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로망 '텃밭 가꾸는 스마트 오두막' 양평 테라비트

이창훈 2021. 1.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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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T기반 생태주의 휴식처..66㎡(20평형) 4700만원부터

# 상황1

“자기, 지금 양평 주말농장 가는 거야?”

“주말농장도 가고 그 안에 있는 오두막에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그거 혹시 시커먼 비닐하우스 같은 농막 아냐? 거긴 화장실도 없을텐데 어떻게 즐겁게 지낸다는 거야?”

“화장실이 없는 데를 가자고 하겠니? 거긴 텃밭 속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라고 할까. 오늘 차가 정말 막힌다. 햇볕이 뜨거워지니까 일단 텃밭에 물부터 줘야겠네.”

“그게 스마트폰으로 된다는 거야?

“자 봐. 텃밭에 호스형 스프링클러로 물 뿌려지는 거. 스마트팜이라고 알랑가?”

# 상황2

“뭐야? 단지 안에 장마당이 열렸네. 상추, 양배추, 치커리...채소라는 채소는 다 있잖아.”

“테라비트 주민들끼리 물물교환도 하고 판매도 하는 거야. 저녁 8시까지 열린다니까 단지안 골프연습장 갔다 와서 바비큐 파티 재료 마련하자구.”

“우리 집은 월든 같은 A형 오두막인데 옆집은 북유럽풍 타운하우스네. 이 정도면 주말에만 올게 아니라 그냥 살아도 되겠다.”

중소기업 IT기술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

스마트기기가 신체의 일부분이 된 시대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가 아니라 기억 저장소이자 신분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기술이 진화할수록 자연 속 생태주의 낙원을 갈망한다. 첨단 IT기술이 보장하는 안전과 편리함 속에서 흙냄새 나는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한다.

미래를 향하는 기술 안에서 원시 자연을 만끽하는 도시인의 꿈을 구현한 공간이 테라비트(TERABIT)다.

테라비트를 출시한 김명화 아시아유니콘스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14년 간 IT산업 관련 단체장을 지냈다.

2003년부터 6년간 IT여성기업인협회 대구경북회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8년간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다.

“처음 계획은 중소 IT업체들의 기술을 생활에 구현해 널리 알리자는 것이었어요. 보안과 통신 등 IT기술이 종합적으로 구현될 공간이 숲속 오두막이거든요. 도심과 멀어질수록 기술이 제공하는 편의성과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오두막은 낭만적인 호칭이고 법적 명칭으로는 농막이라고 해요. 농막에는 환경 규제로 화장실을 둘 수가 없어요. 그러면 주말을 보낼 숙소로는 사용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왕 법규에 맞출 바엔 아예 첨단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독일의 미니 전원주택 ‘클라인가르텐(Klein Garten)’을 벤치마크한 디자인을 적용했어요.”

1가구 2주택 규제 안 받는 ‘텃밭 속 스마트 오두막’

욕심은 언제나 가지를 치고 커지기 마련이다.

“수요 조사를 해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오두막과 텃밭체험을 같이 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스마트홈’과 ‘스마트팜’이 결합되면 우리 소프트웨어협동조합원들의 기술을 더 폭넓게 구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숲속의 오두막’이라는 원래 명칭에 테라비트라는 브랜드가 붙게 됐어요. 말하자면 스마트 텃밭인 테라비트가 스마트홈인 숲속의 오두막을 품고 있는 형태라 할 수 있죠.”

<숲속 오두막 A형 디자인과 조감도>

테라비트는 66㎡(20평형)부터 시작되고 기본형인 99㎡(30평형)은 공용면적(도로) 제외 20여평의 텃밭과 6평 규모의 오두막이 결합된 구조다. 오두막은 A타입 복층 구조(20㎡), B타입 북유럽식 원룸 구조(15㎡), C타입 북유럽식 4인가족 기본형(49.5㎡)으로 3가지 중 택할 수 있다.

20평형은 4700만원, 30평형은 540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격이 저렴해 1가구 2주택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숲속 오두막 B형 디자인과 조감도>

그림 심리상담과 커뮤니티로 ‘행복 공간’ 지향

김 회장은 여성 혼자 오두막을 이용해도 안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CCTV와 안면인식 도어락이 적용돼 있고, 텃밭은 스마트폰으로 식물의 재배상황을 체크하면서 스프링클러로 물도 뿌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스마트 기기와 앱에는 정보보호를 위해 스타크로(STARCRO)의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기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영화 기생충에 나와서 화제가 됐던 미술심리상담 전문가 두 분이 입주민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단지 내 9917㎡(3000평) 규모의 땅을 분양하지 않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해 카페와 각종 스포츠시설을 짓고 세탁서비스와 조식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숲속 오두막 C형 디자인과 조감도>

김 회장이 테라비트를 구상하고 추진하면서 바이블로 삼은 책이 있다.

1840년대 하버드대 출신의 초절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2년간의 숲속 오두막 체험을 수필로 쓴 월든(Walden)이다.

“소로우가 생활에 필요한 식수와 용수를 월든 호수에서 길어서 사용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양평 테라비트 지하에는 월든과 같은 호수가 있어요. 지하수를 품은 암반이죠. 테라비트내 모든 오두막에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암반광천수가 공급됩니다. 상수도처럼 제공돼 마시거나 밥을 지을 수 있고 샤워를 할 수도 있죠.”

<사진설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 표지. 출처: 매일경제>

테라비트라는 공간에서 김 회장이 구현하고 싶은 삶도 월든에서 소로우가 남긴 말에 녹아 있다고 했다.

“사업보다는 사유를 사랑하라. 생활필수품을 마련한 다음에는 여분의 재물을 장만하기보다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야 한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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