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글로벌 리더 꿈꾸는 '넘버원 코리아'

이한듬 기자·김설아 기자·권가림 기자·한아름 기자·전민준 기자·강소현 기자 2021. 1. 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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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선진국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스스로 선진국임을 자처하던 주요 국가들은 방역 실패와 의료체계 붕괴, 낙후된 시민의식 등 민낯을 드러내며 허상을 깨뜨렸다. 반면 한국은 달랐다.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 모범국가로 떠올랐고 경제분야에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K-방역’에 이어 세계를 놀라게 할 ‘넥스트 K’는 무엇일까. ‘넘버원 코리아’의 면면을 살펴봤다. 



TV 등 주요가전 세계인을 사로잡다



한국 가전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든다. 글로벌 가전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레드오션으로 평가받지만 ‘기술 초격차’를 앞세운 한국 가전은 당당히 세계 가전업계의 흐름을 선도하며 새로운 ‘가전 한류’를 이끌고 있다.
2020년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와 수요 침체 속에서도 한국 가전은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 호조를 보이며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더 테라스' / 사진=삼성전자
◆전세계 TV 절반은 ‘삼성·LG’

한국 가전이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제품은 TV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3분기 전세계 TV 시장에서 1485만대·93억1563만달러를 팔아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시장 점유율 33.1%를 차지했다. LG전자의 점유율은 16.6%로 2위다. 양사의 점유율 합계는 49.7%로 사실상 전세계에 판매되는 TV 두대 중 한대는 한국 제품인 셈이다.

삼성과 LG가 주력하는 패널별 점유율을 보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3분기 QLED TV 출하량은 233만1000대로 글로벌 전체 QLED TV 출하량(276만대)의 84%가량을 차지했다. LG전자의 OLED TV 출하량은 50만대로 전체 OLED TV 가운데 53%가량을 차지했다.

TV 외에도 냉장고와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생활가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2019년 기준 20.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건조기·세탁기·냉장고 등 주요 생활가전 부문에서 모두 왕좌를 수성했다. LG전자는 16.0%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해 2위인 미국 가전업체 월풀(16.8%)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과 LG 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만족도 또한 높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력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가 지난 7월 발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식기세척기 ▲오버더레인지형 전자레인지 ▲프리스탠딩 레인지 ▲프렌치도어 냉장고 ▲일반 냉장고 ▲드럼세탁기 ▲전자동 세탁기 ▲건조기 등 8개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고 LG전자는 ▲양문형 냉장고 ▲쿡탑 ▲월 오븐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양사의 가전 사업 호조는 실적으로도 증명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소비자가전(CE)부문 영업이익은 1조56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가전을 담당하는 H&A(생활가전)사업본부의 3분기 영업이익이 6715억원으로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 부문의 매출액이 2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생활가전 1위 기업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중견 가전기업의 실적 호조도 두드러진다. 코웨이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2% 증가한 4766억원이며 SK매직은 34.7% 증가한 657억원이다. 쿠쿠홈시스도 전년 대비 18.9% 증가한 11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들 업체 모두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차세대 가전 특허도 한국이 주도

이 같은 실적 호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류건조기·식기세척기·공기청정기·진공청소기 등 소위 ‘청정가전’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청정가전의 2020년 1~9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5~71.5% 증가해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이 8.6% 감소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9월까지 품목별 수출 규모는 의류건조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증가한 5억6000만달러이며 식기세척기는 22.5% 늘어난 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공기청정기(59.3%)와 진공청소기(71.5%) 역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공기질과 청결 유지에 신경을 쓰면서 수출이 늘어났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가전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점도 한국 가전 업체의 성장세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가전제품 시장 매출액은 전년보다 2.5% 성장한 1340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향후 5년간 매년 2.3%씩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가전시장은 성숙 단계에 이르렀지만 기술 혁신과 수요 맞춤형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로 앞으로도 신규 수요를 꾸준히 창출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수출시장을 더욱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창우 한국무역협회 전력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가전시장은 성숙 단계임에도 여전히 우리 수출은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 의존도가 44.4%에 달한다”며 “글로벌시장에서의 성과에 비해 아세안 지역의 진출이 낮은 편이어서 앞으로 확대되는 시장 변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국가로의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후발주자와의 초격차를 위한 기술 부문에선 한국 가전업체의 혁신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차세대 가전인 스마트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스마트 백색가전 분야의 국내 특허출원은 국내 기업이 전체 출원의 75.9%를 차지하며 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별로는 LG전자 217건(47.38%) 및 삼성전자 84건(18.34%) 등이다. 미국시장에서도 LG전자(154건)와 삼성전자(86건)이 나란히 다출원 기업 1·2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송대종 특허청 가전제품심사과장은 “성숙단계에 도달한 가전 분야에서 기업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분야와 융합한 스마트 백색가전을 통해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이라며 “스마트 백색가전 관련 특허출원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새해 韓조선 수주·안전성 선봉장


