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000회 맞은 'TV동물농장' PD "동물과 함께 살기..알고, 해결해야 기쁨 더 커져"

김지혜 기자 2020. 12. 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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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1000회 맞은 SBS 'TV동물농장'

[경향신문]

SBS <TV동물농장> 출연진이 오는 20일 방송되는 1000회를 기념하며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01년 첫방송된 <TV동물농장>은 수많은 ‘스타 동물’을 탄생시키는 한편 모피·투견·동물쇼·강아지공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물권 문제를 환기시키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왔다.
“동물 관련한 화두의 변화 짚고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읽어내”
귀여움만으로 승부하지 않고
우리 사회 ‘동물권 문제’ 환기
방영 20년 ‘동물 예능’ 최고에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불편하지만 알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짚어내고 해결해야만, 동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도 커질 수 있어요. 동물권과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해야만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01년부터 방송된 SBS <TV동물농장>이 오는 20일 1000회를 맞는다. 프로그램 초기 ‘웅자의 전성시대’로 인기를 끌었던 코커스패니얼 웅자부터 천재견 호야, 직립보행견 또또 등 수많은 ‘스타 동물’들을 탄생시키는 한편 모피·투견·동물 쇼·강아지 공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물권 문제를 환기시키며 변화를 이끈 <TV동물농장>은 20년의 방영 기간이 방증하듯 국내 최고 ‘동물 예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8년부터 <TV동물농장>과 함께한 ‘터줏대감’ 이덕건 PD는 “동물 관련 화두의 변화를 빠르게 짚어내고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읽어낸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덕건 PD는 ‘동물 예능’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묻자, “ ‘힐링’을 주는 동물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동물 학대와 같은 불편한 이야기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SBS 제공

동물은 귀엽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대를 불문하고 동물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귀여움’만으로 승부했다면 지금의 <TV동물농장>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16일 목동 SBS에서 만난 이 PD는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아이템 고갈이었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방영 초기에는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 이상 행동 교정에 주로 집중했어요. 그런데 제가 투입된 2008년 즈음에는 이런 종류의 아이템들이 고갈돼 돌파구를 찾아야 했던 시점이었죠. 타 방송사의 비슷한 동물 프로그램들은 이미 없어진 상태였고요. 동물과의 교감, 동물이 겪는 문제와 그 해결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2009년 방송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 시리즈는 동물의 이상 행동을 단순 교정하는 것을 넘어 그 행동의 원인, 동물의 감정까지 이해해 보려는 제작진의 변화가 반영된 기획이었다. 그렇게 동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외면할 수 없는 어두운 현실이 눈에 띄었다. 이후 <TV동물농장>이 개 학대범을 공개 수배하거나 모피·투견에서의 동물 학대 문제를 지적하고 강아지 공장의 실체를 드러내는 등 고발 프로그램으로서 역할까지 꾸준히 수행해온 이유다. “반려동물을 그저 하등한 대상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동물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죠. 그 노력을 저희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없나, 더 발굴해야 할 아픈 이야기들은 없나 궁리하면서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빈틈을 메워갔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뼈아픈 자기반성과 치열한 고민이 이어졌다. “동물들의 실제 모습과 다르게 조작, 연출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때도 있었어요. 이후로는 그런 우려가 없게끔 최대한 신경 써서 만들고 있어요. 가장 많이 하는 게 관찰하고 기다리는 일이에요. 다른 프로그램 2배 이상 제작 시간을 들이면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방송 제작이 혹여나 동물 학대나 상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죠.”

<TV동물농장>의 변화는 자연스레 ‘동물 예능’ 판도를 바꾸었다. 과거 ‘귀여운 소품’ 취급을 받던 TV 속 동물들은 어느새 존중해야 할 소중한 존재로 탈바꿈했다. 이 PD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진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KBS <펫 비타민> <개는 훌륭하다>부터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까지 동물에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며 “<TV동물농장>이 변해왔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 영향은 이제 뉴미디어까지 확장하고 있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유튜브 펫방(동물 소재 방송)의 유행 속에서도 <TV동물농장>이 운영하는 채널 ‘애니멀봐’가 구독자 363만명에 달하는 독보적 인기를 끄는 까닭은 20년 세월 동안 축적된 제작진의 고민과 전문성 덕분이다. “기존의 방송 콘텐츠들을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만든 채널인데, 최근에는 방송보다는 유튜브 호흡에 맞는 전용 콘텐츠 제작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14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김포 개 사육장’ 콘텐츠는 <TV동물농장>에서 다뤘던 것보다도 훨씬 열악한 상황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방송용 콘텐츠 제작보다는 이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의 활동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에 유튜브 전용 콘텐츠로 제작해 공개하기로 결정했죠.”

<TV동물농장> 1000회 특집을 맞아 SBS는 17일부터 4부작 프로그램 <어바웃펫-어쩌다 마주친 그 개>를 방송한다. 구조부터 치료, 재활, 입양 후까지 유기 동물 문제 전반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 PD는 “<TV동물농장>의 특성상 긴 호흡으로 유기견 문제를 다루기 어려워 기획을 시작했다”며 “가능하다면 시즌 형태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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