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갈 시간도 없어"..코로나 검사에 차출된 간호사 토로

동아닷컴 조혜선 기자 2020. 12. 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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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차출된 간호사가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 결국 바지를 버렸다"면서 한파와 인력부족으로 고군분투 중인 상황을 전했다.

국내 최대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에는 최근 "당신이 순간을 즐기고 난 이후의 일은 오롯이 내 책임"이라며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집에와서 보니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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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차출된 간호사가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 결국 바지를 버렸다”면서 한파와 인력부족으로 고군분투 중인 상황을 전했다.

국내 최대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에는 최근 “당신이 순간을 즐기고 난 이후의 일은 오롯이 내 책임”이라며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집에와서 보니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게시자는 “너무 추워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오늘도 검사를 위해 난 레벨디(방호복)를 입고 검사를 한다”며 “패딩을 입고 ‘왜 이렇게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냐’는 말하는 당신에게는 레벨디 안 반팔과 글러브 안에 얼어붙은 내 손은 보이지 않냐. 발이 썩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은 내 기분을 아실런지”라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소규모 모임과 여행 등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호텔 수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갔다가 동선이 겹쳐 검사 받으시는 어머님, 호텔 휘트니스에서 운동하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무서워 검사 받으신 분, 참 오늘 당신들이 너무 밉고 힘들더라”고 했다.

이어 “나이팅게일선서를 외칠 때 평생을 외롭게 살라 해서 의롭게 살라 노력하는데 당신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냐”며 “강제 차출돼 어쩔 수 없이 이 추위에 검사하는 나는 지난날 진로 선택에 대해 오늘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지난달 충북 청주의 A고등학교에 마련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온열기에 추위를 달래고 있다.
작성자는 “약을 억지로 입에 넣고 두꺼운 위생팬티에 가장 두꺼운 기저귀까지 깔고 검사했다”며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서 근무 중 패드 한 장으로 버텼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참 좋겠다. 어차피 남의 일이니까. 이 추운날 수영장을 가도 호텔을 가도 술집에서 놀아도 어차피 내 일이 아니고 오늘은 내 인생 중 가장 젊은날이니까 즐기셔야죠. 참 부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데이트 하고싶으시겠죠. 아이들과 추억 남기시고 싶으시겠죠.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싶으시겠죠. 그럼 그 시간 보내고 책임도 본인 혼자지셨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일도 기저귀를 차고 갈지못할 여분의 생리대를 챙겨간다. 평안하지 못할 걸 알지만 그래도 평안한 내일을 바라면서 오늘도 잠들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9도 까지 떨어진 14일 서울 용산역 앞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핫팩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해당 게시글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졌고, 대다수의 누리꾼도 반성과 함께 위로를 건넸다. 이들은 “의료진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린다”, “집콕 답답하다고 했던 것 반성하게 된다”, “글 보니 속상하다. 스키장, 제주 등 한번쯤 패스하면 안 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고통과 원망, 후회 섞인 고된 삶이 다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다 조심하고 타인에게 피해주는 행동은 하지말자”며 “많은 의료진이 그로기 상태라고 한다. 우리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지 않게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한여름에 무더위로 고생한 의료진이 최근에는 한파와 싸우고 있다. 또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해 검사건수가 늘어나고 장기간 이어진 사태에 고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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