한국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주축으로 세계 수주 1위 자리 지키기에 나선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은 1980년대까지 일본 조선사가 장악해 왔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가 각고의 연구·개발 끝에 일본을 뛰어넘었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로, 일본은 조선소 합종연횡을 통해 1위를 넘보고 있지만 한국 조선은 이미 LNG선 세계 시장 선두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조선업의 살길이 ‘기술 초격차’뿐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앞둔 ‘알헤시라스’ 호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 바다에 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추격자 中·도전자 日 콧대 꺾고 최강 ‘우뚝’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한국 조선은 2020년 하반기 들어 9월을 제외하고 전세계 발주량의 60% 이상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체는 7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 6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74%(50만CGT)를 수주하며 중국으로부터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8월 역시 전세계 발주량(86만CGT)의 73%(63만CGT)를 거뒀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전세계 물량의 69%, 60%를 독식했다. 다만 9월에는 중국과 비슷한 50%의 수주량을 기록했다.

한·중·일 3개국만 놓고 2020년 하반기 수주한 선종 점유율을 비교해봐도 한국의 LNG선박과 탱커 수주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 조선은 7월 92%의 탱커 점유율을 기록했다. 8~10월엔 70%대를 유지하다 11월 다시 92%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중국은 8~26%대의 점유율을 냈다. 일본은 탱커 수주가 전무하다 8월 한 달 동안 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 조선업계의 LNG선 수주도 가히 독보적이다. 지난해 7·10·11월엔 중국과 일본을 완전히 제치고 99~100%의 LNG선 점유율을 보여주었다. 이 기간 중국과 일본의 LNG선 수주 점유율은 말 그대로 ‘0’이다. 전체적으로 수주가 부족했던 8월 역시 한국 조선만이 17%의 LNG선 점유율을 기록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국이나 중국 한쪽이 수주를 싹쓸이하거나 한·중 양국이 반반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다. 한국 조선이 지난해 발주 가뭄 속에서도 하반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연료탱크·엔진·연료공급시스템 기술력이다. 현재 대형 선박 대부분은 디젤 엔진을 쓰는데 이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는 디젤 엔진을 대체하기 위한 엔진을 오래전부터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LNG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체 개발한 고효율 연료공급시스템인 ‘하이에스가스’를 LNG선에 탑재하고 있다. 하이에스가스는 LNG의 자연 기화량에 맞춰 압축기 용량을 최적화하고 압축기와 기화기를 병렬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해 하루 최대 1.5톤의 LNG연료를 절감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저장탱크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를 거의 100% 재액화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재액화장치는 화물로 싣고 가는 LNG가 자연적으로 기화한 것을 다시 액화해 화물창에 집어넣는 장치로 LNG선의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이어서 선주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단일냉매방식의 완전재액화설비가 탑재된 LNG선을, 지난해 2월엔 혼합냉매방식의 완전재액화설비가 탑재된 LNG선을 세계 최초로 인도했었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LNG선 대부분에 완전재액화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조선-철강 소재개발로 불황 넘는다

쇄빙LNG선 등 차세대 LNG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자랑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쇄빙선의 쇄빙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아크7급(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사양)을 LNG선에 적용하며 해당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크7급 쇄빙 사양을 쇄빙전용선이 아닌 상선에 적용해 건조한 조선사는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얼음과 맞닿은 선수와 선미 부분에 일반 선박 강판보다 3배가량 두꺼운 70㎜ 두께의 초고강도 특수강판을 사용한 것이 포인트다. 영하 52도의 극한에서도 모든 장비가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방한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중공업도 ▲자연 기화율을 최소화하는 화물창 설계·건조 ▲재액화 장치 장착을 통해 LNG 손실을 최소화해 최대 화물 운송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한 고효율 선형 개발 및 연료절감 장치 장착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NG선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연료탱크에서도 초격차를 이뤘다. LNG 연료탱크는 고압의 가스를 저장하는 용기로 안정성이 필수적이어서 설계·용접·보온 등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선 철강사와의 시너지가 주효했다.

