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맥주', '삼육두유+호빵', '컨디션+라면'..이종 콜래보 전성시대

박대의 2020. 12.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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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회사가 맥주 만들고, 주유소선 친환경 텀블러 내놔
CU편의점 컬래버 매출 1년새 6배로..금융·제조업도 동참

◆ 대세되는 컬래버 상품 ◆

이달 초 서울 GS25 강남점에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슈퍼픽션'의 캐릭터가 새겨진 상품이 진열됐다. '스캇'과 '프레디'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을 우산, 텀블러, 핸드워시 등 생활 필수품에 새겼는데,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면서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이 캐릭터는 GS칼텍스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를 오픈하며 만든 것이다. 주유소와 디자인 스튜디오, 편의점이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한 셈인데, 컬래버 핸드워시를 만들기 위해 GS칼텍스는 친환경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그린다이올'까지 동원했다.

직장인 김우진 씨(33)는 지난여름부터 퇴근길에 들러 '곰표'가 그려진 맥주를 찾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귀여운 곰 캐릭터로 출시 초창기부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제품으로, 최근 한 방송에서 연예인이 찾는 모습이 나오며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곰표는 밀가루 제조업체인 대한제분의 브랜드로, 포대자루에 그려진 백곰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상품의 협업 대상으로 꼽혔다.

올 한 해 유통업계를 사로잡은 단어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컬래버)이다. 전혀 다른 업태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결합하는 이종(異種)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늘어난 게 특징이다.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색다른 조합의 아이디어 상품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고 있다. 18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CU에서 출시한 컬래버 상품은 약 400개다. 2019년 출시된 컬래버 상품 수 70여 개와 비교하면 6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컬래버 방식이 다채로워졌고 컬래버 상품 매출도 전년 대비 6배 이상 뛰었다.

이지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평소 친근하게 느끼는 요소들이 결합했을 때 새롭다고 느끼는 특징이 있다"며 "이 같은 효과를 인지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컬래버 상품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식료품, 의류 등 일반 소비재 상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컬래버 영역을 금융, 가전 등으로까지 확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쏠'을 켜면 캐릭터 '라바'가 고객을 맞는다. 코미디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를 은행 앱에서 만나보는 것에 고객들은 새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캐릭터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은 소소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 <용어 설명>

▷이종컬래버레이션 : 전혀 다른 업종 간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일컫는다. 동종 업계의 결합 상품보다 새롭고 과감한 아이디어가 담겨 소비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것을 강점으로 한다.

[박대의 기자]


말표구두약 통에 웬 립밤…상식 깬 이색 매칭

말표 구두약 철제케이스에
립밤·핸드크림·풋크림 담아

시멘트 포대에 담긴 팝콘
유동골뱅이 포장지의 맥주
'이색 매칭' 新경영 자리매김

정부정책 상품기획에 활용
편의점 수익금 기부하기도
18일 CU 역삼점을 찾은 고객이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진열된 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이충우 기자]
회사원 박종인 씨(31)는 최근 미국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를 '입고' 다닌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컬프터'가 버드와이저와 협업해 맥주 로고가 새겨진 의류를 내놨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빛나는 순간'이라는 제품 콘셉트에 맞게 붉은색의 두 회사 로고가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사진으로 찍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재미도 살렸다. 박씨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지금 이 순간에만 즐길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편의점 CU에서 출시한 '말표 흑맥주'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인 25만캔이 완판되면서 곰표 밀맥주를 잇는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반 맥주가 새로 나왔을 때보다 4배 이상 높은 발주량을 기록하며 최단기간 판매량을 경신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는 다소 생소한 구두약이지만, '흑색 제품'이라는 공통점을 살려 재미를 더한 것이 이목을 끈 원인으로 꼽힌다.

말표 캐릭터가 CU 매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3월 화이트데이를 맞아 이색 선물로 등장한 뷰티케어 종합선물세트도 말표 콘셉트로 출시돼 화제를 모았다. 원형 철제 케이스에 들었다는 점이 구두약과 화장품의 공통점이라는 것에 착안해 립밤, 핸드크림, 풋크림 등을 말표 케이스에 담아 구성해 주목받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를 활용해 차별된 상품으로 다시 만들어낸 것에 재미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소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에서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통업계에서 주목한 컬래버레이션은 주로 MZ세대와 같이 상품의 신선함에 주목하는 세대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전략이었다. 유통업계 중에서도 편의점이 컬래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기획상품을 적기에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Z세대를 대표하는 10대들 사이에서 재미와 독특함을 더한 컬래버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학생복이 지난 8월 10대 청소년 10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컬래버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구매한 적이 있거나 구매할 의향이 있음)한 응답자는 전체의 91.6%에 달했다. 새로운 것에 주목하는 MZ세대의 소비 경향은 컬래버 상품 기획에 활기를 주며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특히 레트로 콘셉트를 활용한 상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로드 아이템으로도 주목받으면서 관심을 모았다.

세븐일레븐이 국내 골뱅이 가공캔 1위 브랜드인 유동골뱅이와 컬래버한 '유동골뱅이맥주'도 대표적인 레트로 콘셉트의 이종 컬래버다. 유동골뱅이와 유사한 포장으로 마치 골뱅이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파격적인 디자인 때문에 화제를 모았지만, 골뱅이무침과 어울리는 맛의 맥주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출시 한 달 만에 세븐일레븐 수제맥주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후 선보인 '천마표시멘트팝콘'도 시멘트 포대 디자인의 패키지에 카카오 천연색소로 시멘트 느낌의 흑색을 구현해 특이 상품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GS25는 지난 10월 대상과 컬래버해 '미원맛소금팝콘'을 출시했다. 51년 전통의 미원 맛소금을 사용해 짭짤한 맛을 살린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체브랜드(PB) 스낵류 매출 1위에 올랐다. 서로 다른 상품의 특장점을 살린 이색 상품도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마트24는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많아진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어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의 성분을 넣은 라면 '속풀라면×컨디션'을 출시했다. CU는 보일러로 유명한 경동나비엔과 함께 동절기 방한용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 홍보를 위한 컬래버도 올해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정책 내용을 인기 상품의 특징에 녹여 상품화하면서 홍보 효과를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CU는 지난 11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희망줄라면'을 30만개 한정으로 출시했다. 용기와 뚜껑 패키지에 1인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료를 최대 3년간 30~50% 지원하는 사업 내용을 담은 점이 특징이다. 표면의 QR코드를 찍으면 신청 홈페이지에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제품의 수익금 일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를 통해 자영업자의 재기 지원금으로 기부되기도 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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