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예능의 증가, 코로나 시대 정적인 예능의 가치 발견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0. 12. 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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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예능의 확대가 의미하는 것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예능이 교양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예능이 웃음에만 전념하지 않고 지식이나 교훈, 감동 등의 요소들을 가미한 교양 프로그램형 예능, '교양 예능'이 최근 눈에 자주 띄고 있다.

tvN은 12월 들어 주말 저녁 11시대를 교양 예능으로 채웠다. 토요일 밤에는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이하 <벌거벗은 세계사>)를 통해 전 세계 곳곳을 언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쳐봤다. 역사적 사실 오류 논란과 설민석의 석사 논문 표절 문제에 휩싸이는 등 잡음이 이어졌지만 방송 자체는 히틀러, 클레오파트라, 난징 대학살을 다룬 1, 2, 3회가 모두 5%(이하 닐슨 코리아)가 넘는 시청률로 동 시간대를 장악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tvN의 일요일 밤 같은 시간대에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가 2부작 파일럿으로 13일과 20일 방송됐다. 신동엽, 김준현, 이혜성이 진행을 맡고 김동현, 강남, 황치열, 이상화, 남창희, 조세호, 이진호, 양세찬이 두 팀으로 나눠 친환경 하우스에서 1박 2일 동안 제한된 에너지를 사용하며 에코 라이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세계사라는 인문학 스토리텔링을 통해 시청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는 팀 대결 형식 아래 환경 파괴와 관련된 상식을 전달했다. 웃음도 있지만 웃음보다는 지식이나 교훈을 위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예능이다.

이보다 앞서 올해 교양형 예능은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와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정도가 눈에 띄었다.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는 국내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장소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을 다루는 예능으로 일요일 저녁에 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기록해 예능의 교양화 성공 사례가 됐다.

<유퀴즈 온 더 블럭>도 교양 예능으로 분류될 수 있다. MC 유재석과 조세호가 인터뷰하는 대상들의 삶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식과 인간적인 감동을 전달하는데 올 시즌 방송 초반 2%대에서 출발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다 이달 들어 마침내 5%를 넘기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확히는 예능이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자나 진행 방식 모두 예능적 성격이 강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도 최근 교양 예능의 흐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꼬꼬무>는 장항준, 장도연, 장성규 등 스토리텔러들이 지인을 앞에 두고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4%를 넘기는 등 화제를 모아 8회로 예정된 방송분을 2회 연장 후 시즌 2를 확정지으면서 지난달 종영했다. 친근한 상대와의 대면 스토리텔링이 갖는 호소력을 잘 살린 구성과 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채우는 재미가 열성 시청자들을 만들어냈다.

교양 예능은 시청자들의 활동성에 반비례해 선호되는 듯하다. 앞서 살펴본 교양 예능들이 토, 일 저녁 시간대에 편성된 경우가 많고 교양 예능을 대표한다고 볼 만한 <알쓸신잡> 시리즈 역시 방송 시간이 금요일 저녁이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도 주말에 많다. 새로운 한 주를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에, 육체적 활동은 최소화하고 텐션 없는 상태로 내면의 지적, 정서적 작용만이 잔잔하게 함께 하는 그런 상황에 함께 하기 좋은 콘텐츠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코로나 유행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한동안 교양 예능은 좀 더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당분간 계속 필요하다. 외부의 활기찬 활동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삶은 교양 예능이 선호되는 주말 저녁처럼 정적이기 쉽다. 코로나로 인해 제작에 제약이 생긴 예능 포맷도 늘어난 상황이다. 교양 예능은 출연자의 강의, 토크, 대화 등이 포맷 자체라 비교적 방역 수칙 준수가 수월하기 때문에 더 선호될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교양 예능의 확대는 재미의 다각화를 의미한다. 예능의 재미는 코미디와 웃음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지식도 교훈도 감동도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건 예능도 예외가 아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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