국내 조선사와 포스코는 9% 니켈강·고망간강·STS304L 등 극저온용 강재를 활용한 LNG탱크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연료탱크에 9% 니켈강이 쓰이면 영하 163도의 극저온에서도 강도와 충격 인성을 유지하는 니켈의 성질 덕분에 안전하게 LNG를 운반할 수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도 LNG탱크 소재로 사용된다.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영하 196도에서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LNG 이어 초대형 선박도 ‘힘찬 뱃고동’

한국 조선은 LNG선뿐 아니라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에도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하며 경쟁 우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컨테이너선 수주 비중은 높은 편이지만 한국처럼 초대형이 아닌 중소형 컨테이너선이 주를 이룬다.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최대 조선소 ‘이마바리조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술 제휴를 협정해 한국 조선산업을 압박하려 했지만 여객선 외에 선박 건조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 인근에서 일본 국적 벌크선 ‘와카시오’호가 좌초하며 중유 1000톤 이상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몰컴포트’호가 예멘 인근 해역에서 두 동강 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고에 대해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국 선박에 비해 선체를 가볍고 얇게 건조한 이유도 있지만 설계와 제작 기술이 떨어진다는 증거”라며 “컨테이너선은 선급 규정 확립이 안 돼있어 아무나 대형화를 할 수 없다. 앞으로 포장 화물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조선이 초대형 선박에서도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은 안전성 분야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과 미국에서 선박안전관리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국가별 선박안전관리 등급이 높으면 한국 선박에 대한 항만국 통제 점검 주기가 연장되고 점검 강도도 낮아져 선사의 운항·영업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한국은 일본 컨테이너선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해상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행한다. ▲충돌·좌초 자동 예측 경보 ▲선내 시스템(화재 등) 원격 모니터링 ▲최적 항로 안내 등의 정보 제공으로 해양사고가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산업은 이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승자독식 시장’이 됐다. 국내 조선사가 서둘러 고부가가치 선박의 디지털화와 탈탄소화 등 기술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능형 선박 기자재 관리 설루션’에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엔진 등에서 1개월간 수집한 데이터를 불과 10분 내에 자동 분석하고 온라인 보고서까지 도출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인공지능(AI) 영상 인식 기반 충돌 상황 인지 기술 ▲스마트십 사이버 보안 ▲디지털 트윈십 ▲AI기반 선박영업설계 지원 시스템 등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LNG 통합 실증 설비를 가동해 독자 개발 중인 ▲차세대 천연가스 재액화 및 액화 공정 설계 ▲부유식 천연가스 공급 설비의 효율 향상을 위한 신냉매 활용 공법 등 LNG 핵심 기술의 성능 검증을 시도할 계획이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K-바이오, 치료제 상용화 성큼… 백신 개발도 순항중


