제작진은 더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벌거벗은 세계사>는 ‘클레오파트라’ 편 등의 역사 오류 논란, 강연자 설민석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5주간 재정비 기간을 가졌다. 이후 전문성을 앞세워 돌아온 <벌거벗은 세계사>는 주제별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청해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게 세계사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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