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맴돌던 게임음악의 비밀을 풀다 [일상 속 심포니 (2)]

2021. 1. 13. 08: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
최근 몇년 동안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게임OST 콘서트를 열었다. 리그오브레전드,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소녀전선 등 국내에서 사랑받는 게임들이 콘서트의 주인공이 됐다. 콘서트는 모두 대규모 공연장에서 열렸고, 국내 유명 관현악단이 참여했다. 보통 게임OST 콘서트는 인기가 많아 객석을 가득 메우곤 하는데, 주 관객이 게임 사용자로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벤트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특별한 축제의 장이 된다.

pixabay


필자가 참여했던 ‘소녀전선’ 게임OST 콘서트도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이 공연은 같은 기간 진행된 ‘정통 클래식’ 부문 공연을 추월하며 그달의 ‘클래식 및 오페라 부문’ 박스오피스 1위(2019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디오게임과 클래식음악은 어울리지 않는 다른 영역의 문화 같아 보이지만, 현시대의 게임OST는 폭넓은 관점에서 클래식음악 장르에 속하기도 한다. 어떠한 음악적 성격의 아티스트가 연주와 녹음에 참여하는가, 어떤 성격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는가, OST 발매 음반사 혹은 레이블은 어디인가. 크게 이 세가지를 살펴보면 ‘요즘 클래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명문 교향악단의 게임OST 콘서트

사실 게임음악은 비디오게임의 효과음 혹은 단순한 배경음악 정도로 인식됐다. 과거에는 단순한 전자 효과음이나 단일 악기의 멜로디 정도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인기 게임 시리즈인 ‘드래곤 퀘스트’가 출시되고 이후 NHK오케스트라가 교향악으로 편곡한 OST를 선보이면서 웅장한 교향악 형태의 게임OST가 등장했다. 이 OST 음반은 시리즈로 발매되며 전 세계 유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클래식음악의 본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이 참여하며 게임OST가 본격적으로 클래식 시장에 진입했다.

독일에서는 2003년 게임OST 콘서트(Symphonic Game Music Concert)가 개최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라별 대표적인 교향악단이라고 할 수 있는 로열스톡홀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같은 정통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콘서트 개최장소도 전통적인 명문 클래식 홀인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 쾰른필하모닉홀 등이다. 이러한 홀은 클래식음악을 위한 건축 및 음향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클래식음악의 계보를 잇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로 개최되는 콘서트 프로그램도 정통 클래식 공연이 많다. 이러한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에서 매년 게임OST 콘서트도 개최되고 있다.

201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메이플스토리’ 공연 실황 캡처 / NECORD MUSIC 유튜브 채널


국내 클래식 공연장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은 클래식음악을 기반으로 한 공연과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에 한해 대관을 허용해 왔다. 실제로 오래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중가수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중견 가수라 하더라도 대중음악적 성향이 짙다면 공연장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최근 몇년간 메이플스토리 OST 및 마비노기 OST 콘서트가 몇 차례 성황리에 이뤄졌다.

현시대의 게임OST가 갖춘 예술적 잠재력은 클래식 예술만을 위한 영역에 진입할 수 있게 했다.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장의 승인과 함께 클래식 장르의 일부로서 혹은 충분히 예술적인 장르로서 클래식 음악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전문 레이블 입고 전문 채널에 생중계

2011년에 들어서는 스웨덴의 클래식 전문 레이블 ‘X5 Music Group’이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게임음악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게임OST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에는 파이널 판타지,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어쌔신크리드, 테트리스 등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게임OST를 수록하고 있다. 이렇듯, 현시대의 게임OST는 클래식 음반 전문 레이블을 입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2016년에는 클래식 전문 레이블로 유명한 데카(Decca)가 영화, 게임OST 등 소위 ‘요즘 클래식’ 음악의 영역인 ‘네오-클래시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세계 최대 클래식 레이블사인 유니버셜뮤직그룹의 클래식 부문과 합병하며 이 분야 활성화에 뜻을 보인 것이다.

데카, 도이치 그라모폰 등 클래식 전문 레이블이 발매한 클래식 음반이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가의 공연 실황만을 선별해 방송하는 클래식 프로그램도 있다. 주로 ‘정통 클래식’의 장르의 음악이 나온다. 예를 들어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 말러 교향곡 시리즈 등의 고전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등이다.

스웨덴의 국영 라디오 방송채널인 ‘Swedish Radio P2Network’는 클래식 음악방송을 주로 내보낸다. 이 방송사에서는 2016년 이후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젤다의 전설 OST와 파이널 판타지 OST 실황을 몇차례 중계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영국 클래식 전문 방송인 ‘British Classic FM’ 라디오에서도 클래식 트리오 버전의 젤다의 전설 OST와 파이널 판타지 OST 연주 실황을 중계했다. 정통 클래식 장르는 아니지만, 게임OST는 정통 클래식과 다양한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X5 Music Group’이 발매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게임OST 음반


게임OST는 클래식음악이 생소한 당신이라도 접하기 쉬운 장르다. ‘클래식’이라는 단어에 담긴 심리적 부담감도 없다. 그래서 클래식음악이 생소하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클래식음악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예술적 통로가 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클래식음악은 더 이상 음악의 아버지·어머니 시절의 ‘바흐’와 ‘헨델’의 고전 작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클래식음악은 가까운 일상에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당신이 비디오게임의 열정적 팬이라면 당신은 이미 클래식음악 장르 애호가로서의 취향을 충분히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심코 지나쳤던 당신만의 게임OST를 찾아보면 어떨까? 최근 출시된 인기 게임OST의 상당수는 세계 명문 교향악단과 OST 녹음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관현악 버전으로 출시된 OST를 찾아 익숙한 멜로디에 귀 기울이다 보면 당신에게도 클래식과 함께하는 일상이 다가올 것이다.

지나 김은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예술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에서 어메이징오케스트라 시리즈 등을 기획했다. MBA를 거쳐 전략컨설턴트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클래식음악을 소재로 한 예술 마케팅 모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