"코로나 잘 적응해야 세계 선도" 전망에 정부, 백신 주권 위해 '끝까지' 지원 약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이상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발생해 전세계적으로 774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처럼 갑자기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지구에 정착해 토착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게임 체인저 즉 명약이나 백신이 개발돼야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 현재 상황에 잘 적응하는 국가가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연구원들이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사진=유승관 뉴스1 기자
현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진단이다. 2년차를 맞는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 대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2월22일 오전 9시 기준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7777만명이다. 미국에서만 1847만명이 감염됐다. 같은 날 한국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5만1000명을 넘어섰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숨은 감염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기 위해 집중 검사에 나서면서 확진자가 크게 늘며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다만 환자 사망을 의미하는 치명률은 주요국 가운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은 1.40%로 전세계 평균치(2.20%)보다 낮다. 전세계 최다 확진자 발생국인 미국(1.77%)은 물론 ▲중국(5.33%) ▲일본(1.46%) ▲독일(0.4%) ▲인도(1.45%) ▲영국(3.26%) ▲프랑스(2.46%) ▲이탈리아(3.52%) ▲브라질(2.58%) ▲캐나다(2.78%) ▲러시아(1.79%) 등 GDP(국내총생산) 순위가 높은 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 경험으로 역학조사·진단검사·치료 등 전방위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게 의료계 평가다. 이재갑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의원급 병원이 많아 의료 접근성과 이용률이 매우 높다”며 “병상 수와 중환자실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많아 환자가 급증하던 시기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가 코로나19를 추적하기 위해 종합적인 전략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백신 자주화… 빠르면 하반기 K-백신 접종

코로나19 정복을 위한 인류의 반격도 본격 시작됐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백신이 개발돼 세계 곳곳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빠르면 2021년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치료제에 이어 조만간 국산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21년 하반기나 2022년 초 국내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아이진 등 국내 기업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모두 임상 초기 단계인 임상 1상에 머물러 있지만 정부는 K-백신 자주화를 위해 전폭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계약을 따내면서 주목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NBP2001’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NBP2001은 재조합 항원(단백질) 백신으로 바이러스에서 항원인 단백질만을 체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노바백스’와 ‘사노피’·‘GSK’ 등이 이와 비슷한 기전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앞서 백신 ‘GX-19’을 개발해 왔던 제넥신은 ‘GX-19N’으로 바꿔 2021년 초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변이가 빠르다”며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좋은 백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 기술 수준이 국내보다 높음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고 노바백스와 공동 개발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치료제 상용화 가능성… K-방역 기대감 커져

제약·바이오업계는 한국이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에서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기업의 임상 발표가 연초부터 예정돼있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희망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21년 2~3월 예상되는 백신 접종보다 치료제 사용부터 먼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열기는 뜨겁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산 코로나 치료제의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이 오늘(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다”며 “내년 1월 중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종근당·신풍제약·부광약품 등 전통 제약사 대부분은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 약물재창출이란 이미 허가받은 약이나 물질을 다른 질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미국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선두였던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상용화가 점쳐지면서 외국 백신·치료제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고 K-방역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방역 모범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성공할 때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제약·바이오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하고 우리가 수입하고 설령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끝까지 성공해야 한다”며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고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끝까지, 확실히 성공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아름 기자 arhan@mt.co.kr



코로나 불황 속 피어난 석유·화학… '수출의 꽃'으로


“아무리 파도 기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을 팠다.”

석유개발이 날개를 달았던 2007년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가 선보인 광고다. 광고에는 SK에너지가 지분 40%를 갖고 석유를 생산하는 브라질 BMC-8 광구의 모습이 담겼다. SK가 이 광고로 노린 건 한계상황 속 도전적 기업 정신은 물론 수출 에너지 선도기업이란 이미지 구축이다. 결과는 성공. 그해 SK에너지는 15조79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수출 실적이 매출의 54.2%를 차지하면서 내수판매를 처음 넘어섰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주유중인 모습/사진=뉴스1
석유화학제품이 ‘수출 효자’로 등극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11년 석유화학제품은 전통 수출 강자인 반도체와 자동차를 꺾고 2년 연속 수출 1위에 올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에서 거둔 대단한 성과라는 평이 자자했다.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06억4800만달러. 반도체에 다시 1위를 내줬지만 전체 수출에서 7.5%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포장재·위생용품 수요 ‘껑충’… 마진율도 ‘OK’

2020년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 덕분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올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빅3의 영업이익은 모두 3조4420억원. 지난해 2조2812억원에 비해 44.5% 증가할 전망이다.

