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매물 연말까지 나올거라더니.. 전세난이 법인 살렸다
6.17 대책과 7.10 대책으로 규제 직격탄을 연거푸 맞은 법인 명의 아파트가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에 쏟아질 것이란 전망은 결과적으로 틀린 모습이 됐다. 정부는 법인 명의 아파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시장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말 분위기는 정 반대다. 법인 투자가 몰린 것으로 손꼽혔던 곳의 집값은 보합세를 보이거나 올랐고, 법인에 개인에게 주택을 매도한 사례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10 대책이 나온 직후인 8월부터 10월까지 법인에서 개인으로 명의가 넘어간 주택 매매건수는 평균 5만7020건이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법인에서 개인으로 명의가 넘어간 주택 매매 평균(5만6405)보다 600건 가량 많지만, 증가율로 따지면 고작 1.1% 늘어난 것에 그친다.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을 투기목적으로 사들인 법인들이 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줄이어 매도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6·17 대책에선 법인세율 중과를 부활시켰고, 종합부동산세 공제액(6억)을 없앴기 때문이다. 또 종부세율도 높였다. 주택 수에 따라 3~4%의 최고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7·10 대책에선 아예 다주택 법인의 세율을 6%로 통일하고 세 부담 상한을 없앴다.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8월 이후 올해 연말까지 법인이 개인에게 주택 명의를 바꾸는 현상이 많아야 하는데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다만 법인의 신규 취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월부터 7월까지 개인에서 법인으로 명의가 넘어간 주택 매매 평균은 월평균 1만9876건이었다. 하지만 8월부터 10월까지는 평균 1만2419건으로 37.5% 감소했다. 7·10 대책에서 법인이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율을 12%로 올린 데 따른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취득세율 중과가 법인 투자자들의 주택 시장 추가 진입을 막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주택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인 탓에 기존 법인 보유 주택을 매도를 이끌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7·10 대책 이후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법인 투자자들을 살려준 것을 ‘임대차 3법’으로 보고 있다. 7월에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급격한 변화에 시장이 혼란을 빚으면서 전세가가 올랐는데 이 틈을 타 법인 투자자들은 전·월세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세 부담 일부를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세가격이 올라가자 매매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판단은 맞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달 대비 △8월 0.52%, △9월 0.87% △10월 0.83%, △11월 1.68% 상승했다. 11월 전셋값 상승률은 1987년 이후 33년만에 가장 높다. 매맷값도 같이 올랐다. 8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달보다 0.78% 올랐다. 9월엔 0.80%, 10월엔 0.67%, 11월엔 1.43% 올랐다. 11월 전달 대비 매맷값 상승률은 2006년 11월(3.10%)이후 최고치다.
복수의 부동산 법인을 관리하는 압구정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의뢰받고 있는 고객들 동향을 살펴보면 빨리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7월 규제 직후와는 달리 가을로 접어들면서 평정심을 찾았다"면서 "낼 세금을 내면서도 살 길을 찾아보는 것에 주력했다. 왜냐하면 지금 팔아선 영영 다시 못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인 투자자들의 매수 활동을 일정 부분 제약한 것에는 의미가 있지만, 임대차 3법 도입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법인 투자자들에게 퇴로의 기회를 안겨준 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년 6월 1월 종합부동산세 과세 이전까지 세금 부담이 큰 곳이나 실수요자가 없는 곳에만 투자한 법인들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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