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폐업, 개인택시에 희망 걸었는데.."교육 신청이 로또"

진명선 2021. 1. 1. 1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올해부터 자가용 운전자도
개인택시 면허 양수 가능
필수조건인 '양수교육' 신청자 몰려
6개월 동안 생계 막막한 이들 수백명
한겨레 자료사진

“휴대폰 오류가 나서 신청 못하고 있는 사이 10분도 안 돼서 신청 마감이 돼 버렸어요. 대출 7천만원 받아서 다 준비해놨는데 신청 자체가 안 될 줄 몰랐어요. 6개월 동안 이자만 내고 있어야 되고, 그 다음 신청 때도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막막하네요.”

경기도 고양시에서 법인 택시를 운전하는 ㄱ(38)씨는 지난달 28일 개시된 ‘개인택시 양수교육’ 신청을 휴대폰으로 하다 오류가 나서 신청에 실패했다고 했다. 오류에 대처할 틈도 없이 올 1~6월 50여회에 걸쳐 1600여명을 모집하는 교육 일정은 10분 만에 전부 마감이 됐다고 한다. 개인택시 양수교육을 주관하는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과 국토교통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는 ㄱ씨처럼 서버 오류 및 선착순 신청이라는 특성 탓에 신청을 못한 이들이 올린 민원 게시글이 수십여건에 이른다.

사업용 운전자만 가능하던 개인택시 양수가 올해부터 일반 자가용 운전자에게로 확대되는 가운데, 여기에 필요한 양수교육에 예상을 뛰어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생계가 달려있는 양수교육 신청이 문화공연이나 기차표 예매처럼 선착순으로 진행되면서 “개인택시가 로또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교육을 주관하는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은 100~200여명 수준에서 추가모집을 하고, 하반기 신청인원을 2배 수준인 3000여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의 자유게시판을 보면 개인택시 양수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시글이 양수교육 신청이 있었던 지난달 28일부터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 작성자는 “교육신청이 로또 당첨”이라며 “상반기 6개월이라는 시간이 클릭 신공에 따라 결정되고 다시 6개월을 기다리다 클릭 신공에 실패하면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말도 안되는 교육과정에 허탈할 뿐”이라고 적었다. 또다른 작성자는 “12년 자영업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하게 되었고 개인택시 양수를 알게 되어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6개월치 접수가 5분만에 끝나버렸다. 또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6개월 후에도 선착순 접수가 될 지 장담을 못한다”고 썼다.

지난 4월 관련 법령(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자가용 운전자도 5년 무사고 경력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교통안전교육(개인택시 양수교육)을 이수하면 개인택시 면허를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 택시운전자격증이 있어야 하지만, 올해부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하루만에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기존에는 법인택시나 화물차, 건설기계 등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에 한해 5년 무사고일 경우 개인택시 면허 양수가 가능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폐업 자영업자 등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개인택시 양수를 기다리던 수요가 공단이 소화할 수 있는 교육인원을 크게 초과한 것이다. 공단이 현재 수용가능한 교육인원은 경기 화성과 경북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2곳에서 6개월 동안 1600여명 수준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개인택시 양수교육 늘려주세요’ 청원인원이 8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신청에서 탈락한 이들 규모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 신청이 인터넷 선착순 접수로 진행되는 것도 개인택시 양수교육에 생계가 걸린 이들의 속을 태우는 부분이다. 대기자가 많다보니 제때 접속을 해도 신청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이번엔 첫 시행이다 보니 어떤 웹브라우저를 쓰는지, 피시(PC)인지 휴대폰인지 여부에 따라 신청 결과가 달라지는 유불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첫 교육신청 때 상반기 6개월(1~6월)치가 한꺼번에 오픈됐는데 이 때문에 한번 신청에 실패하면 대기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 하반기 신청에도 실패할 경우 1년 동안 생계가 막막해지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올해 확보된 예산으로 추가 공사를 통해 하반기에는 교육인원이 1600여명에서 2배 수준인 3000여명 정도로 늘어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상반기에 대기자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난망한 상황이다. 공단 관계자는 “중복 신청한 분들을 찾아서 취소한 부분이 60여명 정도이고, 휴일 일정 등을 조정해 상반기에 100명에서 200명 정도는 추가 접수를 받을 계획”이라며 “화성과 상주에서 개인택시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버스 등의 교육도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무한정 인원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택시운전자격증이 있어야만 교육 신청이 가능한데, 이번 신청 접수 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공단 관계자는 “이번에는 교육신청을 하고 교육 전까지만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하면 가능하도록 했다”며 “규제심의 등을 거치느라 국토부 고시가 늦어지면서 1월에 교육을 시작하자면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할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유예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