LG화학은 2조4290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2.7배 이상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LG화학은 ‘세계 배터리 1위 업체’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80%가량은 석유화학에서 나온다. 배터리 사업을 떼 내기 전인 3분기 영업이익은 902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 중 80%인 7216억원이 석유화학에서 발생했다. 영업이익률은 20.1% 달한다. 이 수치는 최고 호황기를 누리던 2011년 1분기 영업이익률이던 17%를 넘어선다.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영업이익 6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7%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화재사고 탓에 전년대비 69.9% 줄어든 33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빅3 업체의 실적이 비교적 순탄했던 건 코로나19 영향으로 포장재·손 세정제·니트릴 장갑 등 위생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석유화학기업의 사업 분야는 ▲원유 정제로 생산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을 판매하는 정유 부문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납사(나프타)를 분해해 파라자일렌(PX)과 벤젠·톨루엔·혼합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 부문 ▲찌꺼기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드는 윤활유 부문 등으로 나뉜다.

원료 낭비를 줄이면서 다양한 소재를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석유화학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가장 돈이 되는 것은 3대 경질유(휘발유·등유·경유) 부문이지만 수익 구조상 다른 부문 영업이익률이 정유 부문을 넘어선 지는 오래다. 국제 유가 등 각종 외부 요인과 유류세 부담이 큰 정유와 달리 석유화학제품 시장은 수·출입이 자유롭고 관세장벽도 없다는 게 큰 경쟁력이다.

올해는 특히 마진율도 좋았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가전제품의 외장재로 사용되는 ABS(플라스틱 합성수지) ▲포장재인 PE(폴리에틸렌) ▲바닥재인 PVC(폴리염화비닐) ▲손 세정제 원료인 IPA ▲니트릴 장갑 원료인 NB 라텍스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한 포장재·위생용품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늘면서 양호한 수급여건이 유지된 가운데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을 덜었다. 화학제품 수요 증가에 제품과 원재료 간 가격차를 의미하는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석유화학 업체 마진율은 높아진다.

◆백신 나와도 커지는 시장… 일회용 이슈는 부담

2021년 전망 역시 밝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32조원을 기록하며 2020년보다 1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원은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수송용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년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중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도 10% 이상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내년 석유화학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충분한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고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택트(비대면) 확대로 인한 온라인 쇼핑 증가와 배달시장 성장 및 위생용품 관련 니즈까지 더해지면서 포장재 시장 절대 강자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비중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매킨지’는 전세계 에틸렌 수요가 올해 2000만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수요는 경기 회복 등으로 9500만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공급 증가는 오히려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 기업의 화학 프로젝트 준공 일정이 지연되면서 공급 부담이 완화되는 국면이다. 물론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이슈는 여전히 불안요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관련 우려가 있더라도 우선 코로나 대유행을 잡는 게 더 중요한 만큼 이에 맞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수요는 재활용 및 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가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한 수요 증가가 일단 먼저일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바이오 플라스틱과 재활용 이슈 역시 화학 업체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코로나로 변화된 일상이 PE·PP·PET 등 다양한 포장재 수요를 크게 자극하고 늘어나는 의료용품(인공호흡기, 마스크 등) 수요와 내구재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급격한 온라인화와 포장·배달 수요 강세 역시 포장재로 사용되는 화학제품 수요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미국과 유럽, 신흥국 빅딜 “한 수 배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한국 금융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사업 수익성 등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올해 해외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지점./사진=하나은행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 금융의 위상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금융사에게 위기 대응 매뉴얼과 비대면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문의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에 국내 금융사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해외시장 확대에 드라이브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금융사는 금융지주를 필두로 금융계열사까지 해외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주먹구구식 확장에서 벗어나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진출 국가도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금융의 위상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신한금융은 2017년 지주사 내에 은행·카드·금융투자(증권)·생명보험의 해외사업을 포괄하는 글로벌 사업 부문을 출범시킨 이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뿐 아니라 홍콩·호주 등 선진시장을 비롯해 멕시코와 중동 등 새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KB금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 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부문에서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에서 은행업 인가를 서두르거나 현지 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증권·카드·캐피털도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 부문에 편중됐던 해외 네트워크를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BIDV은행 등 기존 진출 지역에서 영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은행 업종 진출 지역의 추가 성장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 1등’을 목표로 베트남 현지 영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수신·여신·외환 등 고유 업무와 함께 방카슈랑스·신용카드·투자금융(IB) 주선 등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2017년 185개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195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전년 대비 5개 늘어난 67개, 보험사는 전년 대비 1개 줄어든 34개였다.

