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티네-기타 선율과 함께 흐르는 '으른 멜로'

2021. 1.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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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마티네(At the End of the Matinee)’는 주인공들이 뉴욕, 파리, 마드리드에서 엇갈리는 운명 속 사랑을 찾아가는 영화다. 일본 대표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이시다 유리코가 각각 슬럼프를 겪는 천재 기타리스트, 테러 현장을 보도하는 저널리스트로 분했다. 과거와 상처, 현재의 어려움에 지지 않는 ‘어른의 멜로’가 클래식 기타 선율을 타고 흐른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후쿠야마 마사하루)’는 13살에 기타를 시작해 20살에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음악가다. 그 후 20년간 전 세계로 공연을 다니지만 중년에 들어서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존재감이 작아짐을 느낀 마키노는 연주에 대한 불안으로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 그러던 중 자신의 공연을 찾아온 프랑스 REP 저널리스트 ‘요코’(이시다 유리코)에게 마음이 움직인 마키노는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이미 약혼자가 있는 요코는 파리로 돌아간다. 이후, 파리 테러 사건으로 눈앞에서 동료를 잃고 큰 트라우마에 빠진 요코는 불안정한 시기에 약혼자와 뉴욕 이민을 고민하던 중, 삶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줬던 마키노를 계속 떠올린다. 서로를 그리워하던 둘은 파리에서 재회해 마음을 확인하고 마침내 함께할 것을 약속하지만, 다시 만나기로 한 날, 마키노는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는 최연소 나이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베스트셀러 『마티네의 끝에서』를 원작으로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정우성’이라 불리는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멜로 장인’다운 눈빛 연기, 그가 대화와 연주로 요코의 마음을 서서히 여는 과정은 관객들이 잊고 있던 연애 감정을 일깨운다. 20년 지기 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 단 두 번 만난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요코의 사랑이 ‘바람’ 대신 ‘가슴 저린 사랑’으로 보이는 건, 풍덩 뛰어드는 대신 감정을 절제하고, 물리적 거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 가는 어른의 성숙한 모습들 때문이다. 관객들은 불륜이나 치정극에 익숙한 중년의 로맨스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일테면 서로가 위기를 겪을 때 단단히 딛고 설 수 있는 정서적 발판이 되어 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용의자 X의 헌신’의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사랑에 빠진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 역을 맡았다(실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1991)를 시작으로 연극, 뮤지컬,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 온 배우 이시다 유리코가 그와 사랑에 빠진 기자 코미네 요코 역을 맡았다. 영화 ‘용의자 X의 헌신’과 함께 한국에도 리메이크된 드라마 ‘하얀 거탑’과 추리 드라마 ‘갈릴레오’로 성공적 시청률을 기록했던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작 ‘평일 오후 3시의 연인’ 등에서도 보여 준 절제감 넘치는 멜로 장인의 솜씨를 펼쳐낸다. 마키노와 요코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파리의 레스토랑 장면과 함께, 둘의 사랑을 방해한 비서에게 물을 끼얹는 대신 젖은 눈으로 그 행복을 잘 지켜내라고 말하는 요코가 홀로 울음을 터뜨리는 신에서 감독이 지닌 정공법이 폭발한다.

소설과 달리 기타리스트 후쿠다 신이치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클래식 OST로 아름다운 클래식 기타 선율을 귀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안정감이 필요한 요즘, 묵직한 ‘으른 멜로’가 위로를 선사한다. 러닝 타임 123분.

[글 최재민 사진 찬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3호 (21.01.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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