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떠나고 추모 커지자..정부 뒤늦은 반성

세종=박준식 기자 2021. 1. 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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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뉴스1) 박지혜 기자 =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양모 장씨로부터 상습적인 폭행·학대를 당했으며, 등 쪽에 강한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6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어린이 전문 화초장지인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화장한 유골을 화초 주변에 묻는 화초장 방식으로 안치됐다. 2021.1.5/뉴스1


양부모 학대로 숨을 거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결국 경찰에 아동학대 전담 총괄부서를 만들기로 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지만 최근 방송을 통해 학대 정황이 알려져 국민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만만한 경찰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제서야 아동학대 방지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과 보완 방안을 논의했다. 이 사안은 사실 사회부총리 이하 보건복지부와 경찰 상위 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책임질 문제이지만 관련 기관장들이 서로 책임지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정 총리가 직접 나서 이들을 집합한 것이다.

총리가 호령하자 결국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던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권덕철 복지부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한데 모였다.

논란 커지는데 책임자 나서지 않자…경찰부터 쇄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는 우선 초동 대처는 물론 3번째 학대신고에도 책임의식을 져버린 경찰에 부담을 지우기로 했다. 일단 경찰청에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 보호를 전담하는 총괄 부서를 신설하고, 신고사건에 대해선 사후점검을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그동안 법적 요건이 마련되지 않아 가정 내 출입이나 조사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신고된 현장에 한해서 조사할 수 있는 출입 장소 범위를 더 넓혀 피해아동을 빠르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2회 이상 반복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반기별로 1회 이상 사후 점검하는 정례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반복 신고 다음 날 대상 아동 가정에 직접 방문해 분리조치 필요성 등을 확인해 아동 보호 및 지원 방안을 점검해야 한다.

학대신고 아동 분리되면 국가가 보호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즉각 분리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보호시설을 늘리는 등 일시보호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즉각 분리제도는 아동이 1년에 2회 이상 학대로 신고되는 경우 보호조치 결정 전에 분리보호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학대 발생에 있어 사전적 대비책으로 예비양부모 검증을 강화하는 계획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또 입양 후 초기 사후관리를 통해 아동과 양부모의 안정적인 적응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안으로 전국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664명을 배치해 아동학대 대응의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약사, 위탁가정 부모 등 아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군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추가한다. 약사는 학대행위자들이 병원 내원이 아닌 약국에서 약품을 구입해 치료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고의무자로 추가했다.

정부가 다할 순 없지만…아동학대는 엄단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인이 사건은 표리부동한 부모가 일으킨 범죄로 지적된다. 양부모가 겉으로는 온유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입양한 자녀에 위해를 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실제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정사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방어권이 미약한 유아와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어른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정부가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인이 사건은 특히 아동학대 신고가 세 차례나 이뤄졌는데도 관련 당국이 확실치 않고 법적책임 요소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사회가 문제를 사실상 방치에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이 일어난 문제로 지적된다. 사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아동들과 그들의 인권유린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정부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세균 총리는 회의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총리는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음에도 '정인이 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총리로서 송구스럽고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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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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