금융 영토 확장을 넘어 해외 유망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발굴·투자하고 해외진출까지 돕는 해외 핀테크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점도 눈에 띈다. 

우리금융은 2019년 10월 동남아시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 랩 센터인 ‘디노랩 베트남’을 설치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9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인도네시아’를 출범했다.

◆해외 빅딜 성사시키는 한국 금융사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2017년부터 금융당국이 추진한 초대형 IB 육성정책은 한국 금융사가 해외 빅딜에 참여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초대형 IB는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조달 시장을 다변화하고 토종 IB의 기업금융 역량을 키워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IB와 경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신규 허용키로 하고 초대형 IB 인가 조건으로 ‘자기자본 4조원’이란 조건을 내걸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 되면 초대형 IB로 지정해 어음을 발행하고 그중 절반은 기업 대출이나 저신용 등급의 회사채 보유 등 기업 금융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돼 있다.

이후 초대형 IB와 은행 등 대형 금융사는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건을 따내며 잇단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빅딜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9년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있는 15개의 최고급 호텔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한 지 5개월 만인 2020년 2월 호텔 소유권이 제3자에게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양자는 법정 공방을 벌였고 결국 미래에셋이 승소했다. 계약은 결과적으로 파기됐지만 당시 미래에셋의 투자는 ‘국내 최대 해외 대체투자’ ‘해외 투자자와 경쟁에서 거둔 쾌거’ 등의 찬사를 받았다. 미래에셋 승소는 한국 금융사의 위세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20년엔 KB국민은행이 2100억원 규모의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금융(PF) 선순위 대출 금융약정을 체결한 게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이뤄진 이 거래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콜롬비아에 위치한 667㎞의 코스탈 가스링크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80억 캐나다달러 규모 사업에 대한 선순위 대출이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 등 캐나다 5대 은행을 비롯한 총 27개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참여했으며 국내 은행으론 유일하게 KB국민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금융사를 바라보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2020년 7월 우리은행의 홍콩 투자은행(IB) 법인인 홍콩우리투자은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국제신용등급 ‘A’를 받았다. S&P는 홍콩우리투자은행이 우리금융그룹에서 유일하게 해외 IB 플랫폼과 증권업 자격을 가진 회사로서 우리금융에 해외 대체투자 등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핵심 자회사로서 역할이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20년 1월 S&P로부터 장기신용등급 ‘BB’를 받았다. 이는 베트남 내 은행 중 가장 높은 등급이자 베트남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전세계 경제의 급격한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융사는 전문인력 육성과 현재 상황에 맞는 전략 재정비를 통해 해외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일궈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아직도 'Korea=싸이'라고?.. "Oh My Gat!"


# 일본 작가 하쿠타 나오키가 최근 충격적 고백으로 시선을 모았다. 소위 ‘혐한 작가’로 유명한 그가 한류에 빠졌다고 시인하면서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류에 빠져 죄송하다. 한국 배우의 연기는 훌륭하다. 억울하지만 이 점은 일본이 졌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2월12일 온택트로 진행된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THE FACT MUSIC AWARDS, TMA)’에 참석한 방탄소년단(BTS)이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더팩트 뮤직 어워즈
세계인이 ‘한국’ 하면 가수 싸이의 곡 ‘강남스타일’만을 떠올리던 시절도 수년 전이다. 과거 해외에서 마주한 외국인이 “I know Korea”라고 반기며 ‘말춤’을 추는 모습에 한류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꼈다. 하지만 몇 년 새 한국을 대표하는 ‘K-콘텐츠’는 크게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오히려 선전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2020년 신한류 열풍을 돌이켜봤다.

