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유리의 건축가 장누벨(상)

효효 2020. 12.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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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66] 대부분의 스타 건축가들이 그렇듯이 장 누벨(Jean Nouvel·1945~ )은 맥락(context)과 별개의 상징주의 건축을 추구한다. 건물의 형태나 기능, 디테일 디자인, 마감 재료나 공간 구성이 매우 실험적이다.

1966년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Arts)에 입학 후 보자르식 교육 덕에 도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건축가 클로드 파랭(Claude Parent)과 건축이론가 폴 비릴리오(Paul Virilio)가 함께 운영하는 아틀리에에서 건축 실무를 익힌다. 197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건축 사무소를 설립해 1972년부터 1984년까지 3명의 파트너들과 함께 일한다. 1976년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건축 운동인 '마르스 1976(Mars 1976)'을 시작하고, 1977년에는 '건축조합'을 결성하여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1981년 파리의 '아랍 문화원' 설계에 당선된다. 1985년 제자들과 함께 'Jean Nouvel et Associes'를 설립한다. 장누벨은 이 아랍문화원(Arab World Institute·1987)으로 건축계에 각인된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형태이고, 커다란 한 덩어리로 존재한다. 공간 안에 공간을 만들어 이중적인 형태를 띤다. 건물의 남쪽 면 외벽 창의 아라베스크(arabesque) 문양에 2만7000여 개의 조리개판이 작동되어 빛의 양을 조절한다. 아랍문화원은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 위치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리옹 오페라 하우스(Lyon Opera House·1993)를 건축한 데 이어 '장 누벨 아틀리에'를 설립한 해에 준공한 파리 카르티에 재단빌딩(Cartier Foundation·1994)은 주재료로 강철과 유리를 사용하였다. 전면의 큰 유리판(방음벽)에 비친 가로수들 때문에 실제로 어디까지가 건물의 안이고 밖인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 베를린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Galeries Lafayette·1995)은 둥근 원추형 유리 지붕이 특징이다.

스위스 루체른은 취리히에서 남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호숫가에 펼쳐진 인구 7만여 명의 소도시다. 문화 컨벤션 센터(Culture and Congress Centre in Lucerne· KKL·2000)는 루체른 중앙역 오른쪽의 인접한 대지에 건립되었고 카펠교(Chapel Bridge)에서는 300여 m 떨어진 곳에 있다. KKL 바로 앞에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수로 두 개는 콘서트홀, 루체른홀, 컨벤션센터로 독립된 세 개의 대형 홀로 나눈다. 각 건물은 독창성을 지닌 채 도크 속의 배처럼 정박해 있다. 1만2000㎡ 넓이의 지붕에서 돌출된 30m의 대형 컨틸레버는 철 구조물의 날카로움을 희석시키면서 점점 얇아져 몇 ㎝ 두께로 마감되어 소멸된다.

누벨은 시선의 각도와 빛의 투사각에 따라 좌우되는 빌딩의 조망과 전체적인 느낌을 고려하여 천정의 마감재로 사용한 알루미늄 패널에는 호수의 물결이 거울처럼 비치는 상호작용을 연출된다. 수로를 이용하여 빛과 투영의 상호작용이 콘셉트다. 건물 전체의 투명성과 콘서트홀 내부 불투명성의 극명한 대비도 특징이다.

누벨은 서울 리움미술관(Museum 2·2004)으로 '유렵 역내 지역 건축가'의 타이틀을 벗어던진다. 리움미술관은 렘쿨하스가 세운 마스터플랜에 의해 세 명의 건축가가 세 동의 건물을 각각 하나씩 지었다. 렘쿨하스는 교육동, 마리오보타는 박물관, 장누벨은 현대미술관을 설계했다.

누벨은 비탈진 남산의 산자락에 큰 구덩이를 파고 건물을 심는 방식을 택했다. 파헤친 돌덩어리 가장자리 옹벽은 철망에 돌을 집어넣은 가비온(gabion)으로 입혔다. 내부에서는 건축물과 가비온 사이 공간의 자연광과 나무로 인해 지하층이라는 느낌이 사라진다. 본체는 극도의 투명도를 추구한 저철분 유리(extra White glass)와 부식 스테인리스 철판(rusted stainless-steel Panel)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도시와 신도시의 경계인 포블레누(Poblenou) 지역에 위치한 아그바 타워(Torre Agbar Tower·2004)의 외관은 런던에 있는 노먼 포스터의 일명 커킨 빌딩(2003)을 연상하게 된다.

건물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로, 외관은 4500여 개 창문과 창문 밖 건물의 표피를 이루는 유리 블라인드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블라인드는 LED를 사용하여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4500개 이상의 발광 장치와 열 감지 센서가 있다. 밤이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관으로 인해 일명 카멜레온 빌딩으로 불린다. 센서는 외기 온도를 감지 후 블라인드를 조절하여 전력 소모를 줄인다. 절제된 형태의 단순한 건물이 밤이면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변화시켜 낮과 대비되어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누벨은 2008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콘서트 홀(Copenhagen Concert Hall·2009)은 코펜하겐 북부의 아마게르(Amager)섬에 위치한다. 정육면체 모양의 콘서트 홀 건물을 감싸고 있는 파란색 글라스 파이버 외벽이 유명하다. 밤이 되면 외벽에 조명이 다양한 모양으로 비친다. 공연 중에는 외벽 스크린에 실황 영상이 투사된다. 건물의 내부는 경사와 곡선을 주제로 디자인되었으며, 무대와 좌석 모두 비대칭 구조의 곡선으로 되어 있다. 1800석 규모의 메인 콘서트 홀을 비롯해 모두 네 개의 홀과 세 개의 소규모 공연장으로 이루어진다. 음향은 나가타 어쿠스틱스가 담당했다. 에펠탑과 개선문의 조명 디자인을 맡았던 얀 케르살레(Yann Kersale)도 초기부터 설계에 참여했다.

[프리랜서 효효]

*참고자료 : 규철 블로그, 레스테리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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