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단감 시배지 진영에 뿌리내린 인생 2막, 카라농원 김진형 대표

김명규 기자 2020. 12. 26.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품질 친환경 단감재배 고집..온라인으로 판로 확보
가공식품 도전 '풍년의 역설' 극복..'단감작목회'도 이끌어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귀농해 김해시 진영읍에서 단감을 재배하고 있는 '카라농원' 김진형 대표가 단감 수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뉴스1

(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단감하면 진영, 진영하면 단감이다."

진영은 단감의 시배지다. 일제강점기 당시 진영역장을 지낸 일본인 ‘요코자와’가 1927년 진영읍 신용리 일대에 단감묘목 100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전에는 소금물에 한참 담가 떫은 맛을 우려낸 뒤 먹었던 ‘떨감’이 전부이다시피했다.

진영 출신 여성과 결혼한 이 역장은 자신의 아내와 자신이 기르는 단감을 무척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인 역장처럼 단감에 푹 빠져 낯선 땅에 농사를 지으며 정착한 이가 이곳에 또 있다.

봉하마을에서 2㎞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카라농원’의 농장주 김진형(66) 대표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거친 손은 영락없는 농사꾼이지만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서울에서 제조·판매업, 수입품 무역 등 다양한 사업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지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농사꾼’, ‘귀농’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40대 초반이던 그는 서울에서 1년간 귀농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흙을 만지며 살고 싶다는 꿈에 이끌려 시작한 농업에 대한 첫 배움이었다.

“귀농학교를 졸업하고 6년 동안 서울 강동구에 도시텃밭을 임대해 무, 배추, 파 등 채소를 친환경으로 재배했었어요. 도시에 살았지만 틈틈이 농사를 짓고 수확한 채소를 지인들과 나눠먹는 재미가 쏠쏠했었답니다.”

그러던 그가 진영에 내려온 것은 2008년이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김해 진영에 땅을 구입한 뒤 임대를 주고 있었는데 아무도 임대하려하지 않자 사업을 정리하고 내려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몇 달 동안은 서울과 진영을 오가며 귀농공부를 했어요. 진영에서 어떤 농사를 지을지 알아보다 단감만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지요. 아는 사람이 없어 도서관에서 단감재배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작게 시작한 단감농사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김해 진영읍 '카라농원'에서 일꾼들이 단감 수확을 하고 있다. (카라농원 제공) © 뉴스1

공부하지 않고선 되는 게 없다는 것이 농사를 마주한 그의 자세였다. 가족들을 두고 진영에 홀로살이를 시작한 그는 단감농사를 짓는 동시에 진주 경상대 농업학교 단감반 과정을 1년간 수강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단감재배에 대한 이론은 물론 여러 단감농가를 견학하며 단감 재배방법을 몸소 터득했다.

이후 그는 서울에서 익힌 친환경 재배 방식을 단감농사에 적용해보자고 결심한 뒤 농약을 줄이고 액비를 직접 제조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2년간의 고집으로 인해 김씨가 생산한 단감은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 받게 됐다.

“무엇보다 제가 생산한 친환경 단감의 품질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농협을 거쳐 판매 하지 않고 직접 온라인으로 단감을 팔았죠. 하루에만 단감 10kg 70~80박스를 택배로 전국 각지에 배송했죠. 수익은 물론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감이 맛있다며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관광객들이 농장 앞에 관광버스를 세워놓고 감을 사가곤 했어요. 이후 친환경 단감생산 방법, 다른 농가에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는 ‘친환경 단감 작목회’를 구성해 초대 회장을 지내며 친환경 단감 재배 기술을 진영의 다른 농가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온 외지인이 친환경 진영단감 생산의 선두주자가 된 셈이었다.

결성된 지 10여년이 지난 '친환경 단감 작목회'도 현재까지 14곳의 농가가 모여 품질 우수한 단감을 재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한다.

카라농원이 운영하는 진영단감 가공공장에서 단감 가공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카라농원 제공) © 뉴스1

“혹시 ‘풍년의 역설’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풍년이 들어 수확은 늘었는데 생산량이 너무 늘다보니 물건 값이 떨어져서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걸 말합니다. 2014년이었을 겁니다. 잘 되던 단감 농사에 위기가 찾아왔었지요.”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단감 가공식품 생산에도 식견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 역시 배움이 뒤따랐다. 농업대학 농산물 가공과정을 수료한 것은 물론 감말랭이로 유명한 청도도 직접 찾아가 연구했다.

2015년 김씨는 김해시의 행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김해 한림면에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지금까지 카라농원에선 감말랭이, 단감즙, 단감식초 등 진영단감을 이용한 가공식품도 생산하고 있다.

가을 한철에만 수익을 얻었던 김씨는 2016년 ‘감 아띠’라는 상표까지 등록 한 뒤 1년 내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룬 것이다.

“시골 살이 싫다며 서울에서 살던 제 아내도 가공공장을 마련할 무렵 진영으로 내려왔어요. 진영 땅에 뿌리내린 단감처럼 우리 부부의 인생 2막도 알차게 만들어가겠습니다.”

카라농장에서 생산된 진영단감. (카라농장 제공) © 뉴스1

km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