◆BTS,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핫100’ 1위… 블핑은 ‘뮤비 10억뷰’

이번해 신한류 열풍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진·지민·제이홉·슈가·뷔·정국)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의 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2020년 9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달성이란 위업을 달성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뒤이어 9월30일 발표한 앨범 ‘비’(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도 한국어 가사 곡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지수·제니·로제·리사) 역시 연이어 신기록들을 세우며 K-팝 대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10억뷰 이상 뮤직비디오 3편을 비롯해 억대뷰 영상만 무려 24편을 배출했다. 첫 정규앨범 ‘디 앨범’(THE ALBUM)은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K-팝 걸그룹 최고 순위·최장 인기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갓’ 열풍 일으킨 한국형 좀비물 ‘킹덤’… 日 짱구에 ‘사랑의 불시착’ 등장

K-드라마의 성과도 빛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한국형 좀비물 ‘킹덤’ 시즌1이 공개된 직후 해외에선 ‘갓’ 열풍이 불기도 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갓이 ‘Korean Drama Kingdom Hat’이란 상품명으로 판매되는가 하면 ‘갓’이 영어 ‘GOD’(신)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이용해 “오 마이 갓”(Oh My ‘Gat’)이라는 감탄사가 유행하기도 했다.

시즌2 역시 뉴욕타임스가 꼽은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10’으로 2년 연속 선정됐을 뿐 아니라 자국 콘텐츠를 선호하는 인도에서도 넷플릭스 공개 직후 ‘오늘의 톱10’에 안착했다.

남한의 재벌 상속녀와 북한 장교의 사랑을 그린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일본에선 자국 내 ‘2020 신조어·유행어’ 톱10에 ‘사랑의 불시착’이 포함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 해당 드라마를 패러디한 장면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9월 한국 영화 ‘#살아있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미국·프랑스·요르단·호주·볼리비아 등 다양한 지역의 국가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영화 부문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K-콘텐츠 인기비결은 ‘희망 메시지’… 음반류 수출액 역대 최고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인기는 2020년 경제적 수치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사상 최초로 반기별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2020년 11월까지 집계된 K-팝 음반류 수출액은 전년대비 94.9% 늘면서 역대 최고 수출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시국에도 K-콘텐츠가 이 같은 성과를 얻은 것은 희망적 메시지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K-콘텐츠만의 따뜻한 감성이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전세계인을 어루만졌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K-팝에 대해 “코로나로 힘든 한해였지만 선한 메시지와 신나는 선율로 무장해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인의 기운을 북돋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혜선 세계한류학회 사무국장은 “K-팝 대표 그룹인 BTS의 곡의 경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꿈에 대한 열정, 현실 앞에서의 좌절과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 등이 곡마다 스며들어 있다”며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위로와 공감은 팬들에게 범접할 수 없는 히어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BTS와 소통하는 교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BTS의 앨범 ‘비’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낀 멤버의 복잡한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내 많은 팬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이들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류 열풍 불 붙인 플랫폼… “막강한 글로벌 팬덤 얻었다”

K-콘텐츠에 대한 열풍은 플랫폼과 만나 더욱 거세게 일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든 쉽게 집에서 K-드라마를 시청하고 K-팝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다.

무엇보다 플랫폼 내 다국어 지원 기능이 언어적 장벽을 허물면서 세계인의 K-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졌다. 실제 실시간으로 한국 아이돌의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는 10개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 주는 ‘다국어 번역 지원 서비스’를 통해 언어의 장벽 없이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이용자 약 1910만명(2020년 12월21일 기준) 중 아메리카·유럽 국가의 가입자 수만 30%를 넘는다. 이는 네이버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도 마찬가지다. 전체 가입자 중 85%가 해외이용자다.

K-콘텐츠 팬덤의 규모는 플랫폼을 타고 국내에서 글로벌로 크게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플랫폼으로 형성된 글로벌 팬덤이 신한류 열풍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BTS의 ‘빌보드 핫100’ 1위 달성은 글로벌 ‘아미’(ARMY·BTS의 팬을 가리키는 말)들이 순위 집계 기준에 맞춰 전략적으로 움직였기에 라디오 방송 횟수가 적었음에도 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 빌보드 차트 진입은 미국 음악 시장을 잡고 있는 대형 레코드사와 라디오와 같은 올드 미디어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팬덤 형성으로 국내 K-팝 가수들은 과거와 비교해 보다 쉽게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성미경 박사는 “한국 콘텐츠는 즉각적으로 전세계 팬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에서 더욱 막강한 문화적 파워를 획득했다”며 “신한류는 좀 더 깊고 촘촘해지며 장르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확장돼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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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김설아 기자·권가림 기자·한아름 기자·전민준 기자·강소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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