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증세..올해 집값 상승폭보다 2배 올린 내년 공시가

손동우 2020. 12.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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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표준주택 공시가 발표
전국 단독주택 시세 3.8% 상승
공시가격 상승률은 6.6% 껑충
서울선 동작구 12.8%로 1위
서초·강남·송파順 오름폭 커
시세반영해 공시가 올린다며
15억넘는 주택에만 세금폭탄
세금·공과금 기준되는 공시가
급격한 인상에 서민부담 가중

◆ 단독주택 공시가 ◆

17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시세 15억원 이상 단독주택 공시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고가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울 성북동 주택가 전경. [한주형 기자]
내년 서울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예정액(이하 공시가격) 상승률은 10.13%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올해 서울 단독주택 시세 상승률(6.55%)보다 54.7% 높다. 전국적으로 따져봐도 경향은 비슷하다.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6.68%로 KB국민은행 시세 상승률(3.88%)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한마디로 실제 거래되는 집값 상승 폭보다 2배 가까이 크게 공시가를 올렸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올해 전국적으로 집값이 상승했는데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까지 함께 높였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을 결정짓는 두 가지 요인을 한꺼번에 올린 셈이다.

특히 정부는 시세 15억원을 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이번에도 대폭 올렸다. 고가 주택의 시세 반영률을 우선 올린 후 중저가 주택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주장해 왔지만 내년에도 '세금폭탄'의 주요 타깃은 비싼 주택을 겨냥하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15억~30억원 미만과 30억원 이상 표준 단독주택의 최근 3년간 공시가격 누적 상승률은 각각 47.9%, 60.9%에 달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10.13%, 광주 8.36%, 부산 8.33%, 세종 6.96%, 대구 6.44% 등 순으로 변동 폭이 컸다. 올해 상승률보다 내년 예정 상승률이 낮은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같은 수치들은 대부분 올해 단독주택 시세 오름폭보다 높은 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과 서울을 제외하고도 6대 광역시(4.69%)와 경기도(2.65%)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이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낮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시세와 시세반영률을 갖고 움직이는데,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뛰니 급등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선 동작구(12.86%)가 올해에 이어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나타났다. 흑석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공시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동작구 다음으로는 서초구(12.19%), 강남구(11.93%), 송파구(11.86%), 마포구(11.39%), 중구(11.23%), 성동구(11.10%), 용산구(11.02%) 등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내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변동률과 관련해 또 다른 특징은 시세 구간별로 상승률이 다르게 나왔다는 점이다. 3억원 미만 3.59%, 3억∼6억원 미만 5.07%, 6억∼9억원 미만 5.62% 등 중저가 주택 상승률이 낮았던 반면 9억∼15억원 미만은 9.67%, 15억∼30억원 미만은 12.47%, 30억원 이상은 10.30%로 집계됐다.

실제로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의 변동률은 올해(3.03%)보다 1.5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으나 15억원 이상은 올해(6.39%) 대비 5.19%포인트나 상승 폭이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고가 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낮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먼저 올린 후 중저가 주택으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되풀이해왔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올리는 과정을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토부는 2019년엔 15억~30억원 미만(22.35%)과 30억원 이상(39.22%) 주택 가격을 급등시켰지만 2020년엔 상승 폭을 각각 7.49%와 4.78%로 낮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올해엔 9억~15억원 미만 주택 상승률을 8.68%로 책정했다. 하지만 내년엔 다시 15억원 넘는 주택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린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시세반영률이 15억원 이상은 58.4%, 9~15억원 미만이 53.5%, 9억원 미만이 52.4%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올리는 과정이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이고 불친절하다"며 "공시가격이 세금과 60개 각종 행정항목의 기초자료인데 안정성이 너무 낮다"고 꼬집었다.

물론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9억원 미만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15년에 걸쳐 현실화하지만 15억원 이상 주택은 2027년까지 7년 만에 현실화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고가 주택 상승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고가 주택엔 세금폭탄을 매기고 정권이 몇 번 바뀔 15년 뒤에야 다른 주택도 공시가를 올리겠다고 약속한 행위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고가 주택부터 올린 후 중저가 주택 공시가격을 상승시킨다는 계획이 현실에서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결